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 Internet Financial)이 상장 후 첫 분기 실적에서 매출과 준비금 수익이 대폭 증가하며 디지털 자산 시장의 ‘스테이블코인 경쟁 구도’에 다시 불을 지폈다.1
2025년 8월 12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서클은 6월 뉴욕 증시 직상장(IPO) 이후 처음 공개한 2분기(회계연도 기준) 보고서에서 매출 및 준비금 수익 6억 5,8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증가한 수치다. 실적 발표 직후 프리마켓(개장 전)에서 주가가 5% 추가 상승하며, 상장가 대비 5배 이상 급등한 랠리를 이어갔다.
이번 실적 개선의 핵심 배경으로는 서클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USDC(USD 코인) 유통량 확대가 꼽힌다. 회사 측은 6월 30일 기준 USDC 유통량이 전년 동기 대비 90% 늘었다고 설명했다. USDC는 시가총액 기준 테더(USDT)에 이어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무엇인가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유로·엔화와 같은 법정화폐 또는 미국 국채 등 저위험 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가상자산을 의미한다. 가격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이더리움과 달리 1코인을 1달러 등 일정 가치로 고정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결제·송금·디파이(DeFi) 생태계의 기초 자산으로 자리 잡았으며, 기관투자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제정된 Genius Act2는 스테이블코인 투명성 요건을 강화하는 동시에, 정식 금융 인프라로 편입할 수 있는 규제 기반을 마련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법률 통과가 국경 간 송금과 전통 금융·디지털 금융 사이 ‘가교 통화’ 역할을 가속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적 세부 분석
“USDC를 담보하는 현금 및 단기 국채에서 발생한 이자수익이 핵심 성장 요인” – 서클 투자자 프레젠테이션 중
서클은 USDC 준비금을 은행 예치금과 만기 3개월 이하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 미 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준비금이 창출하는 이자수익 역시 동반 확대됐다. 이번 분기에만 준비금 이자수익과 스테이블코인 관련 수수료가 매출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구독·서비스 매출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회사는 API 기반 결제·노드 서비스, 기업용 웹3 개발 툴 등 반복과금 형태의 비즈니스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실 구조와 비현금 비용
매출·이익이 성장했음에도, 서클은 이번 분기 순손실 4억 8,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회사는 “두 가지 비현금(non-cash) 항목이 손실의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명시했다.
- 첫째, 직원 주식보상(주식기준보상·SBC) 비용: IPO 직후 대규모 스톡옵션이 일시에 가시화되며 회계상 비용이 반영됐다.
- 둘째, 전환사채의 공정가치 평가손실: 상장 후 주가 급등에 따라 전환사채 가치가 상승해 평가손실로 계상됐다.
해당 항목은 현금 유출이 없는 일회성 비용이므로, 핵심 영업이익(Adjusted EBITDA) 기준으로는 여전히 흑자를 유지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주가·시장 반응
실적 발표 이후 프리마켓에서 서클 주가는 5% 상승해, 상장가(공모가) 대비 400% 이상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6월 IPO 당시 시초가는 10달러였으나, 현재는 5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규제 명확성과 스테이블코인 수요 급증이라는 두 축이 겹치면서 서클이 테더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고 진단한다.
전문가 해설 & 전망
가상자산 전문 애널리스트 A씨는 “모든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수익 구조는 금리 사이클에 민감하다”고 지적하며, “연준이 고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할 경우 서클의 준비금 이자수익은 추가로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제자금세탁방지(FATF) 지침과 각국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정책이 스테이블코인 확장성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서클 역시 보고서에서 “규제 환경 변화는 사업 전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요약 및 의미
결과적으로 서클은 유통량 90% 성장과 매출 53% 증가라는 두드러진 성과를 기록했다. 그러나 IPO 이후 발생한 비현금 손실로 인해 당기순손실을 공시하며, 향후 실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검증이 이어질 전망이다. Genius Act 시행과 함께 스테이블코인이 전통 금융권으로 빠르게 스며드는 가운데, 서클의 행보는 글로벌 디지털 자산 산업의 방향성을 가늠할 핵심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 Circle Internet Financial: 본문에서는 간단히 ‘서클’로 표기.
2 Genius Act: 미국 의회가 지난달 통과시킨 스테이블코인 규제·육성 법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