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 인터넷 그룹(Circle Internet Group·NYSE: CRCL) 주가 급등세 제동
미국 가상자산 결제 인프라 업체인 서클 인터넷 그룹 주가가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장중 3% 이상 밀리며 상승 랠리에 제동이 걸렸다. 이는 올 6월 기업공개(IPO) 이후 처음으로 매도(Sell) 의견이 제시된 것이 직접적인 요인이다.
2025년 7월 22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독립 리서치 기관 컴퍼스포인트(Compass Point)의 애널리스트 에드 엥겔(Ed Engel)은 서클 주식 투자의견을 종전 ‘중립(Neutral)’에서 ‘매도(Sell)’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도 종전 205달러에서 130달러로 36% 낮춰 잡았다.
엥겔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
USDC(서클이 발행하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가 금융 시스템의 필수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은 유지하지만, 시가총액 530억 달러가 내포한 장기 실적 기대치는 과도하다고 본다
”고 지적했다. 동시에 미 연방 하원이 지난주 통과시킨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을 언급하며, “규제 명확성이 높아졌다는 호재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왜 ‘매도’인가…마진·시장점유율 가정 대폭 하향
현재 주가(200달러 선)는 서클이 장기적으로 ‘25% 시장점유율·30% EBITDA 마진’을 달성할 것이라는 낙관적 가정을 반영한다는 것이 엥겔의 진단이다. 그러나 그는 ‘15% 점유율·20% EBITDA 마진’으로 가정을 축소하며 2026년 예상 EBITDA의 60배를 적용, 130달러라는 신규 목표주가를 도출했다. 이는 현재 주가가 적용받는 106배 대비 가치가 절반 가까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또 “서클이 향후 유통 파트너를 확대하면서 이자 수익의 더 많은 몫을 파트너들과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서클의 수익성 저하로 이어져 프리미엄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엥겔은 2025년 하반기 전통 은행과 핀테크 업체들이 경쟁 스테이블코인 출시를 잇따라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경쟁 심화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시장 반응 및 다른 증권사 관점
이번 보고서로 매도 의견을 낸 애널리스트는 최소 3명으로 늘었다. JP모건 역시 CRCL에 대해 ‘매도’ 의견을 유지하며 목표주가를 80달러로 제시 중이다. JP모건은 “제니어스(GENIUS) 법안*이 7월 18일 서명된 직후 ‘재료 노출 후 매도(sell the news)’ 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GENIUS Act: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에 대한 규제·감독 원칙을 정의하는 법안으로, 2025년 7월 18일 조 바이든 대통령 서명으로 발효됐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무엇인가?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특정 자산(주로 미국 달러)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이다. 서클이 발행하는 USDC(USD Coin)는 1 USDC가 1달러와 동일한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되며, 은행 예금과 단기 국채 등으로 담보(리저브)를 쌓아둔다. 가상자산 시장의 ‘디지털 달러’로 불리며, 결제·송금·디파이(탈중앙 금융)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리저브 투명성·이자 수익 배분·규제라는 세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다. 서클의 경우 보유 리저브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이자 수익이 주요 매출원이지만, 파트너사 및 규제 기관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마진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관전 포인트
시장 전문가들은 “서클의 장기 성장성 자체를 부정할 근거는 부족하다”면서도 “시가총액이 수익성·성장성 대비 과잉인지는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기존 금융권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경우, 유동성·신뢰 측면에서 ‘메기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변수는 규제 환경이다. GENIUS 법안은 일정 부분 불확실성을 제거했지만, 실제 시행령과 세부 규제가 어떻게 자리잡을지는 미지수다. 만약 리저브 요건 강화 또는 회계처리 기준 변경 등이 뒤따를 경우, 서클의 자본 효율성이 흔들릴 수 있다.
기자 관점에서 볼 때, 서클이 제시한 성장 로드맵(글로벌 송금 네트워크 확장·기업 결제 솔루션 강화)이 현실화된다면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 확보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현재 주가 수준은 향후 2~3년간의 이상적인 시나리오를 상당 부분 선(先)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요약하자면 ‘높은 잠재력’과 ‘높은 밸류 부담’이 공존하는 종목이다.
투자자라면 1) 경쟁사 스테이블코인 출시 일정, 2) 리저브 운용수익 배분 구조 변화, 3) 규제 세부안 확정 과정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