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강우 소식에 코코아 선물가 1%대 하락

미국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12월물 뉴욕 코코아(종목 코드: CCZ24) 가격이 9월 16일(현지시간) -1.65%(-128달러) 하락한 채 마감했다. 같은 날 ICE 런던 9월물 코코아(CAU24) 역시 -1.62%(-92파운드)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서아프리카 전역에 내릴 것으로 예보된 비가 토양 수분을 높여 작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하며 매도를 늘렸다.

2025년 9월 16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민간 기상 서비스업체 맥사 테크놀로지스(Maxar Technologies)는 “현재 서아프리카에 내리고 있는 비가 주말까지 이어져 토양 수분과 코코아 열매 수확량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을 제시했다. 서아프리카는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산지로, 해당 지역의 기상 변수는 국제 시세를 좌우한다.

뉴욕 코코아 선물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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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나이지리아 7월 코코아 수출이 전년 대비 31% 급증했다는 소식도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 나이지리아는 세계 6위의 코코아 생산국이며, 7월 수출 물량은 17,456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공급 과잉과 외화 확보 목적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평가된다.

반면 지난 9월 15일 뉴욕 코코아 선물은 두 달 만에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시장은 “서아프리카의 과도한 건조 현상으로 생산량이 급감할 수 있다”는 맥사의 분석에 주목했다. 회사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에서 최근 한 달간 강수 빈도가 크게 줄어 평년 대비 토양 수분이 부족해졌다”고 설명했다.


주요 생산국별 수급 동향

1위 생산국 코트디부아르의 상황은 여전히 가격 지지 요인으로 남아 있다. 현지 정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8월 25일까지 항구로 반입된 원두는 169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감산 폭이 두 자릿수를 넘어선 것은 2016/17 시즌 이후 처음이다.

런던 코코아 선물 차트

주목

미국 내 ICE 공인 재고도 빠르게 줄고 있다. 9월 16일 기준 미국 항만에 보관된 가용 재고는 2,488,992포대로, 15년 만의 최저치다. 재고 감소는 단기적인 공급 타이트닝으로 이어져 가격 하단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2위 생산국 가나의 국영 코코보드(Cocobod)는 2024/25년도 생산 전망치를 65만 톤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 6월 발표했던 70만 톤보다 7% 낮아진 수치다. 특히 2023/24년도 수확량은 불량한 날씨와 ‘팟 병’(포드 로트)을 비롯한 병해 확산으로 23년 만의 최저치인 42만5천 톤까지 추락했다.

세계 5위 생산국 카메룬은 예외적이다. 국가 코코아·커피위원회(NCCB)는 2023/24년(8월~7월) 생산량이 1.2% 증가한 266,725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생산 증가 소식은 공급 확대 기대를 높여 약세 요인으로 평가된다.


수요 지표 개선

수요 측면에서는 분쇄(Grinding) 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7월 18일 미국 전미제과협회(NCA)는 2분기 북미 코코아 분쇄량이 전년 대비 2.2% 증가한 104,781톤이라고 밝혔다. 애초 시장은 소폭 감소를 예상했으나, 수요가 견조함을 입증했다.

같은 날 아시아코코아협회(CAA)가 발표한 2분기 아시아 분쇄량은 210,958톤으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으나 예상(-2.0%)보다는 양호했다. 유럽코코아협회(ECA)가 7월 11일 발표한 2분기 유럽 분쇄량은 357,502톤으로 전년 대비 4.1% 증가, 시장 예상(–2%)을 뒤집었다.


국제기구 전망 및 정책 변수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3/24년도 세계 코코아 수급이 43만9천 톤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월 전망치(37만4천 톤)보다 17% 확대된 규모다. 또한 재고/분쇄 비율은 46년 만의 최저치인 27.4%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ICCO는 “기후 변화로 인한 엘니뇨 현상, 병해충 확산, 노후화된 농가 인력 등이 중·장기적 공급 압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가나는 올해 수확 부진으로 최대 35만 톤의 원두 선적을 다음 시즌으로 이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코트디부아르 Le Conseil du Café-Cacao는 6월 7일 “국내 가공시설이 없는 기업은 7월 말까지 중간작물(mid-crop) 원두를 구매할 수 없다”는 고시를 냈으며, 7월 11일부터는 2024/25년도 물량의 선물 판매를 국내 가공시설 보유 기업에 한해 재개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분쇄(Grinding)는 원두를 분말로 가공해 버터·파우더 등의 중간재로 만드는 공정을 뜻한다. 통상 초콜릿·제과 산업의 즉각적인 원료 수요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포워드 세일(Forward Sale)은 생산국이 아직 수확되지 않은 물량을 선물 형태로 미리 판매하는 계약을 말한다. 이는 생산자에게는 현금 흐름 안정, 구매자에게는 가격 헤지 수단이 된다.

포드 로트(Pod Rot)는 코코아 열매에 곰팡이가 침투해 과실이 썩는 병해로, 열대우림 고온다습 환경에서 급속히 번식한다.


시장 전망

시장 참가자들은 서아프리카 강우로 인한 단기적 공급 완화를 의식하면서도, 재고 부족·병해·기후 리스크가 중·장기적으로 강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산량이 일부 회복되더라도 재고가 바닥 수준이어서 가격 변동성은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글로벌 트레이딩 기업 Ecom Agroindustrial은 2023/24년 코트디부아르 생산량이 전년 대비 21.5% 감소한 175만 톤에 그쳐 8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일부 헤지펀드는 “카메룬·인도네시아와 같은 주변국 공급 증가가 약세 재료로 부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기상 패턴 변화, 각국 정부의 수출 정책, 글로벌 분쇄 수요가 교차하는 구간에서 가격이 재차 반등하거나 추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 투자자들은 선·현물 스프레드, 옵션 변동성, 달러 인덱스 움직임 등 복합 지표를 두루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