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가뭄 랠리 뒤 숨 고른 코코아 선물가격 하락

ICE 선물시장에서 9월물 뉴욕 코코아(종목 코드: CCU25)는 전일 대비 2.58%(-227달러) 떨어진 반면, 9월물 런던 코코아(종목 코드: CAU25)는 1.13%(-66파운드) 하락 마감했다. 주요 거래소 기준 가격이 일제히 내림세로 돌아서며, 최근 가파른 랠리 이후 차익 실현(롱 리퀴데이션)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2025년 8월 1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정은 앞서 11일 뉴욕 코코아 가격이 2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직후 발생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단기 급등 구간에서 쌓였던 매수 포지션을 일부 청산하며 가격을 눌렀다.

최근 코코아 시장을 지배해 온 핵심 변수는 서아프리카 가뭄이다. 코트디부아르·가나 지역에서는 지난 수 주 동안 강수량이 거의 없었고, 높은 기온이 지속되면서 코코아 꽃과 어린 꼬투리(체렐라) 형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에 따르면, 두 나라의 금년 강우량은 최근 30년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어 10월 시작되는 메인 크롭(main crop) 수확 전망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공급 불안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재료는 재고 축소다.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 보관 코코아 재고는 8월 13일 기준 224만 8,546포대로 2개월 만의 최저치를 찍었다.

🚢 코트디부아르 수출 흐름 둔화

현지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4/25 회계연도(10월 1일~8월 10일) 누적 선적량은 178만 t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으나, 지난해 12월 기준 35% 증가에 비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최근 수확 중인 미드 크롭(mid-crop) 품질 저하로 트럭 단위로 반송 사례가 늘고 있다.” – 현지 가공업체 관계자

가공업체들은 한 트럭당 5~6% 수준의 불량률을 지적하며, 주수확기(main crop)의 1%와 큰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라보뱅크(Rabobank)는 가뭄 후늦은 강우가 생육을 제한해 수확량이 40만 t으로 전년 대비 9% 감소할 것이라 전망했다.

🇳🇬 나이지리아 생산 전망 악화

세계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는 2025/26년 생산량을 30만5,000t으로 전년 추정치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2025년 6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0.9% 늘어난 1만4,597t으로 나타났다.

수요 측면에서는 초콜릿 업계의 위축이 악재로 꼽힌다. 7월 스위스의 린트&슈프룽글리(Lindt & Spruengli)는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연간 영업이익률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벨기에의 바리 칼레바우트(Barry Callebaut) 역시 고가격 부담을 이유로 올해 들어 두 차례 출하량 가이던스를 낮췄으며, 3~5월 분기 판매량이 10년 만에 최대폭(-9.5%) 감소했다.

📉 세계 분쇄(Grinding) 지표 급락

7월 17일 유럽카카오협회(ECA)는 2분기 유럽 분쇄량이 33만1,762t으로 7.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아시아카카오협회(CCA)는 2분기 아시아 분쇄량이 전년 동기 대비 16.3% 감소해 17만6,644t으로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북미 분쇄량은 2.8% 감소한 10만1,865t으로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다.

가나의 증산 소식도 공급 부담으로 작용한다. 7월 1일 가나코코아위원회는 2025/26년 생산량이 65만 t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국제카카오기구(ICCO) 통계

ICCO는 5월 30일, 2023/24 시즌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을 49만4,000t으로 수정했다. 이는 60년 만에 최대치다. 같은 기간 생산량은 13.1% 줄어든 438만 t이며, 재고/분쇄 비율이 46년 만의 최저치(27.0%)로 내려왔다. 다만 2024/25 시즌에는 4년 만에 14만2,000t 흑자가 예상되며, 생산량은 7.8% 증가한 484만 t으로 전망했다.

🔍 용어 풀이

체렐라(Cherelle)는 코코아가 열매를 맺기 전 단계의 작은 꼬투리를 가리키는 용어다. 분쇄(Grinding)는 원두를 갈아 코코아 매스·버터·분말 등 부제품을 만드는 공정을 일컫는다. 이 지표는 실수요(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핵심 데이터로 해석된다.

💡 기자의 시각

재고 축소와 기상 악화가 공급 쇼크를 키우는 반면, 글로벌 수요 지표는 후퇴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상 변수가 시장을 주도하겠지만, 초콜릿 제조업체들의 가격 전가 능력이 한계에 다다르면 수요 둔화가 다시 가격 상단을 제어할 가능성이 있다. 4분기 메인 크롭 수확량과 북반구 연휴 시즌 판매 데이터가 추가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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