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Tesla Inc.)가 자국민보다 외국인 비자 소지자를 선호 채용했다는 혐의로 집단소송에 직면했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제기된 이번 소송은 테슬라가 연방 민권법(Title VII)을 위반하며 체계적으로 비자 근로자를 우대하고 미국 시민권자를 해고·탈락시켜 왔다고 주장한다.
“테슬라는 동일 직무를 수행하는 미국인보다 비자 의존 근로자에게 더 낮은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선호한다”는 원고 측 주장
이 핵심이다.
소장에 따르면 테슬라는 2024년 한 해 동안 숙련 인력용 H-1B 비자를 보유한 약 1,355명을 신규 고용한 반면, 미국 내에서는 6,000명 이상을 감원했다. 원고 측은 “감원 대상의 대다수가 미국 시민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이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스콧 토브(Scott Taub)와 인사 전문직 소피아 브랜더(Sofia Brander)다. 두 사람은 비자 스폰서가 필요 없는 미국 시민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뒤 테슬라가 채용 과정에서 자신들을 배제했다고 주장한다. 토브는 한 직무 지원 과정에서 “H-1B 전용”이라는 설명을 듣고 지원 자체를 포기했으며, 별도 직무에서도 면접 기회를 받지 못했다. 브랜더 역시 과거 테슬라에 두 차례 파견 근무한 경력이 있음에도 두 가지 정규직 공고에서 면접조차 제안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원고 측 법률대리인 다니엘 코첸(Daniel Kotchen)은 “비자 노동자는 미국 노동시장 전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테슬라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이들을 선호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임금 절도(wage theft)라 부른다”고 주장했다. 추가 입장 표명 요청에는 답하지 않았다.
엘론 머스크의 SNS 발언도 소장에 포함됐다. 원고는 2024년 12월 27일 머스크가 X(옛 트위터)에 올린 글—”내가 미국에 있을 수 있었고, 스페이스X·테슬라 등 수백 개 혁신 기업을 일군 핵심 인재들이 미국에 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H-1B 비자다”—를 인용하며, 이는 테슬라가 비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H-1B 비자란 무엇인가
H-1B 비자는 미국 기업이 ‘전문 직종’(Specialty Occupations)에 종사할 외국인 숙련 인력을 최대 6년까지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체류 자격이다. 매년 6만5,000개(대학·연구기관 등 추가 쿼터 제외)로 발급 수가 제한되어 있으며, 임금·고용조건이 내국인과 동일해야 한다는 조항이 존재한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고용주가 시장 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제시하거나, 신분 문제를 이유로 협상력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H-1B 근로자는 스폰서가 해고될 경우 미국 체류 자격까지 잃게 되므로 고용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지적한다. 이번 소송 역시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테슬라가 이용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집단소송의 향방과 테슬라의 부담
이번 사건은 Taub et al v. Tesla Inc., 25-07785로 접수됐으며, 미국 시민으로서 테슬라에 지원했다가 탈락했거나 재직 중 해고된 모든 인원을 잠재적 원고 범주로 포함한다. 배상액은 아직 명시되지 않았으나, 인권·고용 차별 소송의 특성상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될 경우 수억 달러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원고가 ‘체계적 차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직군별 채용·해고 통계, 임금 정보, 내부 커뮤니케이션 기록 등 광범위한 증거 확보가 필수적이다. 로이터는 “소장만으로는 원고가 이를 어떻게 입증할지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테슬라는 텍사스 오스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이번 보도 직후까지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 뉴럴링크, 보링컴퍼니 등 다수 기업을 이끌고 있음에도 테슬라 관련 고용 관행 논란은 난생처음이 아니다. 2023년에는 인종 차별 및 성희롱 문제로 잇따라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인재 확보와 비용 절감은 테슬라가 직면한 양대 과제”라며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실리콘밸리의 고용 전략 전반이 재조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고 측은 향후 3개월 이내에 집단소송(클래스 액션) 인증 절차를 개시할 예정이다. 법원이 인증을 승인하면 소송 규모는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인증이 거부될 경우, 개별 원고가 단독으로 다툴 공산이 커진다.
한편, 미국 내 기업들은 숙련 인력 부족을 이유로 매년 수십만 건의 H-1B 신청서를 제출한다. 그러나 노조와 일부 정치권은 “저임금 구조를 악용해 내국인 일자리와 임금을 잠식한다”는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번 테슬라 소송이 이러한 오랜 갈등에 불을 붙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