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업체 두 곳이 손을 맞잡았다. 세일즈포스(NYSE:CRM)와 서비스나우(NYSE:NOW)가 AI 기반 고객 컨택센터(cloud contact center) 전문 기업인 제네시스 클라우드 서비스(Genesys Cloud Services)에 각각 7억 5,000만 달러씩, 총 15억 달러를 투자하기 위해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두 기업은 현재 세부 조건을 최종 조율 중이며, 이르면 목요일(현지시각)에 공식 발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투자로 제네시스의 기업 가치는 약 150억 달러로 평가될 전망이다.
블룸버그가 익명을 요청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1경쟁 관계에 있는 대형 SaaS(Software as a Service) 기업이 동일한 스타트업에 동시에 지분을 취득하는 사례는 드문 편”
이라며 이번 거래의 이례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세일즈포스와 서비스나우는 CRM·워크플로우 자동화 등 유사 영역에서 경쟁해 왔지만, AI 컨택센터 시장의 성장성을 공동으로 인정하면서 전략적 파트너십 형태의 투자를 선택했다.
제네시스 클라우드,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제네시스 클라우드는 음성·문자·챗봇·이메일 등 다양한 고객 접점 채널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대규모 고객 상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상담원 스케줄링, 상담 내용 요약 및 다음 문의 사항 예측(predictive routing)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고객 응대 비용을 절감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AI 모델이 상담 기록을 자동으로 요약하고, 예상 문의를 미리 파악해 상담원에게 제안해 주는 기능은 최근 제네시스가 집중 투자해 온 영역이다. 이번 대규모 자금 조달이 성사되면, 해당 기술 고도화 및 글로벌 시장 확대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투자 규모와 밸류에이션
총 15억 달러라는 투자 규모는 최근 B2B SaaS 업계에서 보기 드문 대형 거래다. 이번 딜이 체결될 경우 제네시스의 포스트 밸류에이션은 150억 달러로, 2023년 말 기준 미 상장 소프트웨어 유니콘 평균 밸류(약 47억 달러)를 크게 상회한다.
투자 단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고가 밸류에이션 논란보다도 두 거대 플랫폼 기업의 전략적 의도에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다. 세일즈포스는 기존 CRM 고객 데이터를, 서비스나우는 워크플로우·ITSM(IT Service Management) 데이터를 제네시스 AI와 연결해, 자사 플랫폼 안에서 엔드투엔드 고객 경험을 구현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경쟁 관계 기업의 동시 참여, 왜 이례적인가?
대기업 간 공동 투자는 일반적이지만, 직접적으로 겹치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가진 경쟁사가 한 스타트업에 나란히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이유는 전략·거버넌스(의사결정 구조) 충돌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AI 컨택센터 분야의 빠른 기술 진화와 고객 수요 폭증이 경쟁사 간 협업 리스크를 상쇄할 만큼 매력적”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컨설팅사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컨택센터 소프트웨어 시장은 2024년 324억 달러에서 2028년 62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2. 시장이 급팽창하는 만큼, 플랫폼 선점 효과가 향후 5년 내 승패를 가를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용어 풀이 및 추가 설명
컨택센터(Contact Center)란 기업이 고객과 소통하는 전화·메신저·이메일·SNS 등 모든 채널을 통합 관리하는 조직 또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전통적 콜센터(call center)보다 폭넓은 채널과 데이터 분석 기능을 포함한다.
SaaS(Software as a Service)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소프트웨어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모델이다. 사용자는 설치·운영 부담 없이 구독 형태로 이용할 수 있으며, 업데이트도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향후 일정 및 전망
관계자들은 거래가 8월 첫째 주 내로 최종 서명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만약 발표 시점이 8월 1일(목)로 확정될 경우, 세일즈포스와 서비스나우 모두 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상태에서 주가 모멘텀 확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편, 투자 완료 후 세 기업 간 기술·영업 협력 구조가 어떻게 설계될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이전 사례를 참고할 때, 공동 지분 투자 이후 API 통합·공동 마케팅 프로그램이 가동된 전례가 많다. 업계 분석가들은 “제네시스의 AI 모델이 양사 플랫폼에 최적화·탑재되면, 고객 락인 효과(Lock-in)가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투자는 AI 컨택센터 시장이 단순 고객지원 기능을 넘어 영업·마케팅·데이터 분석 전반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반영한다. 즉, 고객 문의를 해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실시간으로 확보해 매출 증대에 직접 기여하는 모델로 진화 중이라는 의미다.
전문가 시각
시장 전문가들은 “세일즈포스·서비스나우가 서로 경쟁하면서도 보유 데이터·워크플로우를 제네시스 AI와 연결하는 순간, 고객 경험(CX) 시장의 네트워크 효과가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150억 달러 밸류에이션은 고평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나, 실질적 매출 성장과 공통 고객 기반이 확대될 경우 전략적 프리미엄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거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코피티션(co-opetition)’ 모델의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