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흐름이 다시 한 번 위험자산 쪽으로 기울었다. 지난주(6월 27일~7월 2일) 동안 세계 주식형 펀드에는 순유입액 431억5천만 달러가 기록돼 2024년 11월 13일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집계됐다.
2025년 7월 4일, 로이터(Reuters)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는 가운데 무역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AI(인공지능) 테마 관련 종목에 대한 기대감으로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였다.
특히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의 4분기 매출 가이던스가 시장 전망을 상회한 데다, Nvidia가 또 한 번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것이 심리적 지지선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AI 반도체와 클라우드 인프라 등 관련 섹터에 추격 매수가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미국·유럽·아시아 펀드 유입 현황
주간 기준 미국 주식형 펀드에는 316억 달러가 유입돼 2024년 11월 13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럽 펀드는 93억1천만 달러, 아시아 펀드는 5억5천2백만 달러 순유입으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은 무역 마찰 가능성을 단기 노이즈로 간주하고, 수익 성장률이 확실시되는 섹터를 선별해 자금을 배분하고 있다”고 LSEG 리퍼(LSEG Lipper) 애널리스트들은 설명했다.
섹터별 자금 유입·이탈
산업재·기술·금융 섹터 펀드가 각각 12억6천만 달러, 12억 달러, 7억6천만 달러 순유입돼 테마형 섹터 펀드 전반에 총 37억2천만 달러가 몰렸다. 반면 에너지 섹터 펀드에서는 1억6천3백만 달러가 순유출됐다.
투자 경향을 보면, 탄소 배출 규제 강화와 원유 수요 둔화 전망이 에너지 펀드 자금 이탈을 부추겼으며, 신규 제조 공정 자동화와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가 산업재·기술 펀드에 대한 선호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머니마켓·원자재 펀드 동향
글로벌 채권형 펀드에는 158억4천만 달러가 유입돼 11주 연속 순유입 행진을 이어갔다. 이 중 유로화 표기 채권 펀드 유입액은 48억9천만 달러로 3주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기업채와 초단기채 펀드에도 각각 43억3천만 달러, 17억3천만 달러가 유입됐다.
한편 머니마켓 펀드는 최근 3주 연속 순유출을 마무리하고, 이번 주 574억6천만 달러의 대규모 순유입을 기록했다. 금리 변동성 확대와 단기 자금 수요 증가가 배경으로 거론된다.
원자재 부문에서는 금·귀금속 펀드가 5억6천4백만 달러 순유입으로 6주 연속 자금 유입을 이어간 반면, 에너지 관련 펀드에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자금이탈이 두드러졌다.
신흥국 시장: 주식 유입·채권 이탈
신흥국(EM) 주식형 펀드로는 순유입 25억8천만 달러가 들어와 2024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반대로 신흥국 채권형 펀드는 30억9천만 달러가 유출됐다. 달러 강세와 글로벌 금리 불확실성이 로컬통화 채권 수요를 약화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 해설: “8개월 최고 유입”이 의미하는 것
시장 참가자들이 주식 비중을 확대한 가장 큰 이유는 AI 생태계의 장기 성장 스토리와 미국 기업 실적 모멘텀에 대한 확신이다. 반도체·데이터센터·고성능 서버 등 인공지능 인프라 수혜 업종이 뚜렷한 이익 추정 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 자금 흐름을 견인한다.
다만 LSEG 리퍼는 보고서에서 “무역 갈등 재점화나 지정학적 변수로 인해 급격한 리스크 오프 상황이 전개될 경우, 지금의 유입세가 단기간에 되돌려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용어 설명
글로벌 주식형 펀드란 전 세계 다양한 국가와 산업에 분산 투자하는 공·사모펀드를 말한다. 머니마켓 펀드(MMF)는 만기가 짧은 국공채·기업어음 등에 투자해 현금성 안전자산 대체 수단으로 활용된다. AI-linked stocks는 AI 알고리즘을 구동하는 반도체·서버·데이터센터 운영사 등 직접적 수혜 기업을 지칭한다.
또한 LSEG 리퍼(LSEG Lipper)는 전 세계 29,745개 펀드를 추적해 주간 자금 흐름을 집계·발표하는 금융정보 플랫폼이다. 해당 통계는 글로벌 기관투자자 및 리테일 투자자의 포지셔닝을 가늠할 선행 지표로 활용된다.
전망 및 전략적 고려
시장 참여자들은 3분기 들어 AI 수요 실체가 기업 실적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한편, 미국 대선 레이스와 중국·미국 간 관세 공방을 주목하고 있다. 펀드 유입세가 이어질 경우, 기술·산업재 섹터의 추가 랠리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나 밸류에이션 부담과 거시불확실성을 감안해 분할 매수 및 섹터 다변화 전략이 권고된다. 특히 단기금리 하락이 가시화될 때 머니마켓 펀드→채권형 펀드→주식형 펀드 순차적 로테이션이 나타날 개연성이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참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