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브론(Chevron)이 55억 달러 규모의 헤스(Hess) 인수·합병(M&A)을 마무리한 직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지역에서 총 575개 일자리를 전격적으로 감축했다.
2025년 7월 2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대규모 감원 사실은 텍사스 노동위원회(Texas Workforce Commission)에 제출된 워커 조정·재훈련 통지서(Worker Adjustment & Retraining Notification·WARN)를 통해 공식 확인됐다.
해당 WARN 통지서는 2025년 7월 18일 자로 발행됐으며, 셰브론이 헤스를 완전히 인수해 거래를 종결(finalize)한 바로 그 시점에 인력 구조조정이 단행됐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WARN 법은 미국 연방법으로서 ※대규모 해고나 공장 폐쇄가 있을 경우 60일 이상 사전 통보를 의무화한다는 규정이다.
구체적 일정에 따르면 575명 규모의 감축은 2025년 9월 26일부로 효력이 발생한다. 이번 인원削減(삭감)은 휴스턴 에너지 허브에 집중돼 있어, 지역 경제와 석유·가스 업계 인력 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합병 절차는 1년 이상 규제 승인 지연으로 표류했으나, 셰브론은 승인만 떨어지면 즉각 합병 완료에 착수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철저히 준비해 왔다. IT 부서 직원들은 양사 시스템 통합,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보안 프로토콜 일원화를 위해 정기 회의를 이어왔고, 헤스 직원들에게는 합병 완료 직후 희망 퇴직 또는 퇴직 위로금(Severance Package) 신청 기회가 사전 고지됐다.
“기술 시스템 전환과 직원 통합에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다.”
셰브론의 마이크 워스(Mike Wirth)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이번 통합은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 강화를 위한 핵심 단계”라며, “인력 재배치·조정 과정 역시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커 조정·재훈련 통지서(WARN)란?
WARN 법은 1988년 제정된 미국 연방법으로, 100명 이상의 직원을 둔 사업장이 50명 이상을 해고하거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할 때 최소 60일 전 사전 통지를 의무화한다. 이는 해고 대상자가 재취업·재훈련을 준비할 기회를 보장하고, 지역 사회가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도록 돕기 위한 장치다.
이번 사례처럼 에너지 기업의 M&A 이후 대규모 중복 인력이 발생하면 WARN 발동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셰브론은 2020년 노블에너지(Noble Energy)를 인수한 뒤에도 비슷한 규모의 인력 조정을 실시한 바 있다.
휴스턴 에너지 허브에 미칠 영향
휴스턴은 세계 최대 석유·가스 클러스터 중 하나로, 다국적 메이저뿐 아니라 서비스·장비·기술 스타트업이 집적된 지역이다. 575명 감원은 휴스턴 전체 고용 대비로는 미미한 수치일 수 있으나, 고숙련 엔지니어·IT 전문 인력이 집중된 석유·가스 업계 특성상 파급 효과가 크다. 특히 프로젝트 관리, 정보기술(IT) 통합, 해양 탐사 분야 종사자에게 단기적 인력 공급 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셰브론·헤스 통합의 전략적 배경
셰브론은 이번 인수로 가이아나 해상 Stabroek 블록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했고, 2030년까지 일일 100만 배럴에 달하는 생산잠재력 확대를 노린다. 반면 헤스는 대형 프로젝트 자본 부담을 해소하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한다는 목적을 달성했다. IT·디지털 전환 부문 중복 제거, 탐사·생산(E&P) 설비 최적화 등을 통해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목표로 제시된다.
전문가 시각
필자는 이번 감원이 과도기적 비용 절감 조치라는 점에 주목한다. 국제 유가가 2024년 하반기 이후 박스권을 형성하면서, IOC(국제석유기업)들은 배당 확대와 주주환원을 우선순위에 둬 왔다.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운영비 최적화는 주주가치 극대화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다만 고급 기술·IT 인력을 대거 잃을 경우 디지털 전환 속도가 둔화될 위험도 존재한다.
향후 전망
합병 이후 첫 2년간은 시스템 통합·문화 융합·규제 보고 체계 일원화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휴스턴 내 타 기업으로 이동하는 고급 인력이 늘면, 지역 내 지식·경험 재순환이 가속화돼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혁신 생태계가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셰브론의 선택은 단기적 인력 효율화와 장기적 성장 동력 확보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향후 분기별 실적 발표에서 재무적 시너지와 생산량 증대가 얼마나 빨리 현실화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