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발(Reuters) — 영국‧일본‧프랑스 등 주요국 재정 우려가 커지면서 국채 시장에서 시작된 긴장이 빅테크·주택·통화 등 다른 자산군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대규모 자금을 움직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장기금리 급등이 초래할 파급효과를 주시하며 통화, 주식, 부동산 등 전 영역에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이미 프랑스·영국·일본의 재정 불안, 그리고 미국의 급증하는 연방 부채는 정부가 장기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채 가격이 떨어질수록(수익률 상승) 정부는 더 높은 금리를 줘야 하며, 이는 민간 자금조달 비용도 끌어올린다.
1. 고통의 확산(PAIN BROADENS)
독일과 미국 30년물 국채수익률은 5% 안팎으로 다년래 최고치에 접근했다. 프랑스에서는 16년래 최고치, 일본에선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영국 30년물은 5.5%선으로 27년 만의 고점이다.
장기금리는 전통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기업 회사채 발행 금리·주식 밸류에이션의 기준으로 작동한다. RBC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마크 다우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재정 여건이 취약한 국가일수록 통화가 취약하다”며 영국 파운드화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
수익률이 오를 때마다 시장 신뢰가 더 흔들리고, 다시 수익률이 오르는 ‘둠 루프(doom loop)’가 나타난다
”고 설명했다.
경기가 둔화하며 재정 압박이 가중된 캐나다도 30년물 금리가 14년래 최고치다. 투기적 파운드화 숏(매도) 포지션이 5개월 만에 최대로 늘어 통화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2. 유럽의 흔들림(EUROPE WOBBLES)
올해 상반기 미국 자산 편중을 피하려던 투자자들은 유럽 주식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프랑스 예산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6월 이후 MSCI 유럽지수는 세계지수 대비 부진하다.
피델리티의 조지 에프스타소풀로스 매니저는 “프랑스발 부정적 정서가 유럽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카르미냑의 케빈 토제 역시 유로화가 올해 들어 13% 상승해 1.17달러선에 안착했으나 당분간 횡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은행주는 연초 대비 45% 급등했지만 프랑스 기업의 부실채권 위험을 고려해 차익실현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3. 빅테크 ‘왕관’ 흔들리다(TECH’S CROWN SLIPS)
AI 투자 확대에 수십 년짜리 설비투자가 필요한 빅테크 기업은 장기 자본비용 변화에 민감하다. 지난달 글로벌 기술주는 세계지수를 하회했고, 금리 수혜를 받는 은행주는 12개월 기준으로 기술주를 앞질렀다.
피크테 자산운용의 샤니엘 람지 공동대표는 “장기금리가 충격을 주는 섹터가 어디인지 지켜본다”며 빅테크·부동산·영국 주식을 예로 들었다.
4. 일본을 주목하라(WATCH JAPAN)
일본 투자자들은 엔화 약세를 활용해 달러 자산에 투자한 뒤 환차익을 얻는 캐리 트레이드를 수십 년간 이어왔다. 해외 자산 보유액은 3조 달러를 넘어선다.
젠노어 AM의 데이비드 미치슨 CIO는 “
연평균 10% 수익률을 달성한 낮은 위험의 ‘꿈 같은 거래’였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인상 기대가 커지면서 엔화는 올 들어 달러 대비 7% 상승했다. 아르테미스의 토비 기브 투자책임자는 “국내 자금이 해외 주식 대신 일본 주식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일본주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추가 설명: ‘캐리 트레이드’란?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는 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통화 또는 자산에 투자, 금리차(캐리)를 수익으로 확보하는 전략이다. 엔화는 수십 년간 초저금리였기 때문에 주요 차입 통화였으며, 최근 금리 상승 가능성은 이 전략의 수익성을 위협한다.
전문가 통찰
◆ 재정 취약국 통화 약세 리스크
고금리는 국채 매력도를 높이고 다른 자산을 압박한다. 특히 영국 파운드와 캐나다 달러 등은 재정 불안과 경기 둔화가 겹치며 추가 약세 가능성이 거론된다.
◆ ‘안전자산’ 지위의 변화
해외 자금을 빨아들이던 미국 장기채 금리가 5%대에 근접하면서, ‘무위험 자산’으로 간주되던 미 국채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의 안전판으로 사용되던 전통적 60:40(주식:채권) 전략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주택시장 및 기업대출로의 파급
장기 고정금리가 상승하면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이 불어나고, 부동산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 동시에 기업은 더 높은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하므로 투자와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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