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선물 가격이 서부아프리카의 풍작(대풍) 기대감으로 급락했다. ICE 뉴욕 12월물 코코아(CCZ25)는 -216(-3.27%) 하락했고, ICE 런던 12월물 코코아 #7(CAZ25)도 -189(-3.97%) 내렸다. 시장 참여자들은 단기간에 확대된 작황 낙관론이 매도 압력을 자극했다고 평가한다.
2025년 11월 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서부아프리카 주요 산지의 생육 여건이 개선되며 올해 코코아 원두 생산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관측이 가격을 누르고 있다.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의 농가들은 코코아 나무 생육이 양호하고, 최근의 건조한 날씨가 수확 원두의 건조 작업에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가나의 농가들 역시 유리한 기상 덕에 코코아 꼬투리(팟)가 빠르게 비대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초콜릿 제조사 몬델레즈(Mondelez)는 최근 발표에서 서부아프리카의 최신 코코아 팟 카운트(꼬투리 수 조사)가 5년 평균 대비 7% 상회하며, 전년보다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아이보리코스트의 메인 크롭(main crop) 수확이 막 시작됐고, 현지 농가들은 품질에 대해 낙관적이다.
“서부아프리카의 최신 코코아 꼬투리 수는 5년 평균을 7% 웃돌며, 작년보다 물량이 상당히 높다.” — 몬델레즈
한편, 코코아 가격은 이번 주 초 5주래 고점까지 반등한 바 있다. 배경에는 지난주 목요일 블룸버그 커머디티 인덱스(BCOM)의 관리자 측이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코코아를 지수 구성 종목에 2025년 1월부터 편입한다고 밝힌 소식이 있었다. 2024년 말 기준 BCOM 추종 자산은 약 1,090억 달러로 추정되며, 지수 내 코코아 비중 1.7%는 패시브 자금의 유입을 촉발할 수 있다. 피크 트레이딩 리서치(PT Research LLC)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향후 80일 동안 펀드들은 코코아 선물을 약 19억 달러 규모로 매수해야 할 것이다.” — 피크 트레이딩 리서치
공급 측 요인도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코코아 생산국인 아이보리코스트의 수출이 둔화됐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11월 2일까지 신규 마케팅 연도 초반 기간 동안 농가가 항만으로 반출한 물량은 304,840톤(MT)으로, 전년 동기 365,072톤 대비 -16% 감소했다.
또한 ICE 모니터링 미국항 코코아 재고는 화요일 기준 1,810,657자루로 집계돼 7.25개월 최저 수준까지 줄었다. 축소된 거래소 감시 재고는 통상적으로 가격에 상방 버팀목으로 작용한다.
반면, 수요 둔화 신호는 약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높은 코코아 가격과 관세 부담이 초콜릿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리서치 회사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9월 7일까지 13주 동안 북미의 초콜릿 캔디 판매 물량은 전년 대비 -21% 이상 감소했다.
초콜릿 메이커 허시(Hershey)의 CEO는 올해 핼러윈 시즌 초콜릿 판매가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2024년 한 해 동안 핼러윈은 연간 캔디 판매의 약 18%를 차지해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큰 이벤트였다. 수요지표인 분쇄(grindings) 데이터도 약세를 보였다. 아시아 코코아 협회는 10월 17일 발표에서 3분기 아시아 분쇄량이 183,413톤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해 9년 만의 최저라고 밝혔다. 유럽 코코아 협회도 10월 16일, 3분기 유럽 분쇄량이 337,353톤으로 -4.8% 줄어 10년 만의 3분기 최저라고 전했다. 전미제과협회(NCA)는 북미의 3분기 분쇄량이 112,784톤으로 +3.2%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신규 보고기업 편입으로 데이터가 왜곡됐다고 덧붙였다.
공급 측에서 또 다른 변수는 나이지리아다. 세계 5위 생산국인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는 2025/26 생산이 305,000톤으로, 2024/25 예상치 344,000톤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해 9월 나이지리아의 코코아 수출은 전년 동기와 동일한 14,511톤으로 보고됐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2023/24시즌 글로벌 코코아 수급 적자를 -494,000톤으로 60년 이상 만의 최대로 상향했다. 같은 시즌 전세계 생산은 438만 톤으로 -13.1% 감소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재고/분쇄 비율은 27.0%로 46년 만의 최저로 낮아졌다. 다만 2024/25 시즌 전망에서는 +142,000톤의 흑자를 예상, 4년 만의 첫 흑자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2024/25 글로벌 생산은 484만 톤으로 전년 대비 +7.8%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용어와 지표 해설시장 이해를 위한 보충
–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뉴욕과 런던 등에서 코코아를 포함한 원자재 선물·옵션을 상장·거래하는 거래소다. CCZ25/CAZ25는 각각 뉴욕/런던 2025년 12월물 종목 코드를 의미한다.
– MT는 미터톤(metric ton, 톤)을 뜻한다. 분쇄(grindings)는 원두를 갈아 버터와 파우더를 만드는 가공량으로, 실제 수요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 BCOMBloomberg Commodity Index은 광범위한 원자재 바스켓을 추종하는 지수다. 패시브 자금이 지수를 추종할 경우, 지수 편입·비중 변화는 해당 원자재의 선물 매수/매도 수요를 자동적으로 유발한다.
– 아이보리코스트와 가나는 전세계 코코아 생산의 다수를 차지하는 핵심 산지로, 양국의 기상·병충해·정책 변화는 글로벌 가격에 즉각적 영향을 미친다.
기자 분석 — 공급 정상화와 수요 둔화의 힘겨루기
이번 하락은 서부아프리카의 작황 개선 기대가 촉발했지만, 거래소 재고의 7.25개월 최저와 아이보리코스트 수출 둔화처럼 단기 공급 타이트를 시사하는 지표는 가격 하방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여기에 BCOM 편입은 1.7% 비중과 약 1,090억 달러의 추종 자산을 감안할 때, 향후 80일간 약 19억 달러 규모의 기계적 매수 수요를 유발할 수 있어, 연말로 갈수록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반면, 북미 초콜릿 물량 -21%와 아시아·유럽 분쇄량의 동반 감소, 그리고 핼러윈 판매 부진은 최종 수요의 탄력 약화를 드러낸다. 이는 가격 반등 시 수요 파괴가 재차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시황은 상방·하방 재료가 공존하는 국면이다. 중기적으로는 ICCO의 2024/25 흑자 전망(+142,000톤)이 현실화되는지, 나이지리아 생산 감소(-11%)가 어느 정도 상쇄될지, 그리고 서부아프리카 메인 크롭의 실제 수확량과 품질이 관건이 될 것이다.
투자자·수요처·산지 모두가 주목해야 할 체크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서부아프리카 강우·건조 패턴의 지속 여부. 둘째, 아이보리코스트 항만 반출 속도와 ICE 재고의 추가 축소/반전. 셋째, BCOM 편입에 따른 패시브 매수의 시계열 유입과 가격 민감도. 넷째, 분쇄 데이터로 측정되는 실수요의 회복 신호다. 이들 변수의 상호작용은 향후 수주~수개월 동안 코코아 선물의 스프레드 구조와 변동성을 크게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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