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뉴욕 9월물 코코아(CCU25) 가격이 13일(현지시간) 장중 전일 대비 -178달러(-2.02%) 하락했고, ICE 런던 9월물 코코아(CAU25) 역시 -66파운드(-1.13%) 떨어졌다. 전날 두 달 만의 최고치를 찍은 뒤 매도 차익 실현(long liquidation)이 이어지며 가격이 되돌려진 것이다.
2025년 8월 13일, 바차트닷컴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서아프리카 가뭄 우려에 따른 최근 급등분을 일부 정리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뉴욕, 런던 선물 양 시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포지션을 축소했으며, 이는 단기 과열 부담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최근 가뭄 우려가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자료에 따르면 올 시즌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강수량은 30년 평균치를 밑돌고 있으며, 고온 현상까지 겹쳐 10월 시작되는 메인 크롭(main crop) 코코아 꼬투리(pod) 발육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꽃과 어린 꼬투리(cherelles*1)의 생장이 크게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ICE가 집계한 미국 항만 모니터링 재고는 12일 기준 2,248,784자루로 2개월 만의 최저치까지 감소해 수급 경색을 드러냈다.
지난 10일 발표된 코트디부아르 정부 자료에서도 올해 10월 1일~8월 10일 기간 누적 선적량이 178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늘었지만, 작년 12월 기록했던 35% 급증세에 비하면 속도가 뚜렷이 둔화됐다.
품질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9월까지 진행되는 코트디부아르 미드 크롭(mid-crop)에 대해 가공업체들은 “트럭 한 대 분량당 5~6%가 불량”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는 메인 크롭 불량률(약 1%)의 5배 수준이다. 라보뱅크는 “늦게 도착한 비로 생육이 불규칙해졌다”고 진단했다. 시장 컨센서스는 올해 미드 크롭 생산량을 40만t으로 추정해 전년(44만t) 대비 9% 감소를 예상한다.
나이지리아도 변수다.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는 2025/26년 생산량을 30만5,000t으로 전망하며 2024/25년 추정치(34만4,000t)보다 -1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6월 나이지리아 코코아 수출은 14,597t으로 전년 대비 0.9% 증가했다고 발표됐다.
수요 부진이 상쇄 요인
초콜릿 소비 둔화는 약세 재료다. 스위스의 린트 앤드 슈프룽글리(Lindt & Sprüngli)는 7월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고, 벨기에 기반 바리 칼레바우트(Barry Callebaut)도 3개월 새 두 번째로 판매량 전망을 낮췄다. 동사는 3~5월 분기 판매량이 -9.5% 줄어 10년 만의 최대폭 감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역별 분쇄(그라인딩) 통계도 흐림세다. 유럽코코아협회는 7월 17일 2분기 유럽 그라인딩이 전년 대비 -7.2% 감소한 331,762t이라고 발표했다. 아시아코코아협회는 같은 기간 아시아 그라인딩이 -16.3% 줄어 8년 만에 최저 수준(176,644t)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북미도 -2.8%(101,865t) 감소했다.
공급 전망 혼재
가나는 7월 1일 발표에서 2025/26년 생산량이 65만t으로 2024/25년(60만t) 대비 8.3% 늘어날 것이라 밝혀 공급 증가 기대를 키웠다. 가나는 코트디부아르에 이어 세계 2위 생산국이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2023/24년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을 49만4,000t으로 수정, 2월 전망치(44만1,000t)보다 적자 폭을 확대했다. 생산량은 전년 대비 13.1% 줄어 4,380만t에 그쳤으며, 재고 대비 분쇄 비율(stocks-to-grindings ratio)*2은 46년 만의 최저치인 27.0%까지 떨어졌다. 다만 2024/25년에는 14만2,000t 흑자로 돌아서고, 생산량도 7.8% 증가한 4,840만t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 *1 cherelles란? 코코아 꽃이 수정된 뒤 형성되는 유아기 꼬투리를 의미한다. 기후 스트레스가 심하면 조기 낙과돼 수확량이 급감할 수 있다.
※ *2 재고 대비 분쇄 비율은 전 세계 재고량을 연간 분쇄량으로 나눈 수치로, 실질적인 공급 여유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다. 비율이 낮을수록 시장이 공급 부족 상태에 가까움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기상 변수와 글로벌 수요 둔화, 그리고 헷지펀드의 포지션 변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서아프리카 인프라 투자와 농가 재배 방식 개선, 아시아·아프리카 초콜릿 소비 성장세가 가격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본 기사 작성 시점 기준 리치 애스플런드 애널리스트는 해당 코코아 선물 또는 관련 증권에 직접·간접적으로 보유 포지션이 없음을 밝혔다. 본문 모든 정보는 투자 자문이 아닌 참고 목적으로만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