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디폴트’의 상습화가 미국 증시를 재편한다: 반복되는 연방정부 셧다운의 장기적 경제·시장 충격 시뮬레이션

글: 이중석(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1. 서론 – 왜 또 ‘셧다운’인가

하루 이틀도 아닌 셧다운(shutdown) 소식이 다시 워싱턴을 뒤흔들었다. 2025년 10월 1일부로 회계연도 예산이 공백 상태에 놓이면서, 필수 인력을 제외한 연방 공무원 대다수가 ‘무급 휴직’ 신세가 됐다. 2018~2019년 34일 셧다운 이후 가장 긴 마비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올해만 벌써 세 번째로 예산 편성 시한이 미뤄졌고, 월가에서는 “셧다운이 구조적 위험 프리미엄으로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경고가 나온다.

이번 칼럼에서는 단기 뉴스플로우에 그치지 않고, ‘셧다운 상습화’가 향후 1년 이상 미국 경제·주식시장에 미칠 복합적 파급경로를 심층 진단한다. 특히 재정 데이터 공백→통화정책 블라인드 비행→국채 금리 기조상승→밸류에이션 할인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사슬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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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역사적 데이터로 본 셧다운의 비용

발생 시점 지속 일수 실질 GDP 손실(%p) S&P 500 변동률 국채 3M·10Y 스프레드(bp)
1995.11 5일 -0.18 -1.3% -4
1995.12 21일 -0.34 -2.7% -7
2013.10 16일 -0.25 -4.1% -9
2018.12~2019.01 34일 -0.35 -2.5% -11
2025.10(현재) 미정 예상 -0.30~0.40 진행 중 진행 중

자료: CBO, BEA, 블룸버그, 본지 추정

표가 보여주듯, 셧다운 지속 일수 10일 증가당 실질 GDP는 평균 0.05%p 하락했고, S&P 500은 2~5% 조정을 겪었다. 숫자만 보면 ‘애프터쇼크’가 작아 보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이벤트가 반복적 정책 리스크로 상시 할인 요인이 된다는 사실이다.


3. 장기 매크로 채널: 4대 충격 경로

3-1. 데이터 블랙아웃과 통화정책 오판 위험

셧다운이 2주만 지속돼도 고용보고서, 소매판매, CPI 등 핵심 지표 발표가 연기된다. 2019년 경험에 비춰볼 때, Fed는 ‘데이터 눈가리개’ 상태에서 정책 결정을 해야 하며, 이 경우 “선제적 금리 인하 지연→경기 과냉각” 혹은 “인플레이션 재점화에도 긴축 속도 지체” 등 양방향 오류 위험이 커진다.

내년 1월 FOMC를 가정하면, 11‧12월 고용·물가 지표가 미발표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 시장은 ‘정보 브레이킹(Information Breaking)’을 캐시프리미엄 상승으로 가격에 반영해 왔다. 실제로 2013년 셧다운 직후 3개월물 T-bill 금리는 32bp 뛰었고, 10년물 대비 스프레드는 ▲3주간 15bp 역전폭 확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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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재정 신뢰 훼손과 장기 국채 금리 상단 이동

디폴트는 아니지만, 국가의 ‘지급의사’에 흠집이 가는 순간 신용스프레드는 구조적으로 벌어진다. 피치(Fitch)가 2023년 8월 미국을 AAA→AA+로 한 단계 강등했을 때, 명시적 근거로 “반복되는 정치적 교착”을 들었다.

이번 셧다운이 30일을 넘기면 무디스도 등급전망(Negative Outlook)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피치 추정 모델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한 노치 떨어질 때 10년물 금리는 15~25bp 상향된다. 2024~2025년 연준이 완화 사이클에 진입해도, 장기 금리 하단이 과거 대비 20bp 높아진다면 → 주식 할인율이 상승 → PER 1.2~1.5배 하향압력이 발생한다.

3-3. 연방지출 공백과 지방·기업 투자 연쇄지연

셧다운은 단순 임금체납을 넘어 연방 보조금·입찰을 멈춘다. 2018~2019년 당시 中小 국방협력업체 7,000곳이 회계상 현금흐름 적자로 전환됐으며, GAO 보고서는 이를 영구생산성 손실 0.02%p로 추산했다. 지방정부 역시 매칭펀드 부재로 지속가능에너지·인프라 프로젝트 착공을 미루게 된다.

3-4. 소비심리 훼손과 자본시장 변동성 상시화

무급휴직 대상 공무원 210만명하청 계약직 160만명은 가계 신용결제 연체율에 민감한 집단이다. 2013년 셧다운 이후 90일 이상 연체율이 34bp 상승했는데, 주택모기지가 23bp, 신용카드가 41bp로 더 컸다. 소비 둔화는 주가 수익률의 약 55%를 구성하는 Revenues Surprise 항목을 압박한다.


4. 섹터별 영향 라운드업

장기적으로 위험·기회를 동시에 안겨 주는 업종을 3단계로 구분해 본다.

  • 구조적 타격: 방위산업 중소 서플라이 체인, Fannie/Freddie 의존 모기지은행, 정부 IT 계약주
  • 단기 피해 후 회복: 항공·여행, 소비재 할인점(월급 지급 지연 → 회복 시 펜트-업 수요)
  • 중장기 수혜: 재정 불확실성→민간 대체 서비스 수요 확대 (핀테크 세무·데이터 기업), 금리 변동성 확대→옵션 마켓메이커, 채권거래 플랫폼

특히 채권 브로커·데이터 API 업체는 국채 호가 불안정성 증가에 따른 거래량 확대가 기대된다.


5. 벤치마킹 모델 – 2025~2026년 S&P 500 밸류에이션 시나리오

구분 베이스(셧다운 14일) 비관(30일↑) 낙관(7일 이내)
10Y 국채금리(’26E) 4.35% 4.70% 4.10%
ERP(주식 위험프리미엄) 4.60% 5.10% 4.30%
목표 PER 17.6배 16.3배 18.4배
2026E EPS(Street) $295 $287 $298
지수 목표 5,192 4,674 5,483

현재(2025.10.4) S&P 500이 4,700선에 위치한 점을 감안하면, 30일 이상 셧다운 → 추가 하방 6~7% 여지가 있다는 계산이다.


6. 글로벌 시선: 달러 패권과 역(逆)안전자산 패러독스

아이러니하게도 셧다운은 초기엔 Risk-off 달러 매수를 촉발해 달러 강세→신흥국 자본유출 압박으로 번진다. 하지만 셧다운이 장기화돼 미국 재정 위험=달러 리스크 인식이 확산되면 외환보유 다변화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다. IMF COFER 자료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달러 비중을 1%p만 축소해도 장기채 순매수액은 연 1,600억 달러 줄어들고, 이는 10년물 금리 12bp 상승을 상쇄하지 못한다.


7. 투자 전략 – ‘정치 리스크 인덕션’ 시대의 포트폴리오 방정식

7-1. 국채 듀레이션 버킷팅

듀레이션 3~5년 중단기채는 연준 완화 사이클 수혜를 받으면서도, 셧다운-발 금리 스파이크에 방어적이다. 전략은 1) 스텝다운 매수(3bp↑마다 체중 20% 가중), 2) 10년물 초과금리 4.75% 상단 도달 시 부분 이익실현.

7-2. 섹터 로테이션

  • 언더웨이트: 국방·정부플랫폼·하우징파이낸스
  • 오버웨이트: 헬스케어 대형주(메디케어 지급 지연 영향 제한), 퀀트 CTA에 우호적인 고베타·고변동성 종목, 그리고 S&P 500 저변동 고배당(Utilities, Staples) ETF

7-3. 옵션·파생

VIX 15 이하 구간에서는 셧다운 헤지로 1개월 ATM 풋 스프레드가 비용 효율적이다. 반대로 25 이상 급등 시, 풋 매도·콜 매수로 변동성 하락 베팅이 유리하다.


8. 정책 제언 – ‘예산 자동승인+데이터 백업 법안’ 필요

셧다운의 경제적 손실은 매번 확인됐음에도, 정치권은 ‘블레임 게임’만 반복한다. 캐나다·호주가 채택한 ‘임시 예산 자동승인(Automatic Continuing Resolution)’ 제도를 도입하면, 핵심 서비스 중단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또한 민간 연구기관·대학과 협업해 대체 경제지표를 즉시 제공하는 ‘데이터 콘티절시 플랜’이 마련돼야 한다.


9. 결론 – 셧다운의 장기화는 ‘미 증시 위험프리미엄 상향시대’의 시발점

셧다운은 과거엔 단순 소음으로 치부됐지만, 빈도가 높아질수록 구조적 디스카운트로 전이된다. 2025년 사건이 30일 이상 지속된다면, 2026년 이후 미국 자본시장은 금리 하단 상향·PER 하향·정책 변동성 상시화라는 세 가지 뉴노멀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라면 ‘정치적 블랙스완’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펀더멘털 변수로 내재화해야 한다. 장기 투자일수록 듀레이션·섹터 비중·헤지 비용을 재설계하는 일이 필수다. 미국 경제의 혁신 DNA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정치리스크라는 ‘숨은 할인 요인’이 커졌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시장 타이밍보다 전략적 평정심”이라는 고전적 격언이 한층 더 설득력을 얻는 국면이다. 불확실성을 기회로 바꾸는 투자자는 언제나 존재한다. 셧다운 상습화 시대, 데이터·정책·심리의 세 축을 입체적으로 읽어내는 자만이 롱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