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리카, 15억 파운드 규모 그레인 LNG 터미널 지분 인수…주가 1.5% 상승

영국 에너지 대기업 센트리카(Centrica)가 전략적 자산인 그레인(Grain)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힘입어 주가가 1.5% 상승했다.

2025년 8월 1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센트리카는 에너지 캐피털 파트너스(Energy Capital Partners)와 손잡고 해당 터미널의 기업가치 15억 파운드(약 2조6,000억 원)에 달하는 지분 50%를 취득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거래 구조는 무소구(non-recourse) 프로젝트 파이낸스 방식을 활용해 11억 파운드 규모의 신규 차입을 조달하고, 센트리카가 현금 2억 파운드만을 투입하도록 설계됐다. 무소구 대출은 프로젝트 자체 현금흐름으로만 상환을 보장하며, 모회사에 상환 책임이 미치지 않는 구조를 의미한다.

LNG 선박


그레인 LNG 터미널이 갖는 전략적 의미

그레인 터미널은 영국 남동부 켄트(Kent)주 아일 오브 그레인(Isle of Grain)에 위치한 유럽 최대 규모의 LNG 수입 터미널 가운데 하나다. 본 시설은 ▲수입·수출 물량 처리 ▲기화(氣化) 설비 ▲단기 가스 저장 및 급격한 수요 변동에 대응하는 ‘레피드 리스폰스’(rapid response) 기능을 보유해 영국 에너지 시스템의 안전성과 유연성을 뒷받침한다.

센트리카는 “해당 자산은 수십 년간 영국의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를 강화할 것”이라며, 탄소중립(넷제로) 전환 과정에서도 가계·기업에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크리스 오셰이(Chris O’Shea) 센트리카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그레인 터미널은 영국이 넷제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십 년간 국가 에너지 안보를 뒷받침할 전략적 자산”이라고 말했다.

계약 조건 및 재무 전망

회사 측에 따르면 터미널의 용량 100%가 2029년까지 이미 계약돼 있으며, 2038년까지 70% 이상, 2045년까지 50% 이상이 장기 계약으로 묶여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센트리카는 자사 지분 기준 연간 EBITDA 1억 파운드를 기대하며, 2026~2028년 평균 현금 배당(분배금)은 연간 2,000만 파운드 수준으로 예상했다.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 센트리카는 무차입 기준 내부수익률(IRR) 약 9%, 자기자본 기준 IRR 약 14%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회사가 2028년까지 EBITDA 16억 파운드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견고히 뒷받침한다.


LNG와 에너지 전환: 왜 중요한가?

LNG(액화천연가스)는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까지 냉각해 부피를 600분의 1로 줄인 형태로, 운송·저장 효율이 뛰어나 국제 에너지 시장의 유연성을 높인다. 영국은 북해 가스 생산량 감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 리스크로 수입선 다변화 필요성이 커졌다. 이런 배경에서 대용량 LNG 인수시설은 에너지 공급망 안전판 역할을 한다.

또한 천연가스는 석탄 대비 CO₂ 배출량이 약 50% 적다는 점에서 ‘브리지 연료(bridge fuel)’, 즉 재생에너지 시대 전환 과정의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한다. 센트리카의 이번 인수는 화석연료 사용을 완전히 종식하기 전, 전환기 연료 확보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장 반응 및 주가 흐름

거래 발표 직후 센트리카 주가는 런던 증시에서 1.5% 상승한 145.30펜스에 거래됐다종가 기준. 전문가들은 장기·인플레이션 연동 계약에 기반한 현금흐름 가시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방어적 특성을 갖춘 인프라 자산 편입으로 센트리카 밸류에이션 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는 변동성 높은 글로벌 LNG 가격금리 상승에 따른 차입 비용 부담을 잠재적 리스크로 꼽는다. 무소구 구조라 해도 프로젝트 현금흐름이 예상치에 못 미칠 경우 배당 여력이 축소될 수 있어서다.


용어 해설

무소구(non-recourse) 프로젝트 파이낸스: 프로젝트 자산 및 현금 흐름만을 담보로 차입을 일으키는 구조다. 대출기관은 프로젝트 실패 시 차주(모기업)에게 상환을 요구할 수 없다.

EBITDA: 이자·세금·감가상각·무형자산상각 전 이익으로, 기업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창출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IRR(내부수익률): 투자금 대비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일치시키는 할인율이다. 일반적으로 IRR이 자본비용보다 높으면 투자 매력이 있다고 평가된다.


전망과 결론

센트리카의 그레인 터미널 인수는 에너지 안보 강화·탄소중립 전환·현금흐름 안정성 확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이미 계약된 물량이 장기간 보장돼 있어 예측 가능한 수익이 담보되는 한편, 기후 대응 규정 강화러시아발 공급 차질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환경에서도 리스크 헤지 효과가 기대된다.

결국 이번 거래는 영국뿐 아니라 유럽 전역의 에너지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인프라 자산의 장기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연동 현금흐름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새로운 기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