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정대출 규정 축소 움직임과 규제 환경 변화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이 민권시대에 마련된 핵심 공정대출 규제의 일부 적용 범위를 좁히는 방안을 조만간 제안할 계획이라고, 사안을 잘 아는 두 명의 소식통이 밝혔다. 이는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기업에 부담을 준다고 보는 각종 보호조치와 규정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하는 과정의 일환이다.
2025년 11월 11일, 로이터(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CFPB가 준비 중인 변경안은 1974년 제정된 평등신용기회법(Equal Credit Opportunity Act, ECOA) 이행 규정 가운데 핵심 요소를 축소·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업의 정책이나 관행이 의도치 않게 차별적 결과를 낳을 때 책임을 묻는 이른바 “차별적 영향(Disparate Impact)” 책임을 약화하는 방향이 핵심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추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4월 행정명령 이후 속도를 내고 있다. 당시 행정명령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서의 차별적 영향을 금지하도록 설계된 규정을 축소할 것을 연방 규제당국에 지시했다. CFPB의 움직임은 해당 지시에 호응해 ECOA 이행 규칙을 손보는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차별적 영향(disparate impact) 책임은 고용 분야에서 널리 적용돼 온 개념으로, 정책의 의도와 무관하게 결과가 인종·성별 등 보호대상 집단에 불리하게 작용하면 책임을 인정하는 틀을 말한다. 주택, 교육, 대출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정부가 수십 년간 인종 및 성차별을 단속하는 데 활용해 온 도구다. 규제 약화는 이러한 감시·집행의 도구를 정부 손에서 일부 빼앗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CFPB는 ECOA 하에서의 ‘차별적 영향’ 요건을 비중 축소하는 방향의 제안서 공개를 준비 중이다.
미 의회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집행 축소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이들은 이러한 후퇴가 미국 사회의 차별의 역사와 현실을 외면하며, 궁극적으로 대중에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백악관은 기업이 실제 결과에서의 차별을 방지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인종적 편애를 조장하고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비자 옹호단체들은 이러한 주장을 일축하며, 차별적 영향 책임은 금융과 주택 부문에 뿌리 깊은 차별을 시정하는 핵심 수단이라고 반박한다.
백악관과 CFPB는 관련 질의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변경안의 구체적 방향과 관련해, 소식통들은 CFPB가 ECOA 체계에서 “차별적 영향”을 필수 요건으로 간주하지 않도록 하는 쪽으로 강도를 낮출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는 집행·감독 시 정량적 결과만으로 차별을 추정하는 접근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또한 변경안에는 특별목적신용프로그램(Special Purpose Credit Programs, SPCP)의 허용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SPCP는 ECOA 위반 없이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정된 신용을 제공해 신용 접근성을 개선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CFPB는 이 프로그램의 적법한 사용 범위를 좁히는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규제당국의 권고를 받은 다수의 은행 및 기타 대출기관은 인종 형평성 격차 해소를 목표로 SPCP를 확대하고, 통상 신용이 닿지 않던 지역사회에 대한 신용공급을 늘리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왔다. 이번 규정 변경은 이러한 흐름에 조정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아울러 CFPB는 광고·마케팅 자료나 기타 발언을 통해 차주가 신용을 신청하지 않도록 “단념시키는 행위(discouragement)”를 금지하는 ECOA 관련 규칙에도 손질을 가할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다. 이는 대출 유인을 좌우하는 표현과 이미지의 규범을 재정의하는 문제로, 금융기관의 커뮤니케이션 관행에 변화를 요구할 수 있다.
올해 6월, 일리노이주 시카고 일대의 한 모기지 대출기관과의 합의를 CFPB가 번복하려던 시도는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해당 기관은 대출 희망자들을 단념시키는 방식으로 특정 지역·인구집단을 배제하는 “레드라이닝(redlining)”을 했다는 혐의를 받았고, 이에 대한 당국과의 합의 파기 시도가 법원에서 막힌 것이다.
핵심 용어 해설
• ECOA(평등신용기회법): 1974년 제정된 연방법으로, 신용거래에서 인종, 피부색, 종교, 출신국가, 성별, 혼인상태, 연령 등 보호대상 특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한다.
• 차별적 영향(Disparate Impact): 정책의 주관적 의도와 무관하게 결과가 보호대상 집단에 불균형적으로 불리하면 차별로 간주할 수 있다는 법적 이론이다. 고용·주택·교육·대출 분야에서 감독과 소송의 중요한 근거로 기능해 왔다.
• SPCP(특별목적신용프로그램): ECOA 체계에서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목표지정형 신용을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한 프로그램으로, 구조적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도구로 활용돼 왔다.
• 단념 규칙(Discouragement Rule): 광고, 마케팅, 영업 발언 등에서 특정 지원자가 신용 신청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표현·관행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분석과 시사점
CFPB가 ECOA 하의 차별적 영향을 비중 축소할 경우, 금융기관의 규제준수(compliance) 프레임은 결과 중심에서 절차·의도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각종 신용모형, 언더라이팅 기준, 지점망 운영, 마케팅 카피 등에 대한 내부 통제와 문서화 방식의 재설계를 요구할 수 있다.
SPCP의 범위 제한은 그간 확장돼 온 목표지정형 신용의 설계 자율성을 줄이고, 프로그램 적격성 판단과 위험관리 기준을 보다 보수적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유도할 여지가 있다. 결과적으로 동일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융기관들은 대체적 방법(예: 지리·소득 기반의 중립적 기준 강화)을 모색할 필요가 커질 수 있다.
단념 규칙의 재정비가 병행될 경우, 광고문구·이미지·채널 선택에 내재한 암묵적 배제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정교화될 수 있다. 이는 법적 책임을 줄이는 동시에, 소비자 보호라는 규제 목적을 유지하는 균형점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면, 규정 변경은 공정대출 집행의 기준선을 조정함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의 리스크 관리와 상품 전략에 폭넓은 점검을 촉발할 수 있다. 다만 최종 규정의 문구, 유권해석, 집행 우선순위에 따라 영향의 강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By Douglas Gillison | 추가 집필 및 편집: Michelle Pri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