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선물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ICE 뉴욕 12월물 코코아(티커 CCZ25)는 전 거래일 대비 0.88% 오른 1톤당 +65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며, ICE 런던 12월물 코코아(티커 CAZ25)도 1.45% 상승한 +74파운드를 기록 중이다.
2025년 9월 1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서아프리카의 기후 불안이 코코아 공급 차질 우려를 키우면서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에서는 집중호우로 농가가 제때 밭에 들어가지 못했고, 이로 인해 산지에서 항구로 운송되는 물량이 지연되고 있다. 반면 가나·나이지리아 일부 지역은 극심한 건조 현상이 이어지며 꼬투리가 마르는 피해가 발생했다.
미국 항만에 보관된 ICE 감시 코코아 재고 또한 감소세다. 9월 9일 기준 재고는 212만 3,868포대로 3.75개월 만의 최저치다. 이는 시장 전반의 공급 타이트닝 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요 위축 우려와 공급 변수의 힘겨루기
불과 하루 전인 9일, 뉴욕·런던 양 시장의 코코아 선물은 1.5개월래 최저치까지 하락했었다.
높은 가격과 각국 관세(특히 EU·영국의 관세 조정)가 초콜릿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전망
이 단기 조정의 배경이었다. 스위스 초콜릿 업체 린트&슈프률리(Lindt & Sprüngli AG)는 7월, 1분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같은 달, 세계 최대 초콜릿 원료 업체 배리 캘러버우트(Barry Callebaut AG)도 세 달 만에 두 번째로 판매량 전망을 내렸으며, 3~5월 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5% 급감했다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 제과 대기업 몬델리즈(Mondelez International)는 최신 꼬투리 조사 결과를 근거로 “서아프리카 꼬투리 수가 5년 평균 대비 7% 많고, 지난해보다도 크게 늘었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공급 증가 기대를 키우며 가격을 압박했으나, 현지 기상 악화가 다시 불안감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시장조사 기관 커모디티웨더그룹(Commodity Weather Group)에 따르면, 최근 60일간 서아프리카는 1979년 이후 최건조 기록을 세웠다. 비가 부족하면 주 수확기(10월 시작) 전에 꼬투리 유지(착과)율이 떨어져 생산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아이보리코스트·나이지리아 생산 추이
아이보리코스트 정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9월 7일 누계 선적량은 181만 t으로 전년 대비 5.8% 늘었다. 다만 12월 당시 YoY +35%였던 증가율이 크게 둔화돼 수출 모멘텀 약화가 확인된다.
은행·브로커업체 라보뱅크(Rabobank)는 올해 아이보리코스트 중간 수확(mid-crop) 품질이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평균 생산량 전망치는 40만 t으로 전년(44만 t) 대비 9% 감소가 예상된다.
세계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도 2025/26년 생산량이 30만5,000 t(-11% YoY)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6월 코코아 수출은 1.46만 t으로 전년 동월보다 0.9% 늘어 내부 재고가 빠르게 소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요 부진 지표
코코아 분쇄(그라인딩) 통계는 소비 동향을 가늠하는 핵심 선행지표다. 7월 17일 발표된 유럽 코코아협회(ECA) 자료에서 2분기 유럽 그라인딩 물량은 33만1,762 t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급감했다. 아시아 코코아협회 집계도 같은 기간 17만6,644 t으로 16.3% 감소해 8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북미 역시 10만1,865 t으로 2.8% 줄었다.
이러한 수요 부진은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동시에 선물 시장 오버슈팅 가능성을 키워 기관투자가의 변동성 트레이딩·옵션 전략 수요를 자극한다는 분석이 있다.
ICCO, 적자폭 상향… ‘재고 대비 분쇄 비율’ 46년 최저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보고서에서 2023/24년도 글로벌 코코아 공급 부족(deficit)을 49만4,000 t으로 상향 조정했다. 생산량은 4.38 백만 t으로 13.1% 감소했다. 특히 재고-대-분쇄 비율(stocks-to-grindings ratio)이 27.0%로 197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 stocks-to-grindings ratio란?
가공(분쇄) 실수요 대비 남아 있는 재고를 측정하는 지표로, 비율이 낮을수록 공급이 타이트하다는 의미다.
ICCO는 2024/25년도에는 7.8% 증가한 4.84 백만 t 생산과 14만2,000 t 흑자 전환을 예측했으나, 최근 기상 악화가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 관전 포인트 및 전망
① 기상 리스크 지속 여부 – 10월 본격 수확기까지 비·온도 패턴이 생산량을 결정짓는다. ② 소비 회복 지표 – 연말 성수기(11~12월) 초콜릿 수요가 가격 저항선을 파괴할 변수로 부각된다. ③ 통화·관세 정책 – 주요 수입국(특히 유럽)의 관세 및 환율 변동이 파생상품 헤지 비용에 영향을 준다.
기자가 종합한 결과,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우려가 여전해 톤당 4,000달러대 지지선이 견고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수요 지표 부진과 투기적 롱 포지션 청산이 맞물리면 가격 변동성 확대를 피하기 어렵다.
국내 제과·음료 기업은 원재료 비용 변동에 대비해 선물·옵션 기반 헷지 비중을 늘리고, 장기 계약 시점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 개인 투자자 역시 유동성·스프레드·롤오버 비용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됐으며 투자 결정에 따른 손익은 독자 본인에게 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