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싱가포르 중심 보도 세계 해운업계의 주요 업체들이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가격 도입 결정이 1년 연기된 상황에서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배출 저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2026년 2월 12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해운업계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거의 3%를 차지하는 부문으로서 친환경 전환 압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도 투자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영향으로 IMO의 톤당 380달러 수준의 탄소부과금(levy) 도입 결정은 1년 연기됐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과 로이터의 데이터 분석은 다수 기업이 지역 규제, 긴 투자 회수기간, 탈탄소화 추세의 지속 기대 등을 이유로 당초의 친환경 투자 노선을 계속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요 사실
현재 전 세계 상업용 선박은 약 5만 척에 달하며, IMO는 2023년에 회원국 만장일치로 2050년경을 목표로 탄소 순배출 제로(net-zero) 목표를 설정했다. 이에 대비해 선주들은 기존 연료(중유·경유)와 더불어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대체연료를 병용할 수 있는 듀얼(dual‑fuel) 선박을 발주하고 있다. 로이터가 세계 컨테이너·차량 운송업계 단체인 월드 쉬핑 카운슬(World Shipping Council)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년 말까지 듀얼연료 컨테이너선과 차량 운반선에 대한 누적 투자액은 1,500억 달러 규모를 웃도는(분석 대상에서 1,500억 달러 근접) 것으로 집계됐다.
2025년 말 기준으로는 1,126척의 듀얼연료 컨테이너선·차량운반선이 인도됐거나 주문 상태이며, 이는 전년 대비 28% 증가한 수치다. 듀얼연료 선박은 현재 컨테이너선 및 차량운반선 전체 발주잔량의 74%를 차지한다.
업계 발언과 사례
선박 엔진과 배기가스 세정장치(스크러버)를 생산하는 와르틸라(Wärtsilä)의 최고경영자 해칸 아그네발(Hakan Agnevall)은 로이터에 “대부분 고객은 30년을 보는 투자 관점을 취하므로 탄소가격 도입이 1년 연기됐다고 해서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규제는 그 30년 동안 변화할 것이라는 점은 대담한 발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형 건화물선주 퍼시픽 베이신(Pacific Basin)은 IMO의 탄소가격 연기를 이유로 중유·유도연료만 사용하는 신조선 4척을 발주했지만, 이는 예외적 사례로 지적된다. 반면 많은 선주사는 듀얼연료 선박과 선상 에너지 절감 장치 등 배출저감 조치에 대한 투자를 재확인했다.
벨기에 선사 CMB.Tech의 최고경영자 알렉산더 사베리스(Alexander Saverys)는 암모니아 벙커링과 생산에 지속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일본의 미쓰이 OSK 라인(Mitsui O.S.K. Lines) 관계자는 IMO의 연기가 저·무탄소 연료로의 전환을 늦추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할 뿐이며 회사는 LNG 추진선과 암모니아·메탄올의 초기 도입에 여전히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르딕계 선사 중 초기 대체연료 실험을 진행했던 머스크(Maersk)는 초기에는 메탄올을 검토했으나 이후 LNG 추진선 주문과 에탄올 시험 운항도 시작했다. NYK 그룹은 IMO 결정 이후 배출저감 전략을 재확인하면서 1년 연기를 규제 틀 검토와 정교화의 기회로 보고 있다.
해양 컨설팅업체 DNV의 탈탄소화 책임자 제이슨 스테파나토스(Jason Stefanatos)는 “최근 규제 불확실성이 일부 사업자에게 더 신중한 접근을 유도할 수 있으나 전반적인 해양 탈탄소화 방향성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상업적 동인은 여전히 유효하다”라고 평가했다.
지역 규제와 인센티브의 확대
많은 기업이 투자 지속 이유로 지역별 규제를 꼽았다. 유럽연합(EU)의 FuelEU Maritime 규정은 선박이 낮은 배출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메커니즘으로, 친환경 선대 전환에 명확한 경제적 근거를 제공한다. 또한 EU 배출권거래제(ETS)와 자발적 이니셔티브는 추가적 인센티브로 작용한다. 영국은 2028년부터 국제해운을 ETS 적용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터키도 EU와 유사한 제도를 검토 중이다.
클락슨(Clarksons)의 선박중개 애널리스트 케네스 트베터(Kenneth Tveter)는 “유럽 교역이 집중된 항로에서는 암모니아·메탄올 같은 저탄소 연료의 경제성이 여전히 성립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아프리카 혼(수단·지부티 인근)의 주요 항구인 지부티(Djibouti)와 OPEC 회원국 가봉(Gabon)도 해상 배출에 대한 과징금을 도입했다.
벙커(선박 연료) 공급업체 페닌슐라(Peninsula)의 대체연료 책임자 나초 데 미구엘(Nacho de Miguel)은 향후 5년간 LNG, 바이오‑LNG 및 바이오연료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며 “IMO의 넷제로 틀은 연기됐지만 우리의 전략은 바뀌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용어 설명
IMO(국제해사기구): 유엔 산하 전문기구로 해상 안전과 해양 환경 보호를 담당하며, 해운업의 배출 규제와 장기 목표를 설정한다.
듀얼연료(dual‑fuel): 선박 엔진이 기존의 유류(중유·경유)와 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대체연료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선박을 의미한다.
벙커링(bunkering):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활동을 지칭하며, 암모니아 또는 메탄올 벙커링은 이들 연료를 선사와 항구가 안정적으로 공급·저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뜻한다.
FuelEU Maritime와 EU ETS는 각각 선박 연료 배출 기준을 통한 벌금 및 배출권거래를 통해 해상배출을 감축하려는 유럽 차원의 정책수단이다.
시장 영향과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 IMO의 탄소가격 도입 연기는 일부 선주가 전환 시점을 늦추는 계기가 될 수 있으나, 지역 규제 강화와 이미 발주된 듀얼연료 선박의 인도 일정은 연료 수요 구조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견인할 가능성이 크다. 컨테이너 및 차량운반선의 발주잔량에서 듀얼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74%에 달하는 점은 향후 수년간 LNG·메탄올·암모니아 등 대체연료에 대한 수요가 실제로 증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료 측면에서 보면, LNG는 전환 초기의 주요 대체연료로 자리잡을 것이며 바이오-LNG와 기타 저탄소 연료는 규제·가격 인센티브가 확대될 경우 빠르게 채택될 수 있다. 선사와 항만·연료공급망의 추가 인프라 투자 확대는 연료가격과 항로 운임에 점진적인 비용 전이를 초래할 수 있어, 화주 및 물류비용에 중장기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 리스크 측면에서는 각국의 규제 조합(예: EU의 FuelEU + ETS, 영국의 ETS 확대, 터키의 유사제도 도입)이 글로벌 탄소가격 부재에도 불구하고 지역적 비용 압박을 만들고 있어, 선주들은 규제에 따라 항로·선형 전략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역별 규제 차이는 단기적으로는 항로별 연료 선택을 복잡하게 만들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과 연료 인프라의 표준화·확대 압력을 강화할 것이다.
금융·투자 측면에서는 이미 진행 중인 듀얼연료 선박 투자와 연료 인프라 투자가 수십억 달러 규모로 누적됨에 따라 선주와 장비업체, 연료 공급자 간의 장기 계약 및 파트너십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선박건조업체와 엔진·연료공급 관련 기업의 매출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이 있으며, 투자자들은 관련 기업의 기술 보유력과 항만·벙커링 인프라 참여 정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론
IMO의 탄소가격 도입 연기가 해운업계의 친환경 전환 속도를 약간 늦출 여지는 있으나, 지역 규제의 강화, 기존의 대규모 발주, 그리고 상업적 동인들은 업계가 전반적으로 탄소저감 투자노선을 유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향후 5년 내에 LNG·바이오 연료·암모니아 등 대체연료의 수요 확대와 관련 인프라 투자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해운비용과 연료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