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선물 가격이 서아프리카의 양호한 작황 전망에 압박받으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12월물 ICE 뉴욕 코코아(티커: CCZ25)는 -173포인트(-2.80%) 내렸고, 12월물 ICE 런던 코코아 #7(티커: CAZ25)도 -113포인트(-2.55%) 하락했다. 가격은 3거래일째 급락하며 1주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5년 11월 8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코코아 가격은 화요일 5주 최고치를 찍은 뒤 서아프리카 대풍(범퍼 크롭) 기대가 커지면서 되돌림이 가팔라졌다. 코트디부아르 농가들은 코코아 나무 생육이 양호하고, 최근의 건조한 날씨가 수확된 원두의 건조를 도왔다고 전했다. 가나에서도 우호적인 기상 여건이 꼬투리(pod) 발달을 빠르게 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수급 심리 변화는 글로벌 초콜릿 업계의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글로벌 초콜릿 제조사 몬델리즈(Mondelez)는 최근 집계된 서아프리카 코코아 포드 카운트(나무에 달린 꼬투리 수)가 5년 평균 대비 7% 높고, 작년 수확에 비해 “상당히 높다“고 평가했다. 코트디부아르의 메인 크롭 수확이 막 시작된 가운데, 현지 농가들은 품질에 대해 낙관적인 분위기다.
지수 편입 모멘텀과 단기 기술적 랠리도 엿보였다. 화요일 가격이 5주 고점까지 치솟은 배경에는, 지난주 목요일 블룸버그 커머디티 인덱스(BCOM) 관리자 측이 코코아를 내년 1월부터 20년 만에 처음으로 지수에 편입한다고 밝힌 소식이 있었다. 2024년 말 기준 BCOM 추종 자산은 $1090억에 달했다. 코코아의 지수 편입 비중 1.7%는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의 유입을 촉발할 수 있다는 기대를 자극했다. 피크 트레이딩 리서치( Peak Trading Research LLC)는 “향후 80일 동안 $19억 규모의 코코아 선물 매수가 필요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물 흐름도 주목된다. 세계 최대 코코아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의 수출 둔화는 가격의 하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지 정부 통계에 따르면, 10월 1일~11월 2일 사이 농가가 항만으로 반입한 물량은 304,840톤(MT)으로 전년 동기 365,072톤 대비 -16% 감소했다.
여기에 ICE 지정 재고 축소도 가격 지지로 작용한다. 미국 항만에 보관된 ICE 모니터링 코코아 재고는 목요일 기준 1,793,757자루로 7.5개월 최저까지 내려갔다.
수요 우려는 상쇄 요인이다. 높은 코코아 가격과 관세 부담이 초콜릿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경계가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9월 7일까지 13주 동안 북미의 초콜릿 캔디 판매량은 전년 대비 21% 이상 감소했다. 초콜릿 제조사 허시(Hershey)의 CEO는 올 핼러윈 시즌 판매가 “실망스러웠다”고 언급했다. 핼러윈은 2024년 미국 연간 캔디 매출의 약 18%를 차지하며,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큰 시즌이다.
그라인딩(grindings) 지표도 혼조다. 아시아 코코아 협회는 10월 17일 3분기 아시아 그라인딩이 183,413톤으로 -17% 감소해 9년 만의 최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유럽 코코아 협회도 10월 16일 3분기 유럽 그라인딩이 337,353톤으로 -4.8% 줄어 10년 만의 3분기 최저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반면 전미제과협회(NCA)는 북미 3분기 그라인딩이 112,784톤으로 +3.2% 증가했다고 집계했으나, 신규 보고 기관 추가로 데이터가 왜곡됐다고 언급했다.
공급 사이드의 상반된 신호도 존재한다. 세계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의 코코아 생산은 감소 전망이다. 나이지리아 코코아 협회는 2025/26 생산량을 305,000톤으로 전망해, 2024/25 예상치 344,000톤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봤다. 한편 9월 코코아 수출은 14,511톤으로 전년 동월과 동일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의 수급 추정은 구조적 그림을 제시한다. ICCO는 5월 30일 2023/24 글로벌 코코아 수급이 -494,000톤 적자라고 개정해 발표했는데, 이는 60년 만에 최대 수준의 공급 부족이다. 같은 기간 생산은 전년 대비 -13.1% 감소한 438만 톤(4.380 MMT)으로 추산됐다. 재고/그라인딩 비율은 27.0%까지 내려 46년 최저를 기록했다. 다만 2024/25 시즌에는 글로벌 잉여가 142,000톤으로, 4년 만의 첫 흑자가 될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글로벌 생산은 전년 대비 +7.8% 증가한 484만 톤(4.84 MMT)으로 추정됐다.
용어와 지표 해설
• ICE 선물: 미국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ICE)에서 거래되는 코코아 등 원자재 선물 계약을 의미한다. 본문에 언급된 CCZ25(뉴욕)와 CAZ25(런던)는 각각 2025년 12월물을 뜻하는 티커/코드다.
• BCOM(블룸버그 커머디티 인덱스): 다양한 원자재 선물로 구성된 대표 지수다. 지수 편입/비중 변화는 패시브 자금의 매수·매도 흐름을 촉발할 수 있다.
• 그라인딩: 코코아 빈을 분쇄해 버터·파우더로 가공하는 과정의 물량 지표로, 실수요(소비) 추세를 가늠하는 핵심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 재고/그라인딩 비율: 가용 재고가 연간 가공(소비)량 대비 어느 정도의 완충 능력을 갖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 MT: 미터톤(metric ton, 톤)을 의미한다.
해석과 전망
단기로는 서아프리카의 생육 호전과 포드 카운트 개선이 공급 우려를 완화하며 가격 하방 압력을 지속시킬 수 있다. 여기에 북미·유럽의 그라인딩 둔화와 소비 위축 신호(북미 초콜릿 캔디 판매량 -21% 이상, 허시의 핼러윈 부진 평가)가 겹치며 수요 측 역풍이 크다. 반면, BCOM 편입에 따른 패시브 매수와 ICE 재고 축소, 코트디부아르 수출 둔화는 하락 속도를 제한하는 완충장치로 작용한다.
중기로 가면, ICCO가 제시한 2024/25 잉여 전환(+142,000톤)과 생산 반등(+7.8%)은 구조적 타이트니스 완화를 시사한다. 다만 재고/그라인딩 비율 27%(46년 최저)이라는 기저 상태는 공급 충격(병충해, 강우 편차, 물류 차질) 발생 시 가격 변동성 재확대 가능성을 내포한다. 결국 가격 경로는 (1) 서아프리카 메인 크롭의 실제 수확량·품질, (2) 북반구의 계절성 수요 회복과 가격 탄력성, (3) BCOM 자금 유입의 실현 강도에 의해 좌우될 공산이 크다.
시장 참여자를 위한 체크포인트로는, (a) 코트디부아르 주간 반출(포트 딜리버리) 속도, (b) ICE 지정 재고 추이, (c) 아시아·유럽·북미 그라인딩 분기 통계, (d) 몬델리즈·허시 등 글로벌 플레이어의 가격 전가(패스스루) 및 판가 정책 변화가 있다. 이러한 요소의 조합은 선물 커브 구조(콘탱고/백워데이션)와 변동성 스마일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공시 및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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