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선물시장에서 코코아 가격이 이틀 연속 큰 폭으로 밀렸다. 미국 뉴욕 ICE의 2025년 12월물 코코아(CCZ25)는 전 거래일 대비 3.01%(-186달러) 떨어졌고, 런던 ICE의 12월물 코코아 #7(CAZ25)도 2.88%(-126파운드) 하락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서아프리카 주산지의 양호한 기상 조건과 수확 기대감이 글로벌 공급 과잉(서플러스)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매도세를 강화했다.
2025년 10월 28일, 나스닥닷컴에 따르면 기상예측업체 바이살라(Vaisala)는 나이지리아 남부와 카메룬에 며칠간 산발적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충분한 강수는 코코아나무에 영양을 공급해 착과 및 꼬투리(pod)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트레이더들은 현지 작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글로벌 초콜릿 제조사 몬델레즈(Mondelez)도 최근 발표에서 “서아프리카의 최신 꼬투리 수(count)가 5년 평균 대비 7% 높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materially higher)’”고 밝혔다. 특히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의 주 수확기(main crop)는 이제 막 시작됐으며 현지 농가들은 품질 개선과 수량 증대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코코아 선물가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크게 흔들리는 이유는 결국 공급이 돌아오고 있다는 시그널 때문이다.” – 국내 상품시장 애널리스트
반면, 최근 일시적 재고 감소는 하방 압력을 일부 상쇄하고 있다. 미국 내 ICE 모니터링 창고의 코코아 재고는 10월 27일 기준 184만 2,022포대(가방)로 7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부진한 그라인딩(grinding) 지표가 부담이다. 10월 17일 아시아 코코아 협회(CAA) 자료에 따르면 3분기 아시아 분쇄량은 전년 대비 17% 감소한 183,413톤으로 9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하루 앞서 발표된 유럽 코코아 협회(ECA) 통계도 3분기 분쇄량이 4.8% 줄어든 337,353톤으로 10년래 최저치였고, 북미는 3.2% 증가했지만 신규 보고 기업 편입 효과가 반영돼 실제 수요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이 오랜 기간 고점에 머물렀던 탓에 소비 둔화 조짐도 뚜렷하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9월 7일까지 13주 동안 북미의 초콜릿 캔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 넘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높은 원가와 일부 국가의 관세 부담이 최종 소비자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수요 탄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해석한다.
공급·수요 변수 점검
- 아이보리코스트 수출 둔화 – 10월 1일~26일 누적 선적량 215,219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
- 가나 코코아 도착 물량 급증 – 8월 한 달 50,440톤 반입, 작년 동기 1만1,000톤 대비 급증.
- 나이지리아 생산 전망 하향 –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는 2025/26년 생산량이 11% 줄어 30만5,000톤으로 예측.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보고서에서 2023/24 시즌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 규모를 49만4,000톤으로 60여 년 만의 최대치로 추정했다. 그러나 2024/25년에는 14만2,000톤의 흑자(서플러스) 전환을 예상하면서 “4년 만의 공급 과잉”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생산량은 7.8% 증가한 484만 톤으로 추정됐다.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 끝에 형성된 ‘높은 베이시스(선·현물 가격 차)’가 완화될 경우 헤지 펀드와 상업 헤저의 포지션 조정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펀더멘털 변화가 옵션 만기 및 롤오버 구간과 맞물릴 경우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전문가 시각
대형 커머디티 하우스의 한 애널리스트는 “아직도 재고 수준은 장기 평균을 밑돌고 있어 단기 바닥을 단정짓기는 이르다”면서도, “투기적 순매수 포지션이 빠르게 청산되고 있어 가격 밸류에이션(가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시장 전문가는 “3분기 수요지표 부진으로 초콜릿 업체들이 원료 구매를 늦추면, 계절적 성수기(추수감사절·크리스마스)를 앞두고도 ‘역설적 조정’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용어 해설: ‘그라인딩(Grinding)’은 원두 형태의 코코아빈을 갈아낸 뒤 버터·파우더 등 반제품으로 만드는 공정을 뜻한다. 이는 최종 수요를 선행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기에, 투자자들은 분쇄량 통계를 통해 초콜릿 수요 흐름을 가늠한다.
결론적으로, 서아프리카의 호우 예보와 작황 개선 기대는 공급 과잉 전망을 키우며 가격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재고가 여전히 낮은 점과 일부 생산국의 구조적 리스크가 상존해 중장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열려 있다. 투자·가공·제조 각 주체는 기상 변수·재고 흐름·수요 지표를 복합적으로 살펴 리스크 관리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