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내 바이오의약품 기업 셀트리온이 미국 내 글로벌 제약사 소유 생산시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결정은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에 따른 사업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2025년 7월 29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셀트리온 창업자 겸 대표이사 서정진 회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해당 공장 인수 및 운영에 총 7,000억 원(미화 5억 3,780만 달러)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미국 관세 정책 변화에 따라 추가로 3,000억 원에서 최대 7,0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국가안보 차원의 제약 산업 조사를 진행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달 초 “의약품 관세를 최대 200%까지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셀트리온은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원가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서 회장은 “관세가 실제로 부과되면 약가 상승과 경쟁 약화로 인해 수익성이 오히려 개선될 수 있는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계약의 매도자와 공장 위치에 대해서는 “최종 계약이 체결되는 10월 초까지 비공개”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투자 규모와 구조
셀트리온은 초기 7,000억 원을 “인수 대금과 설비 최적화 비용”으로 책정했다. 관세 수준이 구체화될 경우 ▲3000억 원 ▲5000억 원 ▲7000억 원 등 단계별 추가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회사 측은 “미국 내 완전 가동 시 연간 대규모 바이오시밀러 생산 캐파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 해설: ‘바이오시밀러’란?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는 화학 합성 의약품의 ‘제네릭’과 달리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해 만든 단백질 기반 치료제다. 구조가 복잡해 제조 공정이 까다로우며, 원개발사 특허 만료 이후에도 기술 장벽이 높다. 셀트리온은 램시마·트룩시마 등 바이오시밀러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관세 리스크와 현지화 전략
미국이 의약품을 ‘국가안보 품목’으로 지정해 고율 관세를 적용할 경우, 해외 생산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셀트리온은 공장 인수를 통해 현지 생산→현지 공급→현지 판매의 가치사슬을 구축함으로써 관세 부담을 회피하고, 현지 고용 창출 등 경제적 파급효과도 노릴 전망이다.
비공개 사항과 향후 일정
셀트리온은 ▲매도자 이름 ▲공장 위치 ▲세부 설비 사양 등에 대한 구체 정보는 10월 초 본계약 체결 시까지 공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동부 지역의 다국적 제약사 공장”이라는 추측이 나오지만, 회사 측은 “시장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함구” 입장을 고수했다.
시장 영향 분석
바이오 산업 애널리스트들은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 국면에서 한국 기업의 현지화 전략은 필수”라며 이번 인수 추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고율 관세가 실제 적용될 경우 미국 내 의약품 가격 상승과 보험 재정 부담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셀트리온 주가는 공장 인수 소식이 전해진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2%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장중 변동) 투자자들은 관세 리스크 대응뿐 아니라 미국 시장 매출 확대 기대감에도 주목하고 있다.
향후 과제
계약 체결 후 셀트리온의 최우선 과제는 ▲미국 FDA(식품의약국) 생산 시설 인증 ▲공정 밸리데이션(검증) ▲현지 인력 교육 및 채용 등이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이 해당 공장을 통해 단순 위탁생산(CMO)뿐 아니라 자체 파이프라인 제조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강조된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 이슈는 미국 의약품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정치적 요구와 맞물려 있다. 셀트리온의 이번 투자는 해당 정책 기조에 부합해 미국 측 승인 절차가 상대적으로 원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론
셀트리온은 고율 관세 리스크를 회피하고 미국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 투자를 단행했다. 최종 계약이 10월 초 체결되면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메이드 인 USA’ 확대 흐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관세 정책,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국 현지 생산 기조 등 여러 변수가 맞물리면서 이번 인수가 셀트리온은 물론 국내 바이오산업 전반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