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인공지능(AI) 도입과 디지털 자산 투자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 다. 영국 런던발 보도에 따르면, 공식통화금융기관포럼(OMFIF, Official Monetary and Financial Institutions Forum)이 수요일 공개한 설문 결과, 다수 중앙은행에서 AI는 아직 핵심 업무에 통합되지 않았고 디지털 자산 투자는 사실상 ‘검토 대상 밖’으로 분류되고 있다 다.
2025년 11월 26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설문은 유럽,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등 4개 권역의 중앙은행 10곳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들이 공동으로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약 $6.5조(미국 달러)에 달한다 다. 보고서는 특히 AI를 상대적으로 깊게 도입해 본 기관일수록 위험 인식과 관리에 더 보수적인 경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다.
설문에 참여한 중앙은행들의 주요 우려는 AI 주도 의사결정이나 행동이 향후 위기를 가속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다. 보고서는 이러한 위험 인식이 알고리즘의 불투명성, 데이터 품질, 거버넌스 책임 소재 등에 대한 구조적 고민과 맞물려 있다고 정리했다 다.
“AI는 우리가 더 많이 보게 해주지만, 결정은 반드시 사람이 내려야 한다.”라는 한 참여자의 발언이 보고서에 인용됐다 다.
AI 도입 수준에 관해, 응답자의 60% 이상은 현재 AI 도구가 중앙은행의 핵심 운영을 아직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 보고서는 “초기 적용은 위험관리나 포트폴리오 구성보다는 일상적 분석업무에 집중됐다”고 밝혔으며, 실제로 다수 기관이 데이터 요약, 시장 스캐닝 등 기초적 업무에 AI를 사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 이는 최근 테크 기업과 리테일·투자은행에서 AI 도입과 함께 감원이 진행된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권에서는 핵심 의사결정 기능으로의 이행에 상당한 관망세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다.
디지털 자산에 대해서도 보수적 태도가 확인됐다 다. 응답 기관의 93%는 디지털 자산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보고서는 “토큰화에는 관심을 보이는 반면, 암호화폐에는 주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다. 조사 대상에는 G20주요 20개국 소속 6개 중앙은행과 G7주요 7개국 소속 2개 중앙은행이 포함됐다 다.
준비자산 다변화에 대한 시각도 드러났다 다. 설문은 세계가 다극화된(multipolar) 금융질서로 빠르게 이동 중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다. 그 결과, 중앙은행들은 보유준비의 다변화 욕구를 키우는 한편,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유동성(liquidity)을 더 중시하게 되었고, 이는 동시에 보유할 수 있는 준비자산의 선택지를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평가됐다 다.
달러에 대한 선호 변화와 관련해, 응답자의 ‘거의 60%’가 달러 비중을 줄이는 다변화를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미국 국채(U.S. Treasuries)의 대체 불가능한 유동성이 미 달러의 준비통화 지위를 견고하게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 보고서는 이러한 상반된 동학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
“우리는 양극(bipolar)에서 다극(multipolar) 준비통화 체제로 이동하고 있지만, 유로는 아직 선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라는 또 다른 참여자의 언급도 소개됐다 다.
한편, 달러의 ‘최상위 준비통화’ 지위는 올해 들어 다시 도전을 받고 있다는 시사가 나왔다 다. 보고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연방준비제도(Fed) 독립성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유로와 중국 위안화의 잠재적 수혜 가능성을 거론했다 다. 그러나 외환보유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는 달러의 우위가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병행됐다 다.
용어와 맥락 설명
OMFIF는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국제기구 등을 대상으로 연구·대화의 장을 제공하는 포럼 성격의 기관이다 다. 이번 설문은 해당 기관 산하 워킹그룹 활동의 일환으로 공개됐다 다. 토큰화(tokenisation)는 전통적 금융자산이나 실물자산의 소유권·권리를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해 거래·결제·보관을 효율화하려는 기술적 시도를 가리킨다 다. 중앙은행 맥락에서 AI가 ‘핵심 운영을 지원’한다는 것은 리스크 관리, 준비자산 배분(포트폴리오 구성), 시장 개입 의사결정 등 고위험·고중요 업무에 AI가 직접 관여하거나 자동화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단계를 뜻한다 다.
또한, G20Group of 20는 세계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을 포괄하는 협의체이며, G7Group of Seven은 미국·영국·유로존 핵심국 일부 등 선진 7개국으로 구성된 협의체다 다. 본 설문에 해당 그룹 소속 중앙은행이 포함되었다는 점은, 응답이 글로벌 거버넌스의 중심부로부터 도출되었음을 시사한다 다.
분석: 중앙은행의 ‘점진적 혁신’과 ‘제약 조건’
이번 결과는 중앙은행이 AI의 효율성과 탐지능력에는 높은 기대를 두되, 최종 책임을 수반하는 판단과 집행은 여전히 사람 중심 거버넌스 아래 두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 이는 모델 리스크, 설명가능성, 규제준수, 시스템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중앙은행의 정체성과도 부합한다 다. 특히 “AI는 더 많이 보게 하지만, 결정은 사람이”라는 언급은, 설명가능 AI(Explainable AI)와 휴먼-인-더-루프(Human-in-the-loop) 구조가 당분간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
디지털 자산 투자에 대한 광범위한 회피는 가격 변동성, 규제 불확실성, 회계·수탁(커스터디) 인프라의 숙성도 등의 제약을 반영한다 다. 반면, 토큰화에 대한 관심은 결제 효율, 시장 투명성, 분할소유 같은 실용적 이점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 즉, 중앙은행은 투기적 성격을 띤 암호화폐에는 거리를 두는 반면, 기반 인프라의 현대화에는 열린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다.
준비자산 측면에서는, 다극화 추세 인식에도 불구하고 유동성과 심도에서 독보적인 미 국채가 달러 수요를 떠받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다. 이는 정책 목표(다변화)와 시장 현실(유동성) 사이의 간극을 반영하며, 거시 충격 시 방어력을 중시하는 중앙은행의 성격상 보수적 조정이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다. 유로가 “아직 선도할 준비가 안 됐다”는 평가는, 자본시장 통합, 안전자산 공급, 결제 인프라 측면의 과제가 남아 있음을 함축한다 다.
전망
단기적으로 중앙은행의 AI 활용은 데이터 정제·요약, 모니터링 보조 같은 비핵심 업무 중심의 확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 동시에, 위험관리와 포트폴리오 의사결정에 대해선 검증·감사·거버넌스 체계를 전제로 한 점진적 도입이 예상된다 다. 디지털 자산은 토큰화 인프라의 성숙과 규제 명확성 제고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며, 준비자산 구성에서는 유동성 프리미엄이 유지되는 한 달러의 상대적 우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
결론적으로, 이번 OMFIF 설문은 중앙은행이 혁신을 ‘활용’하되, 시스템 안정성이라는 핵심 임무를 위해 속도를 조절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다. 이는 AI와 디지털 자산, 그리고 다극화라는 구조 변화 속에서도, 신중함과 유동성 선호라는 중앙은행의 전통적 원칙이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