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소프트뱅크가 오픈AI와 함께 일본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 중인 합작법인 ‘SB OpenAI Japan’의 설립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늦춰졌다는 사실이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을 통해 확인됐다.
2025년 9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소식통은 당초 이번 여름으로 예정돼 있던 법인 설립 준비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으며, 11월 중에야 진척 상황에 대한 공식 업데이트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식통은 정보 비공개를 이유로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으며, 세부 내용은 아직 대외비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 측은 “준비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만 밝혔으며 구체적인 일정이나 구조에는 언급을 피했다. 오픈AI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함께 해당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소프트뱅크는 법인이 오픈AI와 자사 및 일본 통신 자회사(소프트뱅크 주식회사)가 새로 설립할 별도 법인이 공동 소유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6월 주주총회에서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통신부문 CEO는 “7월 말까지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으며, 제공할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Retrenchment(리트렌치먼트)는 기업이 부실한 투자나 재무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투자 축소·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손 회장은 최근 몇 년간 기술 섹터에서의 투자 실패로 한동안 몸을 낮추는 ‘리트렌치먼트’ 기간을 보냈으나, 이번 합작법인을 포함해 AI 분야에 다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공격 경영에 복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별도로, 약 5,000억 달러 규모로 거론되는 미국 데이터센터 개발 프로젝트 ‘Stargate’ 역시 협력사와의 장기 협상 및 부지 선정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고 고토 요시미쓰 소프트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달 밝힌 바 있다.
“대형 기술 기업 간 합작법인 설립이 지연될 경우, 핵심 기술 이전·시장 출시에 차질이 발생해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 고객의 AI 도입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SB OpenAI Japan의 공식 출범 시점이 밀리면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 경쟁 솔루션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다만 소프트뱅크의 자본력과 오픈AI의 언어 모델 기술력이 결합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일본 내 AI 생태계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향후 11월로 예상되는 공식 발표에서 구체적인 서비스 형태와 일정이 제시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들은 일본 내 대기업뿐 아니라 제조·금융·의료 등 전통 산업 부문에서도 생성형 AI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 및 고객 지원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합작법인이 제공할 서비스가 일본어 특화 대형언어모델(LLM)인지, 아니면 오픈AI의 글로벌 API를 로컬 데이터센터에 호스팅하는 형태인지에 따라, 데이터 주권·규제 준수 측면에서 기업 고객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LLM은 대량의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자연어 이해·생성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모델을 의미한다.※일본어는 동적 조사가 많고 어순이 자유로운 언어적 특성 때문에, 글로벌 모델만으로는 문맥 이해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현지화 모델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결국 SB OpenAI Japan의 설립 지연은 단기적으로는 시장 진입 타이밍을 놓칠 위험을 내포하지만, 신중한 준비 과정을 통해 안정적인 서비스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이자 기회’로 평가된다.
글로벌 AI 경쟁 구도 속 일본 시장의 의미
현재 미국·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AI 플랫폼 경쟁에서 일본은 언어적·문화적 장벽으로 인해 독자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높다. 따라서 소프트뱅크와 오픈AI의 협력은 일본 기업들이 다국적 대형언어모델의 기술력을 자국 규제 환경에 맞춰 활용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법 및 산업별 데이터 보안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있어, 해외 클라우드 사용 시 데이터 이전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합작법인이 일본 내 데이터센터에서 모델을 운영한다면, 이러한 규제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점도 기업 고객들의 관심을 끄는 배경이다.
한편, 소프트뱅크는 향후 ‘Stargate’ 프로젝트와 SB OpenAI Japan을 통해 데이터 인프라부터 애플리케이션까지 엔드 투 엔드 AI 밸류체인 구축을 노리고 있지만, 프로젝트 관리 역량과 파트너 간 이해관계 조율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