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브런, 550억 달러 헤스 인수 마무리…가이아나 초대형 유전 진출로 성장동력 확보

휴스턴발—미국 석유 메이저 셰브런(Chevron)가이아나 해상 스타브로크 블록(Stabroek Block) 진출에 성공하며 수년째 제기돼 온 성장 동력 부재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셰브런은 이날 550억 달러(약 72조 원) 규모의 헤스(Hess) 인수를 최종 마무리하고, 헤스가 보유하던 스타브로크 블록 지분을 확보했다. 이번 거래는 미국 석유·가스 업계에서 역대 최대 규모 중 하나로 꼽히며, 셰브런은 이로써 11억 배럴 이상거대한 매장량을 손에 넣었다.

스타브로크 블록은 최소 110억 배럴(boe) 이상의 매장량을 보유한 최근 수십 년간 가장 큰 유전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인수는 매장량 고갈 우려가 커지던 셰브런의 ※ 매장량(Reserves): 상업적으로 생산 가능한 석유·가스의 추정 잔량 재고를 단숨에 확대해 줬다.


■ 셰브런 성장전략에 숨통

마이크 워스(Mike Wirth)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결합으로 당사 성장 곡선이 차세대까지 연장됐다”고 강조했다. 투자업계 역시 긍정적이다. 아메리칸 센추리 인베스트먼츠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데이비드 번스(David Byrns)는 “2030년대까지 이어질 프리 캐시플로우(FCF) 공백을 채웠다”며 회사의 장기 배당 여력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셰브런은 2024년 말 기준 9.8억 boe로 10년래 최저치의 매장량을 기록했고, 유기적 매장량 대체율(Organic Reserve Replacement Ratio)은 45%에 그쳤다.

‘대체율 100%’는 생산한 만큼 새 매장량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영국 셸(Shell)·프랑스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는 100% 이상을 유지했다.

헤스 인수 후 예측 생산량도 고무적이다. 거데스 에너지리서치의 존 거데스(John Gerdes) 사장은 2030년 셰브런의 일일 생산량이 431만 boe단독 기준 대비 대폭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참고로 2024년 실제 생산량은 330만 boe였다.


■ 극적 관문…엑손모빌과의 법적 공방

스타브로크 블록 운영사 엑손모빌(Exxon Mobil)과 중국 중해석유공사(CNOOC)는 작년 ‘선매권’을 주장하며 중재 절차에 돌입했다. 만약 패소했다면 셰브런의 인수는 무산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셰브런은 법적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며 지분 확보에 성공했다.

선매권(right of first refusal)은 기존 파트너가 제3자보다 우선적으로 지분을 매입할 권리다. 글로벌 에너지 프로젝트에서 흔히 적용되며, 분쟁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 주가·재무 리스크 완화

그럼에도 과제는 남아 있다. 셰브런 주가는 지난 1년간 7.5% 하락했으며, 이날도 장중 2% 밀렸다. 최근 글로벌 구조조정·안전사고·베네수엘라 수출 차질이 겹친 탓이다.

또 다른 장기 변수는 카자흐스탄 텡기즈(Tengiz) 유전 운영권(2033년 만료) 연장 여부다. 셰브런은 텡기즈셰브로일(Tengizchevroil) 지분 50%를 갖고 있으며, 확장 완공 뒤 일일 100만 boe 생산을 목표로 한다.


■ 전문적 해설: ‘boe’와 ‘FCF’ 이해하기

업계에서 많이 쓰이는 boe(barrels of oil equivalent)는 원유·천연가스 등 여러 에너지원을 ‘원유 배럴’ 기준으로 환산한 단위다. 예컨대 천연가스 6,000입방피트(ft³)를 1 배럴로 본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자원의 규모를 직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프리 캐시플로우(Free Cash Flow)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 투자 자금을 뺀 금액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의 재원이 된다. 석유업계는 유가 변동에 따른 현금흐름 리스크가 커 FCF 중요도가 특히 높다.


■ 관전 포인트 및 전망

셰브런은 가이아나 진출로 중·장기 성장성과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돌파구를 마련했다. 다만 텅기즈 계약 재협상, 글로벌 탈탄소 기조, 유가 변동성 등 복합 변수가 여전하다. 가이아나 해상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여서, 운영사 엑손모빌과의 협력관계 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결국 셰브런이 안정적 배당 정책을 유지하려면 스타브로크 프로젝트의 생산 속도·원가·정치 리스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하느냐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