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마감 시황
8월물 WTI(서부텍사스산 중질유) 선물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0.14달러(-0.21%) 내린 배럴당 66.31달러에, 8월물 RBOB(개질 휘발유) 선물은 0.0215달러(-1.00%) 하락한 갤런당 2.1383달러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2025년 7월 2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원유·휘발유 가격은 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로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2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라크의 원유 수출 증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2023년 3월부터 중단됐던 쿠르드 자치구 북부 파이프라인(이라크–터키 라인)을 재가동하기로 승인했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재개 즉시 일일 23만 배럴을 시장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는 OPEC 내 두 번째 생산국인 만큼, 해당 물량 증가는 단기간에 글로벌 잉여공급(글럿)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 사우디·OPEC+ 변수
투자은행·트레이더들은 이라크 물량 증가에 대응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추가 수출 확대에 나설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사우디가 증산에 나설 경우, 이미 공급 증가 기조에 있는 OPEC+ 전략과 맞물려 원유 시장의 하방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
지난 7월 5일 OPEC+는 시장 예상치(41만1천 배럴)를 웃도는 하루 54만8천 배럴 증산을 8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사우디는 추가적인 동일 규모 증산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생산 할당량을 초과한 카자흐스탄·이라크 등 회원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블룸버그는 7월 10일 보도에서 “OPEC+ 내부에서 10월 이후 증산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반기 수요 둔화를 감안해 과잉공급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로, 9월 54만8천 배럴 추가 증산 이후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존재한다.
■ 지정학 리스크와 제재
지난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에 대응해 러시아산 원유·에너지 거래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신규 제재에는 러시아 섀도우 선단(제재 회피용 선박) 105척이 포함돼 제재 대상 선박이 총 400척을 넘겼다. 또한 인도 내 러시아 로스네프트 지분이 포함된 대형 정유시설 1곳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는 러시아 원유의 글로벌 유통을 일부 제한해 단기적 공급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EU 제재가 국제 원유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됐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이라크·사우디 증산, 미국 셰일 생산량 증가 등이 지배적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 수급 지표
시장조사업체 Vortexa는 7월 18일 기준 전 세계 부유식 탱커에 저장된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14% 감소한 6,631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직전 5주래 최저치로, 단기 수급에는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EIA(에너지정보청)가 7월 16일 발표한 주간 원유 재고 보고서에 따르면, 7월 11일 종료 주간 미 원유 재고는 385만9천 배럴 감소해 3주 만에 다시 감소세로 전환됐다. 휘발유 재고는 339만9천 배럴, 중간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417만3천 배럴 각각 증가했다. 동 기간 미 원유 생산량은 1주 전 대비 0.1% 줄어 1,337만5천 배럴을 기록했으며, 2024년 12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1,363만1천 배럴)보다는 소폭 낮다.
베이커휴스가 7월 18일 발표한 자료에선 활성화된 미국 내 석유 시추기 수가 422기로 2기 감소, 3.7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2월의 627기에서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 미국 증시·달러 지수 영향
달러화 약세와 S&P 500 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도 이날 유가 낙폭을 제한했다. 통상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원자재 가격의 상대적 매력을 높여 수요를 자극한다. 또한 주식시장의 강세는 경기 전망을 반영해 에너지 수요를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완충 작용을 제공한다.
■ 용어 해설※
WTI는 미국 텍사스·오클라호마 일대에서 생산되는 중질·저유황 원유로, 브렌트유와 함께 국제 유가 벤치마크로 사용된다.
RBOB는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 환경보호청(EPA) 규제에 맞춰 산소 첨가제를 혼합하기 전 단계의 휘발유다.
OPEC+는 기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10여 개국을 더한 협의체다.
SWIFT는 국제은행 간 통신망으로, 금융제재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Vortexa는 글로벌 선박 위치 정보와 위성사진을 결합해 원유·정제유 이동을 추적하는 에너지 데이터 업체다.
■ 기자 시각
최근 유가는 공급 측 요인이 수요 측 요인을 압도하며 박스권 하단을 시험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사우디 증산 카드는 단기 시장 균형을 흔들 수 있는 핵심 변수로, 투심을 위축시키고 있다. 반면, 러시아산 원유·제품에 대한 서방 제재 강화, 부유식 재고 감소, 미국 생산 증가세 둔화는 하방 압력을 일부 상쇄한다. 결국 3분기 유가는 OPEC+ 정책 회의와 전 세계 경기 지표의 상반된 신호 속에서 60~75달러 범위 내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8월 말 예정된 OPEC+ 회의 결과와 미국·중국의 소비 지표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