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선물가격, 2개월 최고치 찍은 뒤 하락 마감… 브라질·인도 공급 변수 촉각

뉴욕 ICE 원당 10월물(SB V25)은 14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1.60% 하락한 1파운드당 0.1655달러(-0.27센트)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런던 ICE 백설탕 10월물(SW V25)은 톤당 2.20달러(+0.45%) 오른 490.20달러에 종료됐다. 월·화 이틀간 기록했던 2개월 최고치 이후 사흘 연속 조정 양상이 이어진 셈이다.

2025년 8월 14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하락은 롱 포지션 청산(long liquidation)이 집중되면서 가속화됐다. 특히 투기성 자금이 일제히 수익 실현에 나서면서 단기에 과열됐던 가격이 빠르게 식었다는 평가다.

“지난주 브라질 감산 가능성으로 급등했던 흐름이 차익 실현 구간에 진입했다.” — 시카고 소재 원자재 중개업체 관계자

시장에서 가장 직접적인 촉매는 브라질 공급 우려였으나, 과도한 투기적 숏 포지션 또한 변동성 확대의 숨은 배경으로 꼽힌다.


브라질 공급 불확실성

리서치 기관 코브리그 애널리틱스(Covrig Analytics)는 “사탕수수 수확량 감소로 2025/26년 브라질 생산량이 6억t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브라질 농업통계청(CONAB)이 제시한 6억6,340만t 전망치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1

실제 브라질 유니카(UNIC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상반월 중남부(Center-South) 원당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340만t을 기록했지만 누계 기준(2025/26년 4~7월)으로는 9.2% 감소(1,565만5,000t)해 여전히 전년 수준을 밑돌았다.


투기적 포지션 구조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Commitment of Traders’(COT) 주간 보고서(8월 5일 기준)에 따르면, 펀드·헤지펀드 순숏(Net-Short) 규모는 15만1,004계약으로 6년 만에 최대치다. 전문가들은 “숏 포지션이 과도하게 누적돼 있기 때문에, 공급 쇼크가 재차 불거질 경우 쇼트 커버링(숏 포지션 청산) 랠리가 폭발적으로 전개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순숏’은 매도 계약이 매수 계약보다 많은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투기세력이 순숏을 확대하면 가격 하락 배팅으로 해석되지만, 반대로 공급 우려가 현실화될 때 급격한 숏 청산이 이뤄져 가격 급등을 부추길 수 있다.


인도·태국發 공급 변수

설탕 가격을 압박하는 또 다른 요인은 인도의 수출 재개 가능성이다. 블룸버그는 “풍부한 몬순(우기) 강우로 2025/26년 대풍이 예상돼, 인도 정부가 시즌(10월 시작)부터 설탕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 기상청(IMD)에 따르면 8월 4일 기준 누적 강우량은 평년 대비 4% 많은 500.8㎜를 기록했다.

인도 국립협동조합제당공사(NFCSF)는 6월 2일 “재배 면적 증가로 2025/26년 인도 산 설탕 생산이 3,500만t(전년 대비 19%↑)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인도제당공사협회(ISMA)가 집계한 2024/25년 2,620만t(5년 내 최저) 대비 가파른 반등세다.

세계 3위 생산국 태국 역시 변수다. 태국 사탕수수·제당위원회(OCSB)는 5월 2일 “2024/25년 태국 설탕 생산이 1,000만t(14%↑)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세안 주요 수출국인 태국의 회복세는 국제 가격 하방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기구·기관 전망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2024/25년 세계 설탕 공급 부족(디피시트)이 547만t에 달할 것으로 수정 발표하며 9년 만의 최대 수준을 예고했다. 다만 같은 기간 미 농무부(USDA)는 5월 22일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년 세계 설탕 생산은 1억8,931만8,000t(4.7%↑, 사상 최고), 소비는 1억7,792만1,000t(1.4%↑)에 이를 것”이라며 중장기 공급 과잉을 예상했다.

USDA 산하 해외농업국(FAS)은 국가별 전망치도 제시했다. 브라질 4,470만t(2.3%↑, 사상 최고), 인도 3,530만t(25%↑), 태국 1,030만t(2%↑) 등 주요 생산국의 동반 증가를 점쳤다. 이는 ISO가 제시한 단기 부족분과 대조되며, 투자자들에게 기간별 수급 격차를 면밀히 살필 필요성을 시사한다.


용어 해설

원당 #11 : 뉴욕 ICE에서 거래되는 원당(정제 전 원료설탕) 선물로, 글로벌 가격 벤치마크다.
백설탕 #5 : 런던 ICE에 상장된 정제 설탕 선물 계약.
롱/숏 포지션 : 가격 상승(롱)·하락(숏)에 베팅하는 투자전략.
Commitment of Traders : CFTC가 매주 발표하는 선물·옵션 포지션 통계 보고서.
쇼트 커버링 : 매도 세력이 손실 회피를 위해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


전문가 시각 및 리스크 요인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브라질 수확량 실측치와 인도 정부의 수출 허가 여부가 핵심 변수”라며 “과다한 투기적 숏이 남아 있는 한, 공급 쇼크가 발생할 경우 가격 변동성이 다시 고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USDA·Czarnikow 등 주요 기관이 내다본 중장기 공급 과잉 시나리오도 만만치 않아, 장기 투자자는 선물 곡선(Contango) 구조와 재고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편, 본 기사를 작성한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 기자는 “언급된 종목이나 선물 계약에 어떠한 포지션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됐으며, 투자를 위한 최종 의사결정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