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가격 급등] 9월물 ICE 뉴욕 코코아 선물(CCU25)은 전 거래일 대비 243달러(+2.85%) 오른 8월 11일 장중 6주 최고가를 기록했고, 9월물 ICE 런던 코코아 선물(CAU25) 또한 292파운드(+5.32%)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2025년 8월 1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서아프리카의 심각한 건조 현상이 주요 산지 코코아 작황을 위협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졌다고 전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기상 데이터와 재고·수출 통계를 근거로 수급 불균형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유럽중기기상예보센터(ECMWF)는 올 시즌 코트디부아르·가나 지역 강수량이 30년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으며, 고온·건조 조건이 꽃과 체렐(chérelle·열매 초기 단계)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10월 시작되는 메인 크롭(main crop) 수확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몇 주간 해당 지역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이는 코코아 나무 열매 착과·성숙 과정에 치명적” — 현지 농업 컨설턴트
재고 감소도 가격 지지 요인이다. 미국 항만에 보관된 ICE 모니터링 코코아 재고는 8월 8일 기준 227만 713가방으로 1.7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코트디부아르 수출 속도 둔화가 눈에 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10월 1일~8월 10일 누적 코코아 출하량은 178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으나, 작년 12월 나타났던 35% 급증세에 비하면 현저히 둔화됐다.
품질 문제도 공급 불안을 키우고 있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9월까지 이어지는 미드 크롭(mid crop)에서 불량률이 5~6%에 달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메인 크롭(1% 수준) 대비 크게 높은 수치다. 라보뱅크(Rabobank)는 “늦은 우기로 인해 열매 성장 시기가 겹쳐 품질이 저하됐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미드 크롭 예상 생산량은 40만t으로 전년 대비 9% 감소가 점쳐진다.
나이지리아(세계 5위 생산국) 역시 감산 전망이다. 나이지리아코코아협회는 2025/26 시즌 생산량이 30만 5,000t으로 전년 전망치 34만 4,000t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6월 나이지리아의 코코아 수출은 전년 대비 0.9% 증가한 1만 4,597t으로 집계됐다.
수요 부진이 상쇄 요인
초콜릿 수요 둔화는 가격 상승 폭을 제한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 7월 Lindt & Sprüngli는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올해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했고, Barry Callebaut도 세 달 만에 두 번째로 판매량 전망을 낮췄다. 같은 기간 3~5월 분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9.5%로 10년 내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분쇄(grinding) 지표도 부진하다. 7월 17일 유럽코코아협회(ECA)는 2분기 유럽 분쇄량이 331,762t으로 전년 대비 7.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시장 예상 -5%). 아시아코코아협회(CAA)가 발표한 2분기 아시아 분쇄량은 176,644t으로 8년 만의 최저 수준이었고, 북미는 101,865t으로 2.8% 감소했다.
향후 생산 전망
가나 코코아위원회는 7월 1일 2025/26 시즌 생산량이 65만t으로 8.3%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공급 부족 우려를 일부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2023/24 시즌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 규모를 49만 4,000t으로 상향 조정하며, “61년 만의 최대 적자”라고 지적했다. ICCO는 2023/24 생산량이 전년 대비 13.1% 감소한 4,380만t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재고 대비 분쇄 비율(stocks-to-grindings ratio)은 46년 내 최저인 27.0%로 추정됐다. 다만 2024/25 시즌에는 14만 2,000t 흑자 전환과 7.8% 생산 증가를 전망했다.
용어 해설 및 전문가 관전 포인트
1 ‘체렐(chérelle)’은 코코아 열매가 수정 후 약 2달간 자라는 초기 단계로, 이 시기 고온·건조가 지속되면 낙과·기형과가 늘어나 생산량이 급감한다.
2 ‘분쇄(grinding)’은 원두를 가공해 코코아 매스·버터·파우더로 만드는 과정으로, 초콜릿·음료 제조 수요를 가늠하는 대표적 수요 지표다.
3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글로벌 원자재·금융 선물거래소를 운영하며, 코코아·커피·설탕 등 소프트 상품 가격의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서아프리카 여름 강수·기온 패턴이 9~10월 메인 크롭 수확량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라며, 가을 우기까지 가뭄이 지속될 경우 국제 가격이 추가 랠리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다만 유럽·아시아 초콜릿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중장기 가격 상승 탄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경계론도 병존한다.
투자자 관점에서 단기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헤지 수단을 활용한 위험 관리와 함께 재고·기상 데이터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라는 조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