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 2분기 순이익 30% 가까이 감소했지만 시장 기대는 가뿐히 상회

영국-네덜란드 에너지 대기업 셸(Shell PLC)이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하며 순이익(조정 기준) 42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한 수치이나, 시장 컨센서스였던 37억4,000만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셸은 주당 순이익 하락에도 불구하고 높은 배당 성향과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정책을 유지하며 투자자 신뢰를 방어하고 있다. 이날 런던 증시에서 셸 주가는 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 15시 25분경 1.3% 상승해 유럽 에너지 업종 지수의 보합세를 크게 앞섰다.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은 앞으로 3개월간 35억 달러 규모로 지속된다. 셸은 15개 분기 연속으로 최소 30억 달러 이상의 자사주를 사들여 왔으며, 이번에도 그 기조를 유지했다. 배당금 21억 달러까지 포함하면 최근 4개 분기 동안 총주주환원율은 영업현금흐름의 46%로, 회사가 공언한 40~50% 범위에 정확히 들어간다.

사업 부문별로는 마케팅 부문(주유소·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포함)이 높은 유통 마진 덕분에 최근 10년 내 최고의 2분기 실적을 올렸다. 반면 통합 가스(Integrated Gas) 부문은 예상을 하회했다. 재무책임자 시네드 고먼(Sinead Gorman)은 “가스 트레이딩 성과가 다소 부진했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모내카(Monaca) 폴리머 공장 가동 중단으로 화학 부문에서도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고먼 CFO는 “2022년 대비 39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달성해 2028년까지 50~70억 달러를 줄이겠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강조했다. 2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19억 달러로, 전년 동기의 135억 달러보다는 낮았으나 여전히 견조한 수준이다.

유가 하락 및 화학 시장 침체가 실적 압박의 핵심 배경이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평균 가격은 2분기에 배럴당 67달러를 기록해 1분기 75달러, 전년 동기 85달러보다 크게 낮았다. 고먼 CFO는 “가격 변동이 수급 펀더멘털과 괴리를 보인다고 판단해, 당사는 보수적이고 위험 회피적인 유가 트레이딩 전략을 구사했다”고 말했다.

“화학 업계가 처한 환경은 정말 가혹하다( Goodness, I feel sorry for the chemicals industry ).” — 시네드 고먼 CFO

한편 경쟁사 BP는 8월 5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유가 트레이딩이 강력했다”고 사전 공시한 상태다. 셸과 달리 적극적 포지셔닝으로 유가 변동을 활용했다는 의미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연합)이 자발적 감산을 단계적으로 철회하면서 2분기 국제 유가는 약세를 보였다. 다만 6월 말 이스라엘·이란 간 긴장 고조로 단기 급등이 나타나며 변동성이 확대되기도 했다.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상반기 아시아 수요가 부진해 유럽 재고 확보가 용이했으나, 고먼 CFO는 “여름 이후에는 시장이 다시 타이트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2022~2023년과 같은 극심한 변동성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LNG 세계 1위 트레이더인 셸로서는 차익거래(Arbitrage) 기회가 감소한다는 의미다.


전문가 해설: 알아두면 좋은 핵심 용어

통합 가스(Integrated Gas)는 LNG 생산·운송·마케팅과 가스 발전사업을 통합한 셸의 핵심 부문이다. 원료 확보부터 발전·판매까지 전 가치사슬을 아우르는 구조로, 유가보다 가스 가격 및 트레이딩 성과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OPEC+는 2016년 이후 전통적 OPEC 회원국(사우디아라비아, UAE 등)과 비회원 산유국(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이 함께 결성한 협의체다. 유가 안정을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며, 국제 유가 변동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자사주 매입(Share Buyback)은 기업이 시중에 유통되는 자사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거나 금고주로 보유함으로써 주당 가치와 주주환원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다. 이익 변동성이 큰 에너지 기업이 배당과 함께 즐겨 사용하는 주주친화 정책으로 평가된다.


기자 관점·시장 시사점

셸은 대규모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배당·자사주 매입을 유지하며 투자자 환심을 사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유가 하락과 LNG 변동성 축소라는 이중 부담이 이어질 경우, 트레이딩 수익으로 실적을 메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화학 부문은 구조적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포트폴리오 재편과 자산 매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셸이 제시한 2028년까지 50~70억 달러 비용 절감 목표는 탈탄소·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필수적인 재원 마련 전략으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은 향후 몇 분기 동안 유가 반등과 LNG 수급 개선 여부, 화학 부문 구조조정 속도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셸의 2분기 실적은 감소했으나 질적 우려는 제한적이며, 자사주 매입·배당 기조가 유지되는 한 단기 투자심리는 긍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 중심 사업 모델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어떤 방식으로 완화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