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선물시장에서 2025년 9월 인도분 뉴욕 코코아(티커: CCU25) 가격이 전일 대비 70달러(-0.80%) 하락하며 1톤당 8,679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반면 같은 만기 런던 코코아 #7(CAU25)는 68파운드(+1.18%) 오른 5,799파운드를 기록해 시장의 엇갈린 흐름을 보여줬다.
2025년 8월 12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전날 3% 급등해 2개월 최고치를 찍었던 뉴욕 코코아 가격은 당일 일부 롱 리퀴데이션(매수 포지션 정리) 압력에 밀리며 되돌림을 나타냈다. 시장 참가자들은 서아프리카 지역의 극심한 건조 기후가 코코아나무의 꽃과 어린 꼬투리(cherelle) 성장을 위협한다는 소식에 전날 매수세를 키웠으나, 단기 차익 실현이 겹치며 가격이 조정된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에 따르면 올 시즌 코트디부아르·가나의 강수량은 30년 평균치를 밑돌고 있으며, 높은 기온까지 겹쳐 10월 시작되는 메인 크롭(main crop) 수확량 감소가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 수주간 두 국가의 주요 산지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는 현지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 수급 요인: 재고 감소와 수출 둔화
공급 측면에서
ICE가 관리·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 창고 내 코코아 재고는 8월 11일 기준 2,267,555포대로 2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타이트(tight)한 물량 상황을 부각시키는 요소다.
코트디부아르 정부 자료를 보면 10월 1일 이후 8월 10일까지 누적 선적 물량은 178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으나, 작년 12월까지 기록했던 35% 증가율에 비하면 크게 둔화됐다. 업계에서는 “메인 크롭 물량이 일찍 소진된 데다 미드 크롭(mid-crop) 품질 문제가 겹치며 선적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 품질 저하: 미드 크롭 불량률 확대
현지 가공업체들은 미드 크롭에 대해 “트럭 1대분 물량 중 5~6%가 불량”이라고 호소한다. 메인 크롭 불량률(1%)의 5배 수준이다. 라보뱅크는 “늦은 우기로 인해 꽃이 제때 수정·성장하지 못했다”며, 올해 코트디부아르 미드 크롭 생산량을 40만t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작년(44만t)보다 9% 감소한 규모다.
※ 용어 설명
• 미드 크롭(mid-crop): 서아프리카에서 4~9월 수확되는 소규모 시즌으로, 주로 메인 크롭 보충 및 단가 조정 용도로 활용된다.
• 롱 리퀴데이션: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보유하던 매수 포지션을 청산해 차익을 실현하는 행위다.
🌍 기타 생산국 동향
세계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의 코코아협회는 2025/26연도 생산량이 30만5,000t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할 것이라 예측했다. 한편 2024년 6월 나이지리아 코코아 수출은 1만4,597t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9% 증가해 단기 수출 회복세를 보였다.
반대로 2위 생산국 가나 코코아위원회(COCOBOD)는 2025/26 시즌 생산 전망을 65만t으로 제시하며 8.3% 증가를 예상했다. 이는 내년 이후 세계 공급 구도를 바꿀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 수요 측면 압박
수요 부진은 가격 상승에 제동을 걸고 있다. 프리미엄 초콜릿 업체 린트&슈프렝글리는 7월 실적 발표에서 상반기 판매 급감으로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했다. 바리칼레보(Barry Callebaut) 역시 세 달 만에 두 번째로 판매량 전망을 낮추고, 3~5월 판매가 9.5% 줄어 10년 만에 최악의 분기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제 2분기 지역별 grindings(원두 가공량) 통계도 저조하다. 유럽코코아협회(ECA)는 -7.2%(331,762t), 아시아협회는 -16.3%(176,644t), 북미는 -2.8%(101,865t)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높은 원료 가격이 초콜릿 제조업체의 가동률을 끌어내린 영향으로 해석된다.
📊 국제 코코아기구(ICCO) 전망
ICCO는 5월 30일 보고서에서 2023/24연도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을 49만4,000t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60년 만에 최대 규모다. 생산량은 4,380만t으로 전년 대비 13.1% 줄었고, 재고 대비 가공 비율(stocks-to-grindings)은 27%로 46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2024/25연도에는 7.8% 증산하며 14만2,000t 흑자 전환을 예고했는데, 이는 가나·카메룬 등의 생산 회복 가능성을 전제한 수치다. 시장에서는 “기후 변수가 여전해 실제 공급이 전망만큼 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계 심리가 강하다.
🗣️ 기자 해설
이번 조정은 전형적인 “뉴스에 매수, 사실에 매도” 패턴으로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 재고 감소·품질 악화 같은 공급 쇼크가 지속되는 한 가격 하방 경직성은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초콜릿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9월 이후 메인 크롭 수확이 시장에 유입될 경우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
투자자라면 서아프리카 우기 강수 추세와 주요 가공업체의 하반기 주문 가이던스를 면밀히 확인하며, 옵션·스프레드 전략으로 리스크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