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Nvidia) 지분을 전량 처분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온 AI 칩 대표주의 신뢰와 밸류에이션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됐다. 이 소식이 전해진 화요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한때 약 4% 급락했다.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 보유 지분을 모두 정리하고 약 $5.8억 달러(58억 달러)를 현금화했다고 밝혔고, 시장은 이를 두고 향후 주가의 불길한 신호인지, 아니면 강세장의 정상적 차익실현인지 해석이 엇갈렸다. 프리덤 캐피털 마켓의 제이 우즈 최고시장전략가는 이 움직임을 두고 ‘눈길을 끄는 행보’라고 평가했다.
2025년 11월 11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매도는 소프트뱅크가 오픈AI(OpenAI)에 자원을 적극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직후 이뤄졌다. 챗GPT(ChatGPT)로 잘 알려진 이 스타트업은 샘 올트먼이 이끄는 인공지능 선도 기업이다.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 직접 보유분 3,200만 주를 더 이상 들고 있지 않더라도, 엔비디아 기술을 활용하는 여러 프로젝트(예: Stargate)에 관여하고 있어 양사의 이해관계는 여전히 맞물려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시장 해석과 단기 변수를 두고도 견해는 엇갈린다. 제이 우즈는 이번 결정을 엔비디아 전망에 대한 경고라기보다, 오픈AI의 조만간 상장(IPO) 준비 신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그는 다음 주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둔 건강한 주가 조정으로 규정하며, ‘엔비디아를 향한 공격’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고 기업의 방향성에도 영향을 줄 소식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우즈는 또 ‘오히려 오늘 같은 날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매수할 근거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의 성과와 밸류에이션
단기 약세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6개월 동안 66% 상승했다. 월가(Wall Street)와 개인투자자(Main Street) 모두의 ‘최애’로 꼽히는 엔비디아는 지난 3년간 누적 1,085% 급등하며 AI 붐의 최대 수혜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급등은 실적과 현금흐름의 가파른 개선, 그리고 하이퍼스케일러1와 빅테크의 대규모 설비투자(CapEx)가 결합한 결과로 평가된다.
다만 일부에서는 과도한 투자와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 ‘빅 쇼트(The Big Short)’로 알려진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전일(월요일) 테크 섹터에 숏(하락 베팅) 포지션을 일부 취했다고 밝히며, 일부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이 회계처리 방식을 통해 이익을 인위적으로 부풀릴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버리는 특정 기업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엔비디아 제품 구매가 이러한 흐름을 부채질했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 칩/서버를 2~3년 제품 주기로 대량 구매하는 식의 급격한 CapEx 확대가 컴퓨팅 장비의 내용연수 연장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그런데 하이퍼스케일러 대부분이 정확히 그렇게 해 왔다. 내 추정으로는 2026~2028년 사이 장비 감가상각비가 $1760억 과소계상될 것이다.’
버리의 지적은 곧 수익성의 과대평가 가능성과 향후 실적 둔화 리스크로 연결된다. 이는 AI 인프라 사이클의 ‘현금화 타이밍’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맞닿아 있으며, 엔비디아를 포함한 AI 생태계 전반의 밸류에이션에 민감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섹터 관점: IT 비중 축소 시그널
웰스파고의 전략가 더글러스 베스는 월요일 보고서에서 S&P 500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섹터에 대한 투자 의견을 우호적(favorable)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는 2026년에도 기술 지출은 증가하겠지만, 간헐적으로 차익을 실현해 유틸리티·산업재 등 다른 선호 섹터로 자금을 순환시키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정보기술 섹터는 올해 들어 26% 이상 상승하며 S&P 500 내 최상위권 성과를 기록 중이다.
‘밸류에이션이 급등했으며, 군집된 낙관론과 높아진 기대는 단기 실망 리스크를 키운다.’ ‘3분기에 일부 AI 핵심주들이 AI 관련 CapEx를 대규모로 집행했지만, 향후 수익 회수와 부채 조달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시장을 흔들었다.’
이는 AI 투자 사이클의 속도·규모·회수 기간을 둘러싼 시장의 핵심 질문을 다시 부각시킨다. 즉, 누가 언제 얼마만큼의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약해질수록,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은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소프트뱅크 매도의 의미: 리밸런싱인가, 경고등인가
소프트뱅크의 전량 매도는 전략적 리밸런싱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오픈AI에 대한 ‘자원 투입’ 선언 직후의 실행이라는 점에서, AI 애플리케이션(모델·플랫폼) 측면의 익스포저 확대로 포지셔닝을 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엔비디아와의 산업적 연계성(Stargate 등 프로젝트에서의 엔비디아 기술 활용)을 유지한다는 맥락에서, 완전한 디스인게이지먼트(관계 단절)로 보기는 어렵다.
반대로, 가격·밸류에이션 리스크에 대한 내부 시각이 반영됐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제이 우즈의 지적처럼, 다음 주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둔 ‘건강한 조정’이라는 해석은 현재의 가격 변동성을 설명하는 데 설득력이 있다. 그가 말한 대로, 이는 가격 매력 구간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투자자에게 전술적 기회가 될 수 있다.
핵심 데이터 정리
– 소프트뱅크, 엔비디아 지분 전량 매도로 $58억 달러 회수
– 발표 직후 엔비디아 주가 장중 약 4% 하락
– 소프트뱅크, 오픈AI 투자 강화 천명 및 Stargate 등 엔비디아 기술 활용 프로젝트 연계 유지
– 6개월 +66%, 3년 +1,085%의 엔비디아 주가 레코드
– 마이클 버리, 하이퍼스케일러 감가상각 과소계상 지적: 2026~2028년 $1760억
– 웰스파고 더글러스 베스, S&P 500 IT 섹터 의견 우호적→중립으로 하향, 유틸리티·산업재로 분산 권고
– IT 섹터 YTD +26% 이상
투자자 관점의 체크리스트
첫째, 실적이다. 다음 주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은 수요 지속성(하이퍼스케일러·클라우드·엔터프라이즈·국가 프로젝트), 제품 믹스(GPU/서버), 마진 프로파일, 재고·리드타임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CapEx 가이던스의 톤 변화는 주가에 가장 민감하게 반영될 수 있다.
둘째, 회계·현금흐름이다. 버리가 제기한 감가상각 정책과 내용연수 가정은 현금창출력의 질을 평가하는 핵심 변수다. 장비 사용연수의 인위적 연장은 단기 이익을 부풀리지만, 후행 기간의 비용 인식과 현금흐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셋째, 섹터 밸류에이션·자금흐름이다. IT는 연초대비 26% 이상 상승하며 상대 프리미엄을 축적했다. 차익실현→방어적 섹터 회전이라는 로테이션 신호가 강화될 경우, 좋은 뉴스에도 주가가 덜 오르는 ‘good news is not good enough’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
용어 설명
1 하이퍼스케일러: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를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군을 의미한다. 막대한 데이터센터 투자를 통해 AI 연산 수요를 흡수한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클라우드 제공업체들이 포함된다.
CapEx(설비투자): 기업이 장기 사용 자산(서버, 칩, 데이터센터 등)을 취득·개선하기 위해 집행하는 투자로, 단기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인식해 기간에 걸쳐 감가상각한다.
감가상각(Depreciation): 자산의 가치가 시간 경과 및 사용으로 감소하는 것을 회계적으로 비용 처리하는 방식이다. 내용연수 가정이 길어질수록 단기 비용 인식은 줄고 장기 비용 인식은 늘어난다.
월가 vs 메인스트리트: 월가는 기관·전문 투자자 중심의 금융시장을, 메인스트리트는 일반 소비자·개인 투자자층을 가리킨다.
종합
소프트뱅크의 엔비디아 전량 매도는 전략적 방향 전환(오픈AI 집중)과 밸류에이션 경계가 교차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제이 우즈의 해석처럼, 이는 실적 발표 전 건강한 기술적 조정에 가깝고, 저가 매수 기회로 읽을 여지도 있다. 반면, 마이클 버리와 웰스파고의 경고는 회계·현금흐름의 질, CapEx의 효율, 부채 조달 환경이라는 기초체력 점검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결정적 분기점은 결국 다음 주 실적과 향후 12~24개월의 투자 회수 가시성이다. 투자자는 데이터센터 AI 사이클의 지속성, 가격·공급·수요의 균형, 매크로 금리와 자금 조달비용이 주가에 미칠 파장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