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키티맷에 건설된 북미 서해안 최초의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기지 ‘LNG 캐나다(LNG Canada)’가 본격 가동 초기 단계에서 설비 이상을 겪고 있다.
2025년 7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복수의 업계 관계자와 LSEG 선박 추적 자료는 해당 설비의 가스 터빈 및 냉매 생산 유닛(Refrigerant Production Unit, RPU)에서 기술적 문제가 잇따라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차질로 인해 최소 한 척의 LNG 운반선이 빈 상태로 항로를 변경해 페루로 향했으며, 일부 선박은 키티맷 인근 해역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원 기사에 따르면 설비는 지난 7월 1일 첫 선적 이후 현재까지 총 네 건의 화물을 출하했다. 정상 가동 시 하루 20억 입방피트(bcfd) 규모의 가스를 액화해 연간 1,400만t(mtpa)을 수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첫 번째 액화 설비(트레인 1)의 가동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부 캐나다 가스 가격, 여전히 약세
시장 참가자들은 LNG 캐나다의 가동이 캐나다 내 공급 과잉을 완화해 가격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해 왔다. 그러나 7월 29일 AECO 허브 현물가는 0.22달러/mmBtu로 미국 헨리허브(3.12달러) 대비 큰 폭으로 할인돼 거래됐다. 이는 설비 가동 차질이 수급 개선 효과를 제한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새로 건설된 대형 LNG 기지는 시운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시행착오를 겪는다. 안정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고 LNG 캐나다 대변인은 설명했다. 그는 또 “1단계가 정상화되면 이틀마다 한 척의 화물을 선적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선박 회항 사례
LSEG 데이터에 따르면, 170,520㎥급 ‘페롤 크누센(Ferrol Knutsen)’호는 키티맷 입항 예정이었으나 항로를 틀어 캘리포니아 해역을 거쳐 페루로 이동 중이다. 구체적 회항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설비 이상으로 화물 적재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키티맷 인근에는 다른 LNG 운반선 다수가 대기 중이며, 셸(Shell)은 내부 로딩·운항 계획을 수시로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 구조와 이해관계
LNG 캐나다는 셸(주도사)·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중국 페트로차이나·일본 미쓰비시·한국 가스공사(KOGAS)가 참여한 공동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는 약 180억 달러로, 착공 후 7년 만인 올해 7월 공식 출하를 시작했다.
*bcfd는 billion cubic feet per day(일일 10억 입방피트)로, 천연가스 생산·소비량을 나타내는 북미 표준 단위다. *AECO 허브는 캐나다 알버타주에 위치한 대표적인 가스 집하·저장 거점으로, 현물 가격 지표로 활용된다.
기술적 문제의 성격
가스 터빈은 천연가스를 고온·고압 상태로 연소해 압축기를 구동, 냉매 순환과 액화 프로세스를 실질적으로 견인하는 핵심 설비다. 터빈 효율 저하나 베어링·블레이드 손상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출력 감소와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
RPU는 액화를 위한 혼합 냉매를 제조·정제하는 장치로, 냉매 조성의 미세한 오차도 열교환 효율을 떨어뜨리고 전체 생상량을 제약할 수 있다. 따라서 초기 배합·안정화 단계에서 잦은 조정이 요구된다.
향후 전망과 과제
공급망·가격 측면에서 아시아 LNG 시장이 최대 수혜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서부 캐나다 가스는 미국 걸프 연안 경유 대비 항로가 짧아 운송비 우위가 있으며, 일본·한국·중국의 수요가 지속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다.
다만 현재와 같은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캐나다 가스업계가 기대한 현물가격 반등과 수출 확대 효과는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는 앞으로 수 주 내 설비 시험가동을 마무리하고, 2025년 말까지 두 번째 트레인(Train 2) 건설과 병행해 안정적인 출하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 의견
에너지 컨설턴트들은 “초대형 LNG 프로젝트의 ‘램프업(ramp-up) 기간’은 보통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며, “LNG 캐나다의 경우 북미 최초 서해안 기지인 만큼 배관·항만·전력망 등 인프라 최적화에도 추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환경·원주민 협의 절차가 엄격한 캐나다 규제 환경을 고려할 때 예기치 못한 변수에 대비한 운영 리스크 관리가 성공 열쇠라고 입을 모았다.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
1) 북미 가스 플로우 재조정: 서부 캐나다 가스가 아시아로 직수출되면, 미국 북동부·중서부로 향하던 파이프라인 물량이 줄어 헨리허브 스프레드 구조가 변동할 수 있다.
2) 글로벌 LNG 공급 다변화: 중동·호주 의존도 완화와 계절적 가격 변동성 완충이 기대된다.
3) 탄소중립 추진 동력: 프로젝트 파트너사들은 통합 전기 구동 방식,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등 탄소배출 최소화 기술을 순차 적용할 계획이다.
결국 단기적 생산 차질이 있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캐나다 천연가스 산업 전반의 수익성 제고와 아시아 시장 내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