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강우로 건조 완화…코코아 선물 가격 하락 압력

뉴욕 ICE(Intercontinental Exchange) 12월물 코코아 선물(CCZ25)은 전장 대비 -22달러(-0.30%) 하락했으며, 런던 ICE 12월물 코코아 선물(CAZ25) 역시 -18파운드(-0.35%) 떨어졌다.

2025년 9월 17일, 나스닥닷컴이 인용한 Barchart 보도에 따르면, 최근 서아프리카 일대에 내린 비가 오랜 건조 상태를 완화하면서 코코아 나무의 개화(꽃 피는 과정)를 촉진하고 있다. 이는 해당 지역 생산량 증가 기대를 키우며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5일(월)에는 서아프리카 작황 우려가 부각되면서 뉴욕 코코아 선물이 2주 만에 최고치까지 올랐다. 가나·나이지리아에서 지속된 가뭄으로 일부 코코아 꼬투리가 시들었고, 시장은 공급 차질 가능성을 반영해 가격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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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 재고가 206만 8,845포대(4.5개월 만에 최저)까지 감소했음에도, 최근 강우로 인한 공급 회복 기대가 재고 감소 효과를 상쇄하며 전반적인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 코코아 가격 차트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 농가의 올해(10월 1일~9월 14일) 누적 선적 물량은 182만 t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지만,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35% 급증세와 비교하면 확연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론 공급 타이트 우려를 자극할 수 있으나, 시장은 여전히 최근 비로 인한 작황 회복 가능성을 더 크게 평가하고 있다.

지난주 화요일(9일) 코코아 선물가는 1.75개월 만의 저점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가격 급등과 수입 관세 상승이 초콜릿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전망에 주목했다. 실제로 초콜릿 제조 대기업 Lindt & Sprüngli AG는 7월 중순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고, Barry Callebaut AG 또한 같은 달 3개월 새 두 번째로 판매량 전망을 깎았다. 이 회사의 3~5월 분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9.5%로, 10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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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Mondelez International은 최신 서아프리카 꼬투리(pod) 개수 조사 결과가 5년 평균 대비 7% 이상 많고, 전년보다 ‘현저히’ 높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낙관적 전망은 단기 상승 모멘텀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런던 코코아 가격 차트

다만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시장은 서아프리카의 이례적 한파·건조블랙 팟(black pod) 병 확산 우려를 재료 삼아 두 달 최고가까지 밀어올렸다. Commodity Weather Group에 따르면, 최근 60일간 서아프리카의 강수량은 197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10월 시작되는 메인 크롭 수확 전 꼬투리 유지율(pod retention)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됐다.

Rabobank는 “아이보리코스트의 미드 크롭(4~9월 수확) 품질이 예년보다 저하됐다”며 “이는 늦장마로 인해 생육이 제한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올해 미드 크롭 예상 생산량은 40만 t으로, 지난해 44만 t 대비 -9% 감소할 전망이다.

세계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의 생산 전망도 밝지 않다. 현지 협회는 2025/26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1% 감소한 30만 5,000t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2024/25년 예상치(34만4,000t)와 비교하면 공급 축소 우려가 더해진다. 그럼에도 6월 나이지리아 코코아 수출은 +0.9%(1만4,597t) 증가해 단기 수급 균형을 일부 맞췄다.

수요 측면에서는 유럽·아시아·북미 모두 2분기 그라인딩(원두 가공) 실적이 뒷걸음질했다. European Cocoa Association 집계로는 유럽이 -7.2%(33만1,762t), Cocoa Association of Asia는 아시아가 -16.3%(17만6,644t) 감소, 북미는 -2.8%(10만1,865t) 줄어들며 글로벌 소비 부진이 확인됐다.

반면 가나는 2025/26 시즌 생산량이 65만 t+8.3% 증가할 것(가나 코코아위원회 발표)으로 예상되어 가격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보고서에서 2023/24년 세계 공급 부족-49만4,000t으로 수정(기존 -44만1,000t)하며 60년 만의 최대 수준으로 평가했다. 동시에 재고 대비 가공 비율은 27.0%(46년 만의 최저)로 집계됐다. 다만 2024/25년에는 14만2,000t 흑자로 전환하고, 생산량이 +7.8%(484만 t)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코코아 선물은 무엇인가?

코코아 선물은 초콜릿·제과 산업의 원료 가격을 미리 확정하기 위해 거래되는 표준화된 파생상품이다. 투자자는 만기 시점(보통 3·5·7·9·12월) 특정 품질의 원두를 인수·인도하거나, 현금 결제를 통해 차익을 실현한다. 원두 생산이 특정 지역(서아프리카)에 편중돼 있어, 강우·병충해·정치 불안 등 지역 변수가 가격 변동성에 크게 작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전문가 시각

국내 원자재 리서치업계는 “최근 비로 인한 단기 약세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공급제약(노후 농장·기후변화·소농 재배 비중)으로 중·장기 상승 추세는 유효하다”고 진단한다. 특히 유럽 ESG 규제 강화로 ‘산림 파괴 프리(free)’ 원두 수요가 늘고 있어, 고품질·친환경 인증 원두의 가격 프리미엄이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본 기사에 언급된 종목·선물 계약에 대해 필자는 직·간접 보유 포지션이 없음을 명시한다. 이 기사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자문으로 간주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