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가뭄 우려 속 뉴욕·런던 코코아 선물 하락세 전환

[코코아 선물 가격 변동]

뉴욕 ICE 9월물 코코아 선물(CCU25) 가격이 13일(현지 시각) 전 거래일 대비 -2.58%(-227달러) 하락한 8,569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날 런던 ICE 9월물 코코아 #7(CAU25) 역시 -1.13%(-66파운드) 떨어지며 5,796파운드로 장을 마쳤다. 이는 주초 기록했던 2개월 만의 고점에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25년 8월 14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최근 코코아 시장은 서아프리카 지역의 장기 가뭄재고 감소라는 상반된 요소가 뒤섞이며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사흘 전 급등하며 2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단기 과열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대거 롱포지션 청산(롱 리퀴데이션)에 나서면서 일시적 조정 국면이 나타났다.

■ 서아프리카 가뭄이 공급망에 미칠 영향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에 따르면, 올 시즌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강수량은 30년 평균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꽃(FLOWER)·체렐(cherelle)※체렐은 수정 직후 형성되는 코코아 열매의 어린 껍질을 가리키는 용어 발육기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10월 시작되는 주 수확(Main Crop) 규모 축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온 현상까지 겹치면서 코코아 꼬투리(pod) 형성 단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된다.

시장에서는 수급 불균형이 재차 심화될 경우 지난 3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재돌파 가능성까지 거론하지만, "실제 생육 차질이 어느 정도 현실화되는지 최소 9월까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 재고·수출·품질 삼중 악재 속 코코아 강세 요인 유지

가격 조정에도 불구하고 기초 체력(Fundamental)은 여전히 타이트하다. ICE가 집계한 미국 항만 보관 코코아 재고는 13일 기준 2,248,546포대(60㎏ 기준)로 2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출 흐름도 둔화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8월 10일까지 선적 물량은 178만 t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35% 급증했던 것과 대비하면 증가 폭이 크게 둔화됐다.

품질 문제도 변수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4~9월 수확되는 미드 크롭 콩에서 트럭당 5~6%가량을 불량으로 분류, 통상 1%에 그쳤던 메인 크롭 대비 결점률이 크게 상승했다고 토로한다. 라보뱅크(Rabobank)는 "우기(雨期)가 예년보다 늦게 도래해 열매 성장이 제한됐다"고 분석한다. 시장은 올해 코트디부아르 미드 크롭을 40만 t으로 추정해 전년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본다.

여기에 세계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도 2025/26년 생산량이 305,000t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6월 코코아 수출은 14,597t으로 0.9% 소폭 증가해 단기적 공급 공백을 일부 상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재고는 줄고, 현물 품질은 나빠지고 있다. 공급측 압박이 유지되는 한 가격 하방은 제한적일 수 있다.”
— 뉴욕 소재 원자재 헤지펀드 매니저


■ 수요 부진이 만든 하방 압력

수요 측에서는 초콜릿 소비 둔화가 뚜렷하다. 스위스의 린트&슈프룽글리(Lindt & Sprüngli)는 7월, 상반기 매출 악화로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벨기에 기반 글로벌 가공업체 바리칼레보(Barry Callebaut) 역시 같은 달 3개월 만에 두 번째로 판매량 전망을 낮췄으며, 3~5월 분기 판매량이 -9.5% 감소해 10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분쇄(Grinding) 통계도 부진하다. 7월 17일 유럽코코아협회(ECA)는 2분기 유럽 분쇄량이 -7.2% 감소한 331,762t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아시아코코아협회(CAA)는 아시아 분쇄량이 -16.3% 급감해 8년 만에 최저치인 176,644t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북미 지역은 101,865t으로 -2.8% 하락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지만 전반적인 글로벌 소비 위축 추세를 피하지는 못했다.

※ 용어 설명: ‘Stocks-to-Grindings Ratio’
이는 전 세계 재고를 연간 분쇄(소비)량으로 나눈 지표로, 재고 안전 마진을 나타낸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2023/24 회계연도 해당 비율이 27.0%로 46년 만에 최저치라고 밝혔다.


■ 국제코코아기구(ICCO) 전망

ICCO는 5월 30일 보고서에서 2023/24년도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 규모를 -49만4,000t으로 상향 조정해 60여 년 만의 최대 적자를 예고했다. 같은 기간 생산량은 전년 대비 13.1% 감소한 4,380만 t으로 추정됐다. 반면 2024/25년에는 4년 만의 14만2,000t 공급 과잉 전환과 더불어 생산량이 7.8% 늘어난 4,840만 t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가나는 7월 1일 코코아위원회(Cocobod)를 통해 2025/26년 생산이 650,000t으로 8.3%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전문가 시각과 투자 전략

다수 애널리스트들은 "단기적으로는 가뭄 뉴스플로우재고 감소가 상호 작용해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현물과 선물 가격 스프레드를 활용한 옵션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재고가 역사적 저점권에 머무는 상황에서, 추가 기상 이슈가 현실화될 경우 이번 조정이 장기 상승 추세의 숨 고르기에 불과할 가능성을 언급한다.

반면 일부 기관은 "2024/25년 흑자 전환 가능성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리스크-리워드 비율이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생산 전망과 분쇄 데이터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점진적 비중 축소를 권고하고 있다.


■ 결론

이번 하락은 단기 차익 실현 성격이 짙지만, 공급 불확실성수요 위축이라는 상반된 요인이 공존하면서 향후 방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투자자들은 기상 패턴, 재고 흐름, 분쇄 통계, 그리고 주요 생산국의 정책 변화를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 본 기사에 언급된 종목·선물 상품에 대해 필자는 직접적·간접적 투자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독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