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발 — 세계은행(World Bank) 총재 아제이 방가(Ajay Banga)는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연쇄적(cascading)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방가 총재는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취약한 휴전이 유지되더라도 그 영향은 광범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6년 4월 10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방가 총재는 휴전이 조기에 성사되는 기준 시나리오에서 세계 성장률이 0.3~0.4%포인트 낮아질 수 있으며, 전쟁이 장기화되면 최대 1.0%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200~300 베이시스포인트(즉 2~3%포인트) 상승할 수 있고, 분쟁이 지속될 경우 최대 0.9%포인트의 추가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현재의 평화와 이번 주말에 진행될 협상이 지속적인 평화로 이어져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느냐 여부이다”라고 방가 총재는 말했다. 그는 만약 재충돌이 발생하면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더 큰, 또는 장기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전쟁은 중동 전역에서 수천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고, 그 결과로 원유 가격이 약 50% 상승했으며 석유·천연가스 공급뿐 아니라 비료, 헬륨 등 원자재의 공급 차질, 관광과 항공운항의 쇠퇴를 초래했다고 방가는 전했다.
방가 총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2주간의 휴전이 불안정한 상태이며 이스라엘과 이란의 공습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이란 회담이 예정된 파키스탄의 토요일 회담에 앞서 차단된 이란 자산이 풀리고 레바논에서 휴전이 확실히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해 미 해군 함정에 탄약을 재보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의 대응 및 지원 방안
방가 총재는 세계은행이 이미 일부 개발도상국, 특히 천연 에너지 자원이 없는 소규모 섬나라들과 위기대응 창구(crisis response windows)를 통해 기존 프로그램의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의 위기 툴킷은 이사회 추가 승인 없이 이미 승인되었으나 아직 집행되지 않은 자금을 긴급히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다만 방가는 국가들이 감당할 수 없는 형태의 에너지 보조금 정책을 도입하지 않도록 경고했다. 그는 과도한 보조금은 장기적으로 재정 공간(fiscal space)을 더욱 악화시켜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 걱정은 그들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곳에 표적화된 지원을 하되, 재정 여력을 악화시키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방가는 말했다.
많은 개발도상국은 높은 부채 수준과 여전히 높은 금리 환경에 직면해 있어 에너지 가격 급등과 기타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차입 여력이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정책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점을 방가는 강조했다.
에너지 다변화와 자급력 강화의 필요성
방가 총재는 이번 위기가 국가들에게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자급력을 높여야 할 긴급한 필요성을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해 6월 오랜 기간 유지해온 핵발전소 펀딩 금지 조치를 종료한 바 있다. 이는 전력 수급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전환으로 읽힌다.
방가는 특히 나이지리아의 사례를 들며 민간 투자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긍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다고트(Dangote) 그룹의 200억 달러 규모 정유 투자로 전쟁 동안 생산량이 증가했고 인근 국가들에 항공유를 공급하고 있어 나이지리아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나이지리아는 그 거대한 투자를 통해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능력을 갖추었다. 이는 자급력 강화 측면에서 올바른 사례이다”라고 방가는 말했다.
세계은행은 또한 모잠비크와 협력해 천연가스와 수력발전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일부 국가들과는 원전 설비의 수명을 연장하거나 신규 원전 도입을 검토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략적 시사점과 경제적 파급 경로
전문가적 관점에서 이번 분쟁이 경제에 미치는 주요 경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에너지 가격 상승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직결되어 단기적으로 수입물가 인상을 통해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대시킨다. 방가가 제시한 것처럼 인플레이션 상승폭은 수 퍼센트포인트 수준이 될 수 있고, 이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 부담을 준다.
둘째, 성장 둔화다. 에너지 비용 상승과 무역·물류 차질은 기업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켜 세계 경제 성장률을 낮춘다. 방가가 제시한 시나리오대로라면 성장률은 최대 1%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으며, 이는 세계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약화시킨다.
셋째, 재정 건전성 악화다. 특히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 저소득국과 중진국들은 보조금 지급 등 단기 완화책을 펼 가능성이 크지만, 이미 높은 공적 부채와 제한된 차입 여력으로 인해 중장기적 재정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세계은행이 권고하는 대로 표적화된 지원과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넷째, 금융시장 불안과 자산가격 변동성 증가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소비자 물가와 기업 이익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며, 안전자산 선호 증가로 채권과 통화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이는 신흥시장 통화의 급락과 자본유출을 유발할 위험을 높인다.
정책 권고 및 향후 전망
세계은행의 조언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정책적 권고가 도출된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표적화된 에너지 보조금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통해 취약계층을 보호하되, 광범위한 보조금으로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도록 신중히 설계해야 한다. 둘째, 이미 승인된 국제금융기관의 위기대응 자원을 신속히 활용해 유동성 부족을 완화하고 금융시장의 연쇄위험을 차단해야 한다. 셋째,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다변화—재생에너지, 수력, 지열, 원자력(국가별 여건에 따라)—투자를 확대해 에너지 외부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
만약 휴전이 장기적 평화로 이어지고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요충해역의 통행이 재개된다면 단기적 충격은 점차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재충돌 또는 추가적인 지역 확전이 발생하면 에너지 인프라와 물류망에 대한 장기적 손상으로 인해 더 큰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책결정자들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다층적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용어 설명
베이시스포인트(basis point)는 금리·수익률 등에서 1베이시스포인트가 0.01%포인트를 의미하며 100베이시스포인트는 1%포인트에 해당한다. 기사에서 언급된 200~300 베이시스포인트는 각각 2~3%포인트의 인플레이션 상승을 뜻한다.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중동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잇는 전략적 해로로 전 세계 원유 수송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이 해협의 통행이 제한될 경우 국제 유가와 에너지 공급안정성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위기대응 창구(crisis response windows)는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관이 보유한 정책도구로, 이미 승인된 자금 중 아직 집행되지 않은 자금을 긴급히 재배치해 추가 승인 절차 없이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이번 보도는 2026년 4월 10일 20시 13분에 공개된 로이터통신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세계은행 총재의 발언과 세계은행의 정책적 대응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향후 전개에 따라 글로벌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에너지 시장 및 금융시장에 큰 변동성이 예상되므로 정책 입안자와 시장 참여자 모두 신중한 모니터링과 대비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