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주로의 전환이 새해에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가치주(Value stocks)란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들을 일컫는 용어로, 2025년 전반기에는 상대적으로 부진했으나 연말 들어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상장지수펀드(ETF)인 iShares Russell 1000 Value ETF (IWD)는 이달과 분기 기준 각각 0.8%와 3.9% 상승한 반면, 성장주 중심의 iShares Russell 1000 Growth ETF (IWF)는 같은 기간 0.6%와 2.3%의 상승에 그쳤다.
2025년 12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시장 관계자들과 자금 운용사 매니저들은 가치주로의 추가적인 자금 이동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투자자들 가운데는 2022년 말 이후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에 집중된 매수세가 일시적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보다 저렴하고 위험 프로필이 낮은 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이에 대해 Gabelli Funds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저스틴 버그너(Justin Bergner)는 “지난 몇 주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내년에는 가치주로의 추가적인 전환이 계속해서 지지받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몇 주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내년에는 가치주로의 추가적인 전환이 계속해서 지지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 Justin Bergner, Gabelli Funds
이번 연말에 시장 상승이 일부 대형 AI 관련주(하이퍼스케일러)에 의해서만 주도되는 대신, 기술주 밖의 폭넓은 섹터들이 12월에 시장을 이끌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S&P 500과 금융주는 최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소형주도 이달 초에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더욱이 등가가중치 S&P 500이 시가총액 가중치 지수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 이는 대형 AI주에 편중된 장세에서 벗어나 폭넓은 종목군으로의 상승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 확산(broadening rally)은 일반적으로 건강한 상승 국면으로 간주된다. 가장 큰 AI 플레이어들이 주도하던 상승 대신, 비(非)기술업종의 넓은 범위가 12월에 주도권을 쥐면서 현재의 강세장이 당분간 지속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따라서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가치주 반등(“value rebound”)을 예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치주가 본격적인 반등을 이루려면 몇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우선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가 2026년 상반기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AI로 인한 노동생산성 향상이 현실화될 경우 기업 이익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따른 감세 가능성까지 더해진다면, AI 랠리에 소외된 기업들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가치주 전반의 바텀라인을 끌어올릴 수 있다. 22V Research의 수석 시장 전략가 데니스 드뷔슈체어(Dennis DeBusschere)는 이달 메모에서 “생산성으로 인해 성장의 제한 속도가 높아지면, 실질 2.5% 수준의 경제성장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다. 이는 GARP, 가치(Value), 이익 성장(Earnings Growth), 이익 모멘텀(Earnings Momentum) 및 경기민감(프로사이클릭) 주식에 우호적이다“라고 썼다. 그는 은행주와 소비재 업종을 이 테마를 활용하기 좋은 섹터로 제시했다.
다만 투자자들은 단순히 ‘저평가’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가치주가 내년에 우수한 성과를 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Leuthold Group에 따르면 소형주는 현재 대형주 대비 주가수익비율(P/E 기준)에서 약 27% 할인 상태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Leuthold Grizzly Short Fund의 공동 포트폴리오 매니저 필 세그너(Phil Segner)는 “우리는 밸류에이션을 타이밍 도구라기보다는 지수의 위험 프로필을 판단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현재 우주(유니버스)에 있는 평균 주식은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년 반드시 초과수익을 내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다음과 같은 체계적 영향이 예상된다. 첫째, 금리 인하 기대가 확산되면 경기민감 업종과 순이자마진 개선 기대를 반영하는 은행주의 실적이 강화될 수 있다. 둘째, 소매 및 내구재를 포함한 소비재 섹터는 생산성 향상과 감세가 결합되면 실적 개선과 주가 재평가의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 셋째, 등가가중치 지수의 상대적 우위는 대형 기술주의 고평가 부담을 완화시키고, 투자자 포트폴리오의 섹터 분산을 촉진할 수 있다. 넷째, 소형주가 저평가 수준에서 재평가될 경우 전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지며, 중·단기적인 변동성 축소로 연결될 여지도 있다.
용어 설명
가치주(Value stocks):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주가수익비율(P/E)이나 낮은 가격대비장부가(P/B) 등으로 저평가된 것으로 평가되는 기업군을 말한다. 가치는 종종 실적 개선 여지가 큰, 혹은 단기적으로 시장 관심에서 벗어난 기업들을 포함한다.
상장지수펀드(ETF): 특정 지수의 수익률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펀드로,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매매된다. 예를 들어 IWD와 IWF는 각각 러셀 1000 지수 내에서 가치주와 성장주를 대표하는 ETF다.
P/E(주가수익비율) 할인: 동일한 지수나 섹터 내 다른 그룹보다 낮은 P/E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됐음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따른다. Leuthold Group의 언급처럼 소형주가 대형주 대비 P/E에서 약 27% 싸다는 것은 소형주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상태임을 시사한다.
등가가중치 vs 시가총액가중치: 등가가중치는 지수 내 종목들을 동일한 비중으로 가중하는 방식이며, 시가총액가중치는 기업의 시가총액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한다. 등가가중치가 시가총액가중치를 능가할 때는 소형주·중형주 등 폭넓은 종목군의 상대적 강세를 의미한다.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s):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와 AI 투자로 시장을 주도하는 초대형 기술기업(예: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을 일컫는 용어다.
GARP(Growth At a Reasonable Price): 합리적 가격에서의 성장주를 추구하는 투자전략으로, 가치와 성장의 요소를 동시에 고려한다.
투자자를 위한 실용적 시사점
첫째, 밸류 전환이 확산된다면 포트폴리오의 섹터 및 스타일(가치·성장) 배분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둘째, 단순한 저평가 여부뿐 아니라 기업의 이익 모멘텀, 밸류에이션 경로, 업종별 경기 민감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셋째, 금리 경로와 정책 기대(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 및 거시지표(생산성 지표, 소비자 지출 등)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가치주 전환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 넷째, 소형주 등 저평가 그룹은 변동성이 큰 만큼 포지션 크기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론적으로, 2025년 말 관찰된 가치주 강세는 새해에도 강화될 여지가 있으나, 그 성과는 금리정책, AI에 따른 노동생산성 변화, 세제 환경 등 거시 변수와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가치주의 상대적 매력과 함께 리스크 관리 방안을 병행해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