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호우·하르마탄 지연에 코코아 선물가격 급락

코코아 가격 급락 — 2026년 3월물 ICE 뉴욕 코코아(CCH26)는 월요일 종가 기준 -403 포인트(-6.42%) 하락했고, 2026년 3월물 ICE 런던 코코아 #7(CAH26)은 -321 포인트(-7.05%) 하락 마감했다.

2025년 12월 15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서아프리카의 강수와 하르마탄(Harmattan) 계절풍 지연으로 인해 코코아 작황이 호전되면서 코코아 선물에서 롱 포지션의 청산(롱 리퀴데이션)이 촉발돼 가격이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농민들은 비와 햇빛의 균형이 잘 맞아 코코아 꼬투리(포드) 생육에 유리한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항구 도착물량 증가도 가격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 농민들은 2025/26 마케팅 연도(10월 1일 ~ 12월 14일) 동안 항구로 895,544 메트릭톤(MT)의 코코아를 선적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894,009 MT) 대비 +0.2% 증가한 수치다. 코트디부아르는 세계 최대의 코코아 생산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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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ICE(Intercontinental Exchang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의 코코아 재고는 월요일 기준 1,655,457자루로 9개월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고 감소는 통상 가격지지 요인이나, 현재는 공급 우려 완화와 물량 증가가 가격 조정 압력을 키우고 있다.


공급 전망·국제기구의 수정 —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11월 28일에 2024/25년 글로벌 코코아 잉여 추정치를 종전 142,000 MT에서 49,000 MT으로 하향 조정했고, 같은 보고서에서 2024/25년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 추정치를 종전 4.84 MMT에서 4.69 MMT로 낮췄다. 또한 네덜란드계 은행 라보뱅크(Rabobank)는 2025/26년 글로벌 코코아 잉여 추정치를 11월의 328,000 MT에서 250,000 MT으로 하향했다.

이와 같은 공급 긴축 전망은 코코아 가격을 한때 지지했다. 실제로 코코아 가격은 최근 급등해 지난 목요일 5주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지수 편입 기대 — 뉴욕 코코아 선물이 1월부터 블룸버그 커머디티 지수(BCOM)에 포함될 예정이라는 점도 수급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티그룹은 BCOM 편입으로 인해 1월 첫째 주까지 뉴욕 코코아 선물에 최대 약 20억 달러(= $2 billion)의 순매수 수요가 유입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패시브 상품(지수를 추종하는 투자펀드)의 매수 유입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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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측면의 약화 신호 — 수요 부문에서는 약세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10월 30일 초콜릿 제조사 허쉬(Hershey) 최고경영자(CEO)는 할로윈(판매 성수기) 기간 초콜릿 판매가 “실망스러웠다(“disappointing”)고 밝혔고, 이는 미국의 계절성 수요 약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할로윈은 미국 연간 캔디 판매에서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비중이 큰 이벤트로 알려져 있으며, 2024년 기준으로 약 18%를 차지했다.

아시아의 코코아 가공(그라인딩) 데이터도 약세를 시사한다. 코코아 아시아협회는 3분기 아시아 코코아 그라인딩이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183,413 MT로 9년 만에 가장 낮은 3분기 실적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유럽 코코아협회는 같은 기간 유럽의 그라인딩이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해 337,353 MT로 최근 10년 중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다. 북미의 경우는 3분기 그라인딩이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112,784 MT이나 이는 보고 대상 기업 추가로 인해 수치가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됐다.

Mondelez(몽델리즈)의 발표: 최근 서아프리카 코코아 꼬투리 수량은 5년 평균 대비 7% 높고 “작년 수확량보다 실질적으로 더 많다“고 평가했다.


정책·규제 변수 — 유럽의 산림파괴 규제(EUDR)의 시행이 1년 연기된 것도 코코아 공급에 대한 우려를 낮추는 요인이었다. 유럽의회는 11월 26일 EUDR 시행을 1년 연기하기로 승인했으며, 이 규제는 콩류·코코아 등 주요 원자재의 공급망에서 산림파괴 여부를 규제하려는 목적이다. 시행 연기는 단기적으로 EU 국가들이 아프리카·인도네시아·남미 등 산림파괴 발생 지역에서 원료를 계속 수입할 수 있게 한다.

또한 11월 14일 트럼프 행정부(미국)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원자재에 대한 상호관세 10%를 철회하고, 브라질산 식품에 부과되던 40% 관세를 철회했다는 발표도 나왔다. 브라질은 세계 코코아 생산 상위 10개국 중 하나다.


지역별 생산 변화 — 나이지리아의 코코아 생산 감소 전망은 공급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는 2025/26년 나이지리아 코코아 생산이 전년 대비 -11% 감소해 305,000 MT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2024/25년 추정치: 344,000 MT). 다만 나이지리아의 9월 수출은 전년 동기와 동일한 14,511 MT로 보고됐다.


과거·기초통계 —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2023/24년 글로벌 코코아 적자를 -494,000 MT로 수정해 60년 만에 최대 적자로 집계된 바 있다. 2023/24년 전 세계 코코아 생산은 전년 대비 -12.9% 감소한 4.368 MMT로 집계됐고, 글로벌 재고대비 가공비율(stocks-to-grindings ratio)은 46년 만에 최저인 27.0%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후 ICCO는 2024/25년에는 49,000 MT의 잉여를 예상하며, 2024/25년 생산량이 전년 대비 +7.4% 증가한 4.69 MMT로 추정한다고 발표했다.


용어 설명(독자를 위한 보충)하르마탄(Harmattan)은 서아프리카에 겨울철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북동풍 계절풍을 의미하며, 코코아 작황의 건조·습윤 주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라인딩(grindings)은 원두(생콩)를 가공하여 제품(코코아 매스·버터 등)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말하며, 이는 실수요(초콜릿·제과업계) 수준을 파악하는 핵심 지표다. BCOM(블룸버그 커머디티 지수)는 여러 원자재 선물을 포괄하는 지수로, 지수 편입은 관련 선물에 대한 패시브 투자 유입을 유발할 수 있다.


시장 영향과 전망 분석 — 단기적으로는 서아프리카의 우호적 기상(적정 강수와 햇빛)과 항구 도착물량 증가로 공급 압력이 다소 완화돼 코코아 가격이 하방으로 조정됐다. 반면 중기적 불확실성 요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ICCO와 라보뱅크의 최근 보고서가 보여주듯 생산·재고의 계절적 변화, 지역별 생산 변동(특히 나이지리아의 생산 감소 전망), 그리고 기후변동성은 가격의 상하방 리스크로 남아 있다.

또한 1월 예정된 BCOM 편입은 단기적으로 매수 수요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어, 시장은 1월 초까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시티그룹의 약 20억 달러 추정치는 투자자 수급 측면에서 중요한 변수다. 만약 편입으로 인한 유입이 실제로 발생하면 가격은 일시적으로 반등할 여지가 있으나, 실물 수급(생산·수출·그라인딩) 지표가 이를 상쇄할 경우 반등 폭은 제한될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 아시아·유럽의 그라인딩 둔화와 북미의 계절적 수요 약화 신호가 계속될 경우, 가격 회복은 제약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나이지리아 등 일부 생산국의 생산 차질이나 기상 악화가 발생하면 다시 랠리가 가능하다.

투자자 및 업계 관찰 포인트 — 향후 시장 변화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1) 코트디부아르·가나의 항구 도착물량과 꼬투리 상태(포드 카운트), (2) ICCO·라보뱅크 등의 정기 보고서와 생산 전망 변화, (3) ICE 재고(미국 항만 보유량) 추이, (4) BCOM 편입에 따른 실수요성 자금 유입 여부, (5) 아시아·유럽·북미의 코코아 그라인딩 데이터, (6) 기상 변수(건조·강수·하르마탄 동향)를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단기적 가격 조정 속에서도 구조적 요인(기후 리스크, 장기 수급 불균형 등)에 따른 변동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선물 포지션과 물리적 계약의 만기·수급 구조를 면밀히 점검하는 것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