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브론·엑슨, 소송 종결 후 가이아나 유전에서 새로운 동행 모색

셰브론(Chevron Corp.)엑슨모빌(Exxon Mobil)이 530억 달러 규모의 헤스(Hess Corp.) 인수와 관련된 중재 소송에서 셰브론이 승리함에 따라, 두 ‘석유 공룡’이 갈등을 봉합하고 새로운 협력 국면에 진입할 전망이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중재 패소로 엑슨이 제기했던 법적 걸림돌이 제거되면서, 셰브론은 가이아나에서 확인된 대형 유전에 대한 의미 있는 지분 확보를 확정지었다. 해당 유전은 엑슨이 운영권과 과반 지분을 보유한 구역으로, 세계 원유 업계의 ‘핫스팟’ 중 하나로 꼽힌다.

그동안 엑슨은 2024년 3월 중재요구를 통해 헤스 인수 계약을 저지하려 했으나, 중재 재판부가 셰브론의 손을 들어주면서 인수 절차가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이에 대해 마이클 워스(Michael Wirth) 셰브론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전 세계에서 엑슨과 오랜 기간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해 왔다. 파트너십은 우리의 핵심 가치이며, 앞으로도 협력 방안을 찾을 것”

이라며 낙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소송 이후 달라진 역학 관계

이번 결정으로 셰브론은 지난 몇 년간 제기돼 온 ‘매장량 보강 능력’ 의문을 불식시켰다. 엑슨 역시 가이아나 사업의 안정적 운영권을 유지하면서 셰브론과의 공동 개발을 통해 투자 리스크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워스 CEO는 블룸버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업계 동료들과는 언제나 전문적이고 존중 어린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7년째 셰브론을 이끌고 있는 그는 이번 판정이 회사의 성장 궤적을 강화하는 ‘중요 분기점’이라고 평가했다.


협업 구조와 향후 과제

원유·가스 업계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합작 투자가 일상화돼 있다. 협업이 필수적인 이유는 대형 유전 개발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과 정치·환경적 리스크 때문이다. 셰브론과 엑슨의 가이아나 프로젝트 역시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힌 복합 사업으로, 두 기업의 공존이 전체 밸류체인 안정성에 직결된다.

‘중재(arbitration)’란 국제 상사 거래에서 분쟁을 법원이 아닌 사설 중재판정부가 해결하는 절차를 말한다. 익숙지 않은 일반 투자자라면 ‘사법 결정’과 유사하지만 1판정 결과가 국제적으로 집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시장 관측통들은 이번 합의를 통해 두 회사가 향후 10년간 가이아나 유전을 글로벌 핵심 생산기지로 육성할 잠재력이 커졌다고 진단한다. 동시에, ‘탄소배출 감축’ 압력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확장 전략을 어떻게 균형 있게 추진할지 역시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전문가 해설 및 전망

필자는 본 건이 ‘기업 간 갈등 → 공존’으로 전환되는 교과서적 사례라고 본다. 엑슨의 중재 제기는 단기간 경영 불확실성을 높였지만, 결과적으로 셰브론의 자산 확충과 엑슨의 지분 방어라는 윈-윈 구도가 형성됐다. 양사가 ‘가이아나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할 경우, 기후·지정학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얽힌 다른 해외 유전에서도 유사한 파트너십 전략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제유가 변동성·규제 리스크·지역사회 반발 등은 여전히 잠재적 변수로 남는다. 특히 가이아나가 향후 개발 속도를 조절하거나, 환경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셰브론과 엑슨은 투명한 지배구조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을 강화해 장기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중재 종결은 단순한 법적 승패를 넘어, 세계 에너지 산업이 ‘협력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로 진입했음을 방증한다. 두 회사가 손잡고 대형 프로젝트의 시너지를 극대화할지, 아니면 이해 충돌로 재차 마찰을 빚을지는 향후 투자자와 시장의 예의주시 대상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