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올리브오일 업체 “트럼프 관세로 美 소비자 가격·공급 이중 타격 우려”

세계 최대 올리브오일 생산기업인 스페인 데올레오(Deoleo)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0% 관세 부과 방침이 미국 소비자에게 가격 급등공급 축소라는 ‘이중고’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5년 7월 2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EU(유럽연합)산 제품에 부과되는 현행 10% 관세를 8월 1일부터 30%로 세 배 인상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발효된 1차 관세 이후 불과 석 달 만에 다시 한 번 관세율이 급등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EU뿐 아니라 글로벌 식품 공급망에도 상당한 충격을 줄 전망이다.

EU와 미국은 관세 인상을 막기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았다. 미·일 간 ‘대형 무역 합의’가 전격 발표된 뒤 양측이 타협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지만, EU는 동시에 보복관세(countermeasures)를 준비하며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다.

Carbonell 올리브오일 병▲ 스페인 올리브오일 브랜드 ‘카르보넬(Carbonell)’ 제품 진열 모습(Sopa Images·Getty)

데올레오는 버톨리(Bertolli), 카르보넬(Carbonell) 등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올리브오일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시장 매출 비중이 25% 이상으로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올리브오일의 약 95%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결국 최종 소비자가 직접 부담을 지게 된다.” — 크리스토발 발데스 데올레오 CEO

미국 올리브오일업계 단체인 미국올리브오일생산자협회(AOOPA)에 따르면, 미국 내 올리브농장 면적은 4만 에이커(약 1만6,187헥타르)에 불과하다. 반면 EU는 4백만 헥타르에 달하는 올리브 재배지를 기반으로 세계 최대 생산·소비·수출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중 스페인은 EU 내 1위이자 ‘가격의 글로벌 벤치마크’로 통한다.

‘슈퍼푸드’와 ‘액체 황금’으로 불리는 올리브오일은 지중해식 식단의 핵심 재료로, 항산화·심혈관 질환 예방 등 건강 효능이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 소비자에게도 친숙하지만, 실제로는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이 전 세계 공급량의 7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이탈리아 몰페타 지역 올리브 수확▲ 2024년 10월 24일, 이탈리아 풀리아주 몰페타에서 진행된 올리브 수확 현장(Nurphoto·Getty)

발데스 CEO는 관세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브랜드 마케팅과 소비자 캠페인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버톨리는 미국 소비자에게 신뢰와 일관성을 상징한다”면서, 올리브오일의 건강·영양 가치를 적극 알리고 유통망을 다변화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

“전술적 대응을 넘어 미국 소비자의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보호할 것이다. 올리브오일 접근성은 벌(罰) 받아서는 안 되며, 오히려 장려돼야 한다.” — 발데스 CEO

원자재 분석업체 엑스파나(Expana)는 4월 관세 부과 직후 보고서에서 “미국 수입량이 감소하면 EU에 공급 과잉(glut)이 발생해 가격이 추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생산국 간 출혈경쟁을 심화시키고, 장기적으로 품질 저하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다.

올리브오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동일한 관세 인상 경고는 아일랜드 위스키, 이탈리아 치즈, 프랑스 와인 등 EU 대표 식음료 품목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해당 산업들은 이미 원자재·물류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 관세가 도입될 경우 미국 시장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전문가 시각 — 한국 시장 파급효과는?

한국은 연간 약 3만 톤의 올리브오일을 수입하며, 이 중 절반 이상을 스페인·이탈리아에 의존한다. 미국 시장 혼란으로 EU 수출 물량이 아시아로 우회될 경우, 국내 소비자 가격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운송 거리, 달러 강세, 물류 적체 등을 고려하면 단기적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수입업체는 연말 블랙프라이데이·연말 시즌에 맞춰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결론적으로, 관세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올리브오일 생태계 전체가 재편될 수 있다. 생산국은 판로 확보를 위해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소비국은 건강 식품 비용 부담과 공급 리스크를 동시에 짊어지게 된다. 향후 미·EU 협상 결과가 글로벌 ‘액체 황금’의 가치를 좌우할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