뱅크오브아메리카(BoA) 증권은 최신 플로우 리포트를 통해 지난주 미국 증시에서 소형주(small-cap)로의 자금 유입이 다시 한번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이는 8월 말 와이오밍주 잭슨홀(Jackson Hole) 경제정책 심포지엄 이후 기록적인 수준에 육박했던 매수세가 두 번째 주에도 이어졌음을 시사한다.
2025년 9월 1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BoA의 고객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 한 주 동안 미국 주식 전체에는 약 5억 달러의 순유입이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ETF 부문에는 8억 달러가 유입된 반면, 개별 종목 단에서는 3억 달러가 빠져나가 ETF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특히 소형주 ETF와 개별 소형주 모두에서 매수세가 나타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앞서 1~8월에는 소형주 펀드가 자금 유출 압력을 받았고,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좋은 대형 종목 몇몇에만 선택적으로 베팅해 왔다. BoA는 “이번 순매수는 연초 이후 지속돼 온 ‘바이올로지컬 상위기업 집중 현상’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가총액별 흐름을 살펴보면 대형주(Large-cap) 역시 소폭의 순유입을 기록했으나 중형주(Mid-cap)에서는 자금이 유출됐다. BoA 측은 “미드캡은 성장 모멘텀과 방어력이 동시에 애매하다는 인식이 강해, 금리·경제 변수에 민감한 장에서 자주 외면받는다”고 설명했다.
투자 주체별로는 기관(Institutions)이 6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며 2022년 말 이후 최장 기록을 갱신했다. 헤지펀드도 순매수에 동참했지만, 개인 투자자(BoA 분류상 ‘Private Clients’)는 4주 만에 다시 순매도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 개인이 유일한 누적 순매수 주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변화다.
BoA 전략가 질 캐리 홀(Jill Carey Hall)은 보고서에서 “
‘올해 들어 유일한 순매수 주체였던 개인이 처음으로 4주 이동평균 기준 순매도에 돌입했다’
며 개인의 위험선호 약화를 경고했다.
섹터별로는 기술(Technology)·커뮤니케이션 서비스(Communication Services)·필수소비재(Consumer Staples)가 순유입을 주도했다. 반면 산업(Industrials)·금융(Financials)·유틸리티(Utilities) 섹터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특히 유틸리티는 2주 연속 역대급 순유출에 가까운 자금 이탈이 발생하며 방어주 선호가 급격히 약화됐음을 보여줬다.
ETF 스타일에서도 그로스(Growth) 전략이 6주 만에 밸류(Value) 전략을 앞서는 순유입을 기록했다. BoA는 “낮은 실적 가시성을 가진 가치주 대비, 금리 민감도가 낮은 성장주 선호가 반등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소형주·중형주 ETF 모두 올해 최대치 수준의 자금 유입을 시현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한편 기업 자사주 매입(Buyback)은 10주 만에 계절적 평균을 상회하며 재가속 조짐을 보였다. 이는 주가 하락 구간에서 기업이 발 빠르게 주주친화 정책을 가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용어·배경 설명
소형주(small-cap)는 일반적으로 시가총액 20억 달러 이하 종목을 말한다. 유동성이 낮고 실적 변동성이 크지만, 경기 초입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잭슨홀 심포지엄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매년 8월 말 개최하는 통화정책 학술회의다.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 학계가 모여 향후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때문에 시장 참가자들은 발언 수위와 키워드를 면밀히 해석한다.
전문가 시각
이번 자료는 ‘위험선호 확대’와 ‘개인 투자자의 신중 모드 전환’이라는 상반된 메시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 기관 및 헤지펀드의 공격적 매수는 인플레이션 완화 및 연착륙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개인의 순매도 전환은 소비 둔화∙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소형주 급등은 유동성 회복 국면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만 연방준비제도가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재차 제시할 경우,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스몰캡에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금리·인플레이션 지표와 기업 실적 가이던스 변화를 동시에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요약하면, 현재의 소형주 랠리는 유동성 개선과 모멘텀 추종 자금이 결합한 결과로 보이나, 개인 투자자의 방어적 태도가 확대될 경우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장기 투자자는 섹터·스타일 다변화와 함께 리스크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