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 잠재적 영업비밀 유출 정황 포착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 TSMC가 사내에서 무단 정보 활동을 탐지해 잠재적 영업비밀 유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즉각 내부 징계와 법적 절차를 개시하며 “영업비밀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무관용(zero-tolerance) 원칙을 적용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8월 5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내부 보안 시스템을 통해 “허가받지 않은 활동(unauthorized activities)”을 감지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이 자사 기술 자료에 접근해 외부로 반출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TSMC는 CNBC에 보낸 공식 성명을 통해 “관련 인원에 대해 엄정한 징계를 단행했으며, 동시에 사법기관에 고소해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건은 사법 심리 단계에 들어가 있어 구체적인 내용은 추가로 공개하지 않았다.


■ TSMC의 역할과 산업적 의미

TSMC(대만반도체제조)는 애플,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설계한 칩을 대신 생산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foundry) 사업자다. 파운드리는 ‘위탁생산’을 의미하며, 설계(IP) 기업이 생산설비 없이도 최첨단 반도체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2024년 기준 약 60%를 상회했다.

Hsinchu TSMC Building

최근 파운드리 업계는 ‘2나노미터(2 nm) 공정’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를 뜻하며, 수치가 작을수록 회로 선폭이 미세해져 전력 효율과 성능이 크게 개선된다. 2 nm는 현재 상용화된 3 nm보다 한 세대 앞선 공정으로, 스마트폰·데이터센터·AI용 칩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 사건 경위

TSMC는 “포괄적이고 견고한 모니터링 체계 덕분에 조기 탐지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출입·접속 기록, 파일 전송 로그 등을 기반으로 의심스러운 행위를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에 경보가 울리자 보안팀과 인사팀이 즉각 공동 조사를 벌여 수일 내 사실관계를 파악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Nikkei Asia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TSMC 전(前) 직원 여러 명이 재직 당시 2 nm 공정 개발·생산과 관련된 기밀 정보를 확보하려 시도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전했다.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일부는 이미 경쟁사로 이직했거나 스타트업을 창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TSMC는 “기업 경쟁력과 직원 공동 이익을 지키기 위해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대만 『영업비밀법(Trade Secrets Act)』은 영업비밀을 부정 취득·사용·누설한 자에게 최대 10년 징역형 또는 1,500만 대만달러(약 6억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해외로 유출할 경우 가중처벌 조항이 적용돼 형량이 최대 12년으로 늘어나며, 법원은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 명령을 내릴 수 있다.


■ 전문가 진단 및 전망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내부 기밀 유출 소동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만약 2 nm 공정 관련 핵심 노하우가 외부로 빠져나간다면, TSMC가 확보해 온 기술 격차가 축소되고 결과적으로 제품 가격·고객사 의존도·R&D 투자 전략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특히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엔비디아 등 팹리스(fabless) 고객사들이 2 nm 도입 시점을 앞당기려는 만큼, TSMC의 내부 보안 체계 신뢰도는 투자자·고객사 모두에게 중요한 판단 요소다. 전통적으로 TSMC는 연간 매출의 8% 이상을 보안·품질 관련 설비에 투입해 왔으며, 이번 조치로 그 비율이 추가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경쟁사인 삼성전자 및 인텔 파운드리 부문도 2 nm 양산을 2025~2026년 내 목표로 하고 있어, 기술 유출 관련 이슈가 각 기업의 특허 분쟁과 맞물릴 경우 글로벌 법적 공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2 nm 공정이란?

2 nm 공정은 트랜지스터 게이트 길이가 2나노미터급에 해당함을 의미한다. 회로 선폭이 좁아지면 단위 면적당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증가해 연산 성능·전력 효율이 동시에 향상된다.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동일 전력 기준 성능은 3 nm 대비 최대 15% 향상될 수 있으며, 동일 성능 기준 전력 소비는 30% 이상 절감될 수 있다.

그러나 미세 공정이 고도화될수록 제조 장비·소재·공정 조건이 극단적으로 까다로워져 생산 수율(yield) 확보가 난제다. 이에 따라 공정 레시피, 장비 파라미터 등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영업비밀로 간주된다.


■ 기자 관전평

TSMC는 30년 넘게 ‘기술 유출 제로(0)’를 자랑해 왔으며, 내부 윤리 강령과 보안 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그럼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은 인적 보안 통제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다시 일깨워 준다. 세계 반도체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단 한 건의 정보 유출도 기업 가치에 치명타를 줄 수 있음을 이번 사례가 입증했다. 향후 대만 정부와 TSMC 모두가 인력 이동·보안 체계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동아시아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도미노 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TSMC의 법적 대처 속도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신속히 가해자를 색출하고 손해액을 회수한다면 신뢰 회복이 가능하지만, 지연될 경우 고객사 이탈과 대규모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주가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겠지만, TSMC가 공정 우위를 지키는 한 장기 성장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시장 컨센서스다.

[작성자: AI 비즈니스·테크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