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의 이로운 강우에 눌린 코코아 선물가, 1주 만에 최저치 기록

뉴욕 ICE 12월물 코코아(CCZ25) 선물가격이 전일 대비 -145달러(-1.96%) 하락하며 1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런던 ICE 12월물 코코아 #7(CAZ25) 역시 -84파운드(-1.65%) 내리며 약세장을 연출했다.

2025년 9월 1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산지에 내린 ‘타이밍 좋은 비’(beneficial rains)가 그간 이어졌던 건조 조건을 완화해 코코아 나무 꽃 개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최근 3거래일 연속 가격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

서아프리카는 전 세계 코코아콩의 약 70%를 공급하는 핵심 산지이며, 특히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 가나, 나이지리아 세 나라의 기후 변화는 국제 시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번 강우로 수분 스트레스가 완화되면 2024/25 시즌 주산지의 생산량이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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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흐름: 가격 변동성과 수급 요인

지난 9월 15일(월) 뉴욕 코코아는 서아프리카의 건조 기후 우려로 2주 만에 최고가를 터치했으나, 가나와 나이지리아 일부 지역에서 과도한 건조로 이미 일부 작물이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도 동시에 전해졌다. 건조 속에 코코아 꼬투리(코코아팟)가 시들어 버린(withered) 사례가 관측됐다는 점은 여전히 불안 요인이다.

아이보리코스트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4/25 마케팅연도(10월 1일~9월 14일) 기준 수출 항구 반입 물량은 182만 t(전년 대비 +5.8%)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는 12월 당시 기록한 전년 대비 +35% 급증세에 비하면 뚜렷한 둔화이다.

재고 측면에서도 공급 타이트함은 여전히 존재한다.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구 창고의 코코아 재고는 9월 17일 기준 2,048,998포대(약 4.5개월 만에 최저치)로 감소했다.

수요 둔화: 초콜릿 업계의 실적 부진

하지만 가격을 누르는 더 큰 요인은 소비 수요 약화다. 스위스 명품 초콜릿 제조사 린트&슈프륭리(Lindt & Sprüngli AG)는 7월, 상반기 판매 급감으로 연간 영업이익률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세계 최대 초콜릿 원료 공급사 배리 칼리보(Barry Callebaut AG)도 3개월 새 두 번째로 연간 판매량 가이던스를 축소하고, 3~5월 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9.5% 줄어 10년 내 최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고가 코코아와 수입 관세가 초콜릿 완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자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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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전망: 국가별·질적 변수

NY Cocoa Futures Chart

서아프리카 산지의 풍작 전망은 하방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제과업체 몬델레즈(Mondelez)는 최근 서아프리카 코코아 꼬투리 수가 5년 평균 대비 7% 많고, 전년보다 ‘현저히 높다(materially higher)’고 발표했다.

반면, 고품질 원두 부족 이슈도 존재한다. 라보뱅크(Rabobank)는 아이보리코스트 미드크롭(4~9월 소규모 수확기) 품질이 늦게 도착한 강우 탓에 열악했다고 분석하며, 올해 미드크롭 생산량을 40만 t으로 전망해 전년(44만 t) 대비 -9% 감소를 예상했다.

London Cocoa Futures Chart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CAN)는 세계 5위 생산국인 나이지리아의 2025/26 생산량이 30만5,000t으로 y/y -11%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올해 6월 나이지리아 코코아 수출은 전년 대비 +0.9% 증가해 단기 공급에는 일부 숨통을 틔웠다.


수요 지표: 분쇄(Grindings) 감소

유럽코코아협회(ECA)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유럽 코코아 분쇄량은 331,762t으로 -7.2% y/y 감소해 시장 예상(-5%)보다 큰 폭 둔화했다. 아시아코코아협회(CAA)도 같은 기간 분쇄량이 176,644t으로 -16.3% y/y 급락해 8년 만에 최저 분기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북미 분쇄량은 101,865t으로 -2.8% y/y 감소했으나, 아시아·유럽보다 낙폭은 작았다.

장기 전망과 국제기구(ICC0) 자료

5월 30일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2023/24 글로벌 공급 부족(deficit)을 -49만4,000t으로 상향 조정해 60여 년 만에 최대치를 재확인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2024/25 시즌에는 4년 만에 첫 공급 과잉(142,000t)이 나타날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생산량이 y/y +7.8% 늘어난 484만 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주: stocks-to-grindings ratio는 재고 대비 분쇄 소비 비율을 뜻하며, 수급 긴장도를 가늠하는 지표다) 2023/24 비율이 27.0%로 46년 만에 최저치라는 언급도 덧붙였다.

가나는 7월 1일, 2025/26 생산이 전년 대비 +8.3% 증가한 65만 t에 달할 것이라 발표했는데, 이는 세계 2위 생산국답게 글로벌 균형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용어 해설 및 시장 참여자 참고 사항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뉴욕과 런던 선물을 포함한 주요 원자재 파생상품 거래소다. MT는 미터톤(metric ton·1,000kg) 단위를, 블랙 팟 병(black pod disease)은 고온·다습 환경에서 발생하는 곰팡이성 질병으로 코코아 꼬투리에 검은 반점을 생성해 품질 저하를 초래한다. Stocks-to-grindings ratio는 세계 재고를 연간 분쇄량으로 나눈 비율로, 40% 이하로 내려가면 통상적으로 ‘공급 부족 위험’ 신호로 해석된다.

전문적 통찰

기자 관점에서 볼 때, 단기적으로는 서아프리카 강우 호재가 선물가 하방 압력을 가하겠지만, 재고 레벨이 역사적 저점 근처라는 점, 그리고 질적 문제(미드크롭 품질 악화·병해 발생)가 여전히 잠재 리스크로 남아 있어 급격한 추가 가격 붕괴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연말 성수기(북반구 겨울)에 접어들면서 그라인딩 수치가 반등할 경우, 다시금 랠리의 불씨가 살아날 소지도 있으므로 선물·옵션 시장 참여자들은 변동성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생산국 정부의 최저 구매가(book price) 정책, 생산자 통화 약세 여부, 물류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코코아 시장은 여전히 ‘기후·정책·수요’ 세 축의 영향을 받는 고(高)변동성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