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대부분 지역은 음력 설 연휴에 들어가며 올해는 ‘불의 말의 해’가 시작된다. 전통적으로 드문 조합으로 여겨지는 이 해는 에너지(활력)와 변동성의 요소를 동시에 내포한다고 해석되곤 한다.
2026년 2월 13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투자자들은 소비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월마트(Walmart)의 분기 실적에서 소비 지표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 할 것이다. 이 보도는 싱가포르의 그레거 스튜어트 헌터(Gregor Stuart Hunter), 뉴욕의 루이스 크라스코프프(Lewis Krauskopf), 런던의 아만다 쿠퍼(Amanda Cooper), 새뮤얼 인디크(Samuel Indyk), 카린 스트로헤커(Karin Strohecker)가 합동으로 작성했다.
1/ 소비 심리와 월마트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는 엇갈린 신호를 보이고 있다. 12월 미국 소매판매는 예상을 빗나가며 보합세(예상보다 둔화)를 보였고, 이는 2026년을 향한 소비 성장 경로가 둔화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1월 고용보고서는 예상보다 강한 결과를 내며 경기 약화 우려를 일부 완화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월마트는 시가총액 1조 달러를 기록한 직후 목요일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월마트 실적은 향후 주간·월간에 걸친 주요 소매업체(홈디포, 로우스, 타깃 등)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소비자 지출의 방향성을 살필 중요한 선행지표가 된다.
추가로 이번 주 공개되는 경제지표로는 4분기 GDP(선행 추정치), 월간 소비자 심리지수, 그리고 물가 핵심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등이 있다.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척도로, 금리정책과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 유럽 대형 광산업체의 실적과 원자재 시장
유럽의 4대 대형 광산회사인 리오 틴토(Rio Tinto), 글렌코어(Glencore), 앵글로 아메리칸(Anglo American), 안토파가스타(Antofagasta)가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한다. 이들은 구리, 금, 은 등 주요 금속 가격이 최근 기록적 수준을 재차 경신하는 가운데 실적을 공개한다. 1월의 급등장은 2월 들어 다소 등락을 보였지만, 전반적 수요 기초는 견고하다.
구리 수요는 데이터센터와 AI 관련 설비, 전력망 인프라 확충 등으로 장기적 수요가 확대되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 금과 은은 미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연준의 독립성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올랐다. 이러한 배경에서 4개사의 시가총액은 연초 이후 650억 달러 이상 급증했다. 다만 글렌코어와 리오 틴토 간의 합병이 무산된 점은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 있다.
3/ 플래시(속보) PMI와 경기동향
지난해 세계 기업들을 괴롭혔던 많은 불확실성, 특히 미국의 관세 리스크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상당 부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1월의 글로벌 기업활동 설문조사에서 대부분 주요국의 경기 모멘텀 회복으로 반영되었다.
서비스업은 가격압력이 완화되면서 모멘텀을 회복하고 있고,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플래시(속보) 구매관리자지수(PMI) 보고서는 단순히 과거 실적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신규주문, 고용, 가격항목의 하위지표를 통해 기업들이 향후 몇 달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현재 AI 도입의 확산은 장기적으로 노동수요 구조와 기업의 비용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투자자들이 이번 달 PMI를 더욱 면밀히 살필 가능성이 높다.
4/ 영국 고용·물가지표와 정치적 불확실성
영국의 노동시장 지표와 인플레이션 수치는 이번 주 금융시장의 중요한 관심사다. 화요일에 공개될 노동시장 수치는 임금 상승률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지를 보여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영국 중앙은행(BoE)의 정책판단에 직접적인 시사점을 준다.
수요일 공개되는 1월 인플레이션 수치는 12월 기준으로 3.4%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1%를 넘는 정점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이나 G7(주요 7개국) 가운데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에너지 가격 인하가 4월부터 반영되면 물가 하향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많은 둔화 요인이 일시적이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정치적 불안정성은 파운드화와 국채(길트)에 민감한 배경을 조성하고 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금요일에 영국 신용등급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데이터 변화에는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5/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회의와 신흥시장 리스크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ank Indonesia)의 목요일 통화정책 회의는 투자자들의 집중 관심을 받는다. 지난달 MSCI가 인도네시아를 프론티어 마켓(신흥국보다 한 단계 낮은 시장분류)으로 강등 위협을 제기하면서 약 800억 달러 수준의 시가총액이 증발하는 등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을 겪었다.
이후 무디스(Moody’s)는 인도네시아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고, 지수 편입을 관장하는 FTSE는 예정된 지수 검토를 연기했다. 중앙은행은 2024년 9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총 150bp(1.5%포인트)를 인하한 이후 통화완화 사이클을 다시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통화정책 스탠스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우며, 자본유출과 환율 변동성 확대 요인이 된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은 수요일 회의를 통해 스웨덴 릭스방크에서 온 새 총재 안나 브레만(Anna Breman)의 첫 통화정책 결정을 내놓는다. 브레만 총재는 현재로서는 금리 동결이 예상되지만 성장 반등세가 이어질 경우 9월경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용어 설명 및 추가 배경
프론티어 마켓(Frontier market)은 신흥시장(Emerging market)보다 경제 규모와 시장의 유동성이 작고 투자 접근성도 낮은 시장을 지칭한다. 지수기준의 강등은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촉발할 수 있어 통화·채권·주식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준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소비자가 실제로 지출한 품목의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지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선호하는 공식 물가지표다. 기준금리 결정에 직결되는 만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기초금리의 단위인 ‘bps(기준점, basis points)’는 1bp가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예컨대 중앙은행이 150bp를 인하했다는 것은 금리를 1.50%포인트 내렸다는 뜻이다.
향후 시장 영향과 분석
단기적으로 이번 주 공개되는 데이터와 기업 실적은 변동성 확대를 유발할 수 있다. 월마트와 대형 유통업체들의 실적이 소비 심리의 지속적 약화를 시사할 경우 미국 내 소비 관련 섹터(소매, 내구재 등)의 주가와 관련 지표가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월마트가 예상보다 견조한 매출·마진을 보고하면 경기 둔화 우려가 완화되며 리스크자산 선호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원자재 측면에서는 구리와 같은 산업용 금속의 수요 증가 전망이 지속될 경우 대형 광산업체의 이익 개선이 기대되며, 이는 관련 섹터의 밸류에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금과 같은 안전자산의 추가 상승은 정치·금융 불안요인이 지속된다는 신호로 해석되어 위험회피 심리를 강화할 수 있다.
신흥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지수분류 이슈와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이 핵심 변수다. 만약 Bank Indonesia가 완화 기조를 재개한다면 통화·주식시장에서 단기적 안도감을 줄 수 있으나, 자본유입 회복이 동반되지 않으면 환율 약세와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 회복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영국의 경우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 지표가 BoE의 정책 스탠스에 영향을 주어 파운드화 및 길트 금리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될 경우 시장은 작은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종합하면, 이번 주는 월마트 실적, 유럽 대형 광산사 실적, 글로벌 플래시 PMI, 그리고 각국의 통화정책 및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겹치며 금융시장에 상당한 정보 흐름을 제공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단기적 뉴스 흐름에 과도하게 반응하기보다 하위지표(신규주문, 고용, 가격 동향)를 면밀히 관찰해 경기 모멘텀과 기업들의 비용구조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AI 구축에 따른 설비투자 확대와 전력망·데이터센터 관련 수요 증가는 원자재 수요에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