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위축 직격탄 맞은 ‘패스트 캐주얼’ 체인…카바·치폴레 등 주가 연쇄 급락

뉴욕 브루클린의 한 카바(Cava) 매장을 나서는 고객이 브랜드 로고가 인쇄된 배달 봉투를 들고 있다. 2024년 5월 6일 촬영된 이 장면은 패스트 캐주얼(fast-casual) 레스토랑이 누려 왔던 고속 성장의 전성기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었지만, 불과 1년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2025년 8월 13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카바 주가는 이날 오후장 한때 16% 급락하며 월가의 실망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전 분기 대비 저조한 매출을 발표한 직후 나타난 반응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치폴레 멕시칸 그릴(CMG)·카바(CAVA)와 같은 패스트 캐주얼 체인은 두 자릿수 동일 점포 매출 성장률을 자랑했으며, 외식 업계 전반이 침체에 빠진 가운데 “승자의 주식”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2025년 봄부터는 매장 방문자가 감소하고 매출 신장세가 멈추거나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패스트 캐주얼이란 무엇인가

패스트 캐주얼은 패스트푸드의 편의성과 캐주얼 다이닝의 품질을 결합한 업태를 말한다. 테이블 서비스를 최소화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신선한 재료·맞춤형 메뉴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기존 패스트푸드와 차별화된다. 예: 치폴레, 카바, 스윗그린(Sweetgreen) 등


경영진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신중해진 소비자’를 지목하고 있다. 스윗그린 공동창업자 겸 CEO 조너선 니먼은 “소비자들이 점점 더 조심스러워지고 있다“고 밝혔고, 카바 CFO 트리샤 톨리버는

“현재 거시경제 환경은 짙은 안개(fog)와 같아 소비자들이 속도를 늦추고 있다”

고 언급했다.

소비자의 지갑이 닫히자 투자자 역시 작년과 달리 빠르게 ‘패스트 캐주얼’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연초 이후(2025년) ○셰이크샥(SHAK) ‑16%, ○치폴레 ‑28%, ○카바 ‑37%, ○스윗그린 ‑70% 등 주가가 줄줄이 하락했으며, 공개 상장된 대표 패스트 캐주얼 중에서는 윙스톱(WING)만이 20% 상승세를 유지했다.

UBS가 8월 10일 발표한 리서치 노트에 따르면 전체 외식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도 냉각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전통적으로 ‘불황형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던 패스트푸드마저 방문객 감소와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스테이크 신규 출시 후 높은 기저효과 등 고유 요인도 언급했지만, 결국 핵심 변수는 가계 심리 악화다. 패스트 캐주얼 고객은 상대적으로 고소득·화이트칼라 비중이 높다는 통념이 있었으나, 치폴레 COO 스콧 보트라이트는

“저소득층 고객 이탈이 2분기 동일 점포 매출 ‑4%를 초래했다”

고 설명했다.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는 4월 52.2로 사상 최저 수준 중 하나를 기록한 뒤 5월에도 정체, 6월 60.7로 소폭 반등했다. 이는 여전히 장기 평균(80~90)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체인별 실적 흐름

윙스톱의 2분기 동일 점포 매출은 ‑1.9%로, 전년 동기 +28.7%에서 급전직하했다. CEO 마이클 스킵워스는 “소비자 조사 결과, 높아진 물가·고용 전망 불안·미래 전반에 대한 불안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스윗그린은 4월부터 ‘더 신중해진 소비자 환경’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스테이크 메뉴 런칭 효과가 사라지고, 로열티 프로그램을 개편하는 과정도 발목을 잡아 예상보다 큰 동일 점포 매출 감소를 보고했으며, 연간 가이던스를 두 분기 연속 하향 조정했다.

가치 제고를 위해 스윗그린은 치킨·두부 제공량 25% 증량, 치킨·연어 레시피 개선, 그리고 로열티 회원 대상 13달러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카바는 IPO(기업공개) 이후 고속 성장을 자랑했지만, 이번 분기 동일 점포 매출 증가율이 2.1%로 월가 컨센서스(6.1%)에 크게 못 미쳤다. 전년 14.4%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와, 초기 매장 활황이 잦아든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잭스 인베스트리서치의 스트래티지스트 트레이시 리니크는 “Q1 10.8%로 업계를 압도하던 카바가 Q2에는 평균 2%대로 내려왔다”고 분석했다.

톨리버 CFO는 “불확실한 매크로 환경이 소비자에게 안개처럼 작용,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게 만든다”고 평가했지만, 카바의 공동창업자 겸 CEO 브렛 슐먼은 저렴한 단백질 메뉴로의 ‘다운 트레이드’ 현상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3분기 들어 동일 점포 매출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하반기 전망과 업계 과제

여러 체인은 6~7월 소비자심리 반등을 근거로 하반기 ‘회복 모멘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치폴레는 2분기 말부터 방문객 수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7월에도 흐름을 이어 갔다고 밝혔다. 스윗그린 또한 3분기 초반 ‘완만한 개선’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다만 윙스톱은 “소비 약세는 여전하다”면서도 작년 고성장에 따른 높은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하반기에는 수치상 반등이 용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자 해설]
패스트 캐주얼은 팬데믹 이후 배달·모바일 주문 확대, 건강 식단 트렌드 등을 발판으로 고속 성장했지만, ‘가성비’에 민감한 소비자 정서 앞에서는 버팀목이 되지 못했다. 브랜드 충성도·메뉴 혁신·로열티 프로그램을 통해 가격 민감도를 낮추는 전략이 단기적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비자심리지수 회복이 실매출 회복으로 연결될지 여부가 업계의 최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