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 정부가 부채 상환 전망치를 대폭 상향하며 국제 채권시장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조정은 향후 대외 차입 비용뿐 아니라 매크로경제 정책 전반에 큰 파급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2025년 10월 2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세네갈 재무부는 최근 공개한 2024~2028년 개정 예산 문서에서 2026~2028년 총부채(원금·이자) 상환액을 약 3조2,000억 CFA프랑(미화 58억 달러) 상향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2026년 상환액 예측치는 5조4,900억 CFA프랑으로 지난 6월 전망치 대비 11% 넘게 늘었다. 2027년에는 4조4,100억 CFA프랑으로 거의 3분의 1가량 급증했으며, 2028년에는 4조9,700억 CFA프랑으로 무려 50% 가까이 뛰었다. 이는 이전 정부가 보고하지 않았던 ‘숨은 부채’가 드러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IMF 협상 앞둔 민감 시점
개정 문서는 IMF 차기 실사단(10월 22일~11월 4일) 파견을 불과 며칠 앞두고 공개됐다. 세네갈은 지난해 숨은 부채가 밝혀지면서 IMF 18억 달러 대출 프로그램이 동결된 바 있다. 현재 다카르 정부는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기간 동안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을 놓고 본격 협상에 착수했다.
IMF 대변인은 “세네갈 중앙정부 부채·국영기업 부채·국내 지연지급금을 모두 포함한 부채비율이 2024년 말 132%에 달한다”고 밝혔다.
IMF가 곧 실시할 부채지속가능성 분석(DSA)은 향후 세네갈이 상환 유예(reprofiling)나 구조조정(restructuring) 없이도 채무를 관리할 수 있을지 가늠하게 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DSA 결과와 ‘숨은 부채’ 관련 면책(waiver) 승인 여부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CFA프랑·부채비율 이해하기
※ CFA프랑은 서아프리카경제통화동맹(UEMOA) 8개국이 공동 사용하며, 유로화에 페그(pegged)된 통화다. 환율은 1유로=655.957 CFA프랑으로 고정돼 있어 대외 변동성이 적지만, 유럽금리와 유로화 변동에 직·간접 영향을 받는다.
부채비율 132%는 국제 기준으로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전통적으로 재정적정성 경계선은 60~70% 수준으로 거론된다. 다만 국내총생산(GDP) 산출방식, 국영기업 재무구조, 회계 투명성이 완전 반영되지 않은 탓에 실제 위험도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전망
국제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숨은 부채 폭로와 상환 전망치 상향은 자본시장 접근비용 상승을 뜻한다”며 “IMF 프로그램 체결이 지연되면 유로본드 차환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세네갈 정부가 구체적인 상향 근거를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도 투자 심리에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전력·석유 등 국영기업의 보증부 채무가 추가 반영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또한 2024년 대선 이후 정책 연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정치적 리스크도 상환비용 증가와 맞물려 있다.
달러 표시 유로본드를 보유한 한 글로벌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IMF와의 합의가 성사될 경우 유동성 지원·정책 모니터링이 동시에 이뤄져 단기 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다”며 “다만 부채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채권단이 참여하는 공동 채무협상 절차가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① 11월 초 IMF 실사단 귀국 후 임시 보고서 내용
② IMF 이사회의 면책(waiver) 승인 시기
③ 2026년 이후 대규모 상환 물량을 앞둔 유로본드·국내채권 스케줄
④ 연내 신규 대출 프로그램 규모·조건
시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부채재조정이 진행되더라도, G20 공동채무 프레임워크 적용보다는 시장 친화적 구조조정이 선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는 세네갈이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유로본드 시장 접근 기록과 경제 개방도가 높은 국가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세네갈의 부채 상환 전망치 급증은 정부 재정투명성과 국제 채무 협상력을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있다. 향후 몇 주간 IMF 프로그램 협상 결과가 세네갈뿐 아니라 서아프리카 고수익 채권시장 전반의 위험 프리미엄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