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ICE와 런던 ICE의 12월 인도분 코코아 선물 가격이 11일(현지시간) 이틀째 상승 마감했다. 뉴욕 ICE 코코아(종목코드: CCZ25)는 전일 대비 +60달러(+0.80%) 오른 톤당 7,572달러에, 런던 ICE 코코아(#7, 종목코드: CAZ25)는 +26파운드(+0.50%) 상승한 톤당 5,213파운드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9월 1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주요 산지의 이례적 기상 상황이 가격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코트디부아르에 집중된 폭우는 농부들이 농장에 진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고, 수확된 코코아의 항만 이동도 지연시키고 있다. 반면 가나와 나이지리아는 가뭄 탓에 열매가 시들어 일부 수확량이 훼손된 것으로 전해진다.
코코아는 전 세계 초콜릿 생산의 핵심 원료로, 가격 변동성이 크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세계 최대 농산물·원자재 거래소 중 하나이며, 뉴욕·런던 거래소에서 각각 달러·파운드화로 거래가 이뤄진다.
재고 감소가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 창고 재고는 209만 9,630포대로 4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급 긴축 전망은 가격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수출 흐름도 둔화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 통계에 따르면 10월 1일~9월 7일 마케팅연도 기준 누적 선적량은 181만 t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지만, 지난해 12월 +35% 급증했던 속도에 비하면 확연히 둔화됐다.
수요 위축 우려와 대조적인 흐름
이번 주 초 가격이 한때 1.5개월 저점까지 밀렸던 배경에는 초콜릿 수요 둔화 관측이 있었다. 스위스 명문 초콜릿 업체 린트 앤 슈프륄리(Lindt & Sprüngli)는 7월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바리 캘러버(Bary Callebaut) 역시 같은 달 세 차례 중 두 번째로 판매량 전망을 낮췄고, 3~5월 분기 판매량이 −9.5%로 10년 만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급 차질과 재고 감소가 약세 논리를 압도하며 가격 반등을 이끌었다. 몬델리즈(Mondelez)는 최근 팟 카운트(나무당 열매 수) 조사에서 서아프리카 평균치가 5년 평균 대비 7% 높아졌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기상 악화가 실제 수확량으로 이어질지를 더 주목하고 있다.
서아프리카 기상 이슈 상세
코트디부아르 북부·중부 지역에는 평년 대비 40% 이상 많은 강수량이 집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가나 서부와 나이지리아 남서부 초코벨트는 평년 강수량의 60% 미만에 불과했다. 이 같은 극단적 강·약수 조합은 병해(블랙팟)·낙과를 촉진해 향후 메인 크롭(10~5월) 수확량에 불확실성을 키운다.
시장조사업체 Commodity Weather Group은 “최근 60일간 서아프리카의 건조함이 1979년 이후 최악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메인 크롭 이전에 나오는 미드 크롭(4~9월) 품질 악화가 이미 확인되고 있다. 네덜란드계 은행 라보뱅크는 올해 코트디부아르 미드 크롭 생산량을 40만 t으로 추정, 전년(44만 t)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봤다.
나이지리아 생산 전망 하향
코코아 세계 5위 생산국인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는 2025/26년도 생산량을 305,000t으로 전망, 전년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2024/25년도 수출은 6월 기준 전년 대비 0.9% 증가한 14,597t으로 집계돼 단기 공급 압박이 여전함을 시사한다.
수요 지표: 분기별 그라인딩
유럽코코아협회(ECA)에 따르면 2분기 유럽 그라인딩(원두 분쇄)는 331,762t으로 전년 대비 7.2% 줄었다. 아시아코코아협회(CCA)는 2분기 아시아 그라인딩이 176,644t(−16.3% y/y)으로 8년 만의 최저라고 밝혔다. 북미 2분기 그라인딩 역시 101,865t(−2.8% y/y)로 감소했다.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고평가를 유지하는 상황은 “공급 리스크가 수요 감소폭을 상회하고 있다”는 시장 평가로 요약된다.
세계 수급 전망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보고서에서 2023/24 시즌 글로벌 공급 부족을 −49만4,000t으로 상향 조정, 60년 만의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생산량은 전년 대비 13.1% 줄어 4,380만 t에 그쳤으며, 재고 대비 소비 비율은 27.0%로 46년 만의 최저다.
한편 ICCO는 2024/25 시즌에는 14만2,000t 공급 과잉을 전망했다. 생산량이 7.8% 증가해 4,840만 t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지만,극단적 기상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실제 수치는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세계 2위 생산국 가나는 7월 1일 코코아보드를 통해 2025/26년도 생산량이 전년 대비 8.3% 늘어난 65만 t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생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기후·병충해 변수로 인한 변동성은 여전히 잠재한다.
전문가 시각 및 시장 영향
시장 분석 측면에서, 현재 코코아 가격은 단기적 공급 타이트닝과 중장기 수요 둔화 시그널이 엇갈리는 국면이다. 뉴욕선물은 지난달 연고점(약 8,200달러)에 근접했다가 조정을 거친 뒤 다시 반등하는 형태를 보였다. 런던선물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카카오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국내 업체들—예컨대 제과사, 원료 수입사—는 환율·해상운임 변동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최근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 글로벌 물류 비용, 원/달러 환율 방향성이 실질 조달 가격에 미칠 영향이 크다.
투자 관점에서 선물 스프레드(뉴욕·런던 간 차익)는 통화 가치뿐 아니라 현물 프리미엄·품질 차이에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헤지 전략을 세울 때 커버드 콜, 풋옵션 방어 등 파생상품 활용이 필요하다.
코코아는 향후 ESG 이슈에도 노출될 수 있다. 특히 산림 훼손 억제를 위한 서아프리카 정부의 생산 규제, 노동 환경 개선 요구가 공급 사이드 비용을 추가로 상승시킬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용어 설명
그라인딩(Grinding)은 원두 형태의 코코아를 분쇄해 코코아 매스·코코아 버터·코코아 파우더로 분리하는 공정이다. 통상 실제 소비를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미드 크롭과 메인 크롭은 코코아 수확 시기를 나타낸다. 서아프리카에선 4~9월 수확하는 미드 크롭이 연간 생산의 30% 내외, 10월~다음해 5월 수확하는 메인 크롭이 70% 안팎을 차지한다.
블랙팟병은 곰팡이(P. palmivora) 감염으로 열매가 검게 썩는 질병이다. 고온·다습 환경에서 빠르게 퍼지며 수확량을 크게 떨어뜨린다.
팟 카운트는 나무별로 달린 코코아 열매(팟) 개수를 세어 생산량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현지 조사 인력·드론·위성사진 등을 활용한다.
이처럼 생산·수요·재고·기후·질병 등 복합 요인이 맞물리며 코코아 가격 변동성은 향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기사 작성자는 본 기사에서 언급된 증권에 대해 직접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