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2022년 말 대중에게 공개된 챗GPT(ChatGPT)는 인공지능 열풍의 도화선이 됐다. 출시 직후 샘 올트먼(Sam Altman) 오픈AI(OpenAI)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우리는 새로운 기술 혁명의 문턱에 서 있다”고 말했다고, 이 발언을 직접 들은 전(前) 직원 두 명이 전했다.
2025년 10월 2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올트먼은 당시 사내 연설에서 “오픈AI는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사가 될 잠재력을 지녔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메타(Meta)의 마크 저커버그, 아마존(Amazon)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그리고 테슬라(Tesla)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등 굵직한 인물이 ‘세상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혀 왔지만, 올트먼의 야망은 그중에서도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올트먼은 29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의 새로운 협약으로 자금 조달 한계를 해소한 직후 AI 인프라 확대 구상을 한층 구체화했다. 그는 라이브스트림에서 “30GW(기가와트)의 컴퓨팅 리소스를 1조4,000억 달러로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1
올트먼은 궁극적으로 “매주 1GW씩 컴퓨팅 파워를 추가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현재 1GW를 확보하려면 설비 투자비만 400억 달러 이상 든다는 점에서 업계는 그의 계획을 ‘천문학적’이라고 본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 자본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만 언급해 구체적 실행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AI는 왕의 스포츠다.”—미국 D.A.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
루리아는 “AI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오픈AI가 현재보다 훨씬 큰 규모로 확장해야 한다”며 올트먼의 비전을 평가했다.
“수조 달러 투입이 불가피”
올트먼은 자금 조달과 관련해 정부펀드·사모펀드·전략적 투자자 등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파이낸싱(creative financing)’ 모델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왔다. 최근에는 NVIDIA와의 ‘순환 투자’(circular deal) 형식으로 지분·장비·현금을 교환해 외형 성장 효과를 키우는 방식이 논란을 불렀다. 일각에서는 “AI 버블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올해 1월, 올트먼은 백악관을 방문해 ‘스타게이트(Stargate)’라는 5,000억 달러 규모 인공지능 인프라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오라클(Oracle), 소프트뱅크(SoftBank), NVIDIA, 클라우드업체 코어위브(CoreWeave)가 참여한다. 그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옆에서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감사를 표했다. 스타게이트는 원래 10GW 데이터센터 용량을 목표로 했으나, 이번 발표로 30GW로 세 배 확대됐다.
올트먼은 “연간 수천억 달러 매출이 필요하다”며, 현재 200억 달러로 예상되는 오픈AI의 연간 매출 실적(런 레이트)을 10배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업계에서는 “오픈AI가 상장을 통해 5,00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IPO로 가는 길
챗GPT의 등장은 구글·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의 대규모 AI 투자 경쟁을 촉발했다. 올트먼은 연구 중심 비영리 단체였던 오픈AI를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초거대 AI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 그는 2017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출마를 고심했으나, 현재 오픈AI에서 받는 연봉은 7만6,000달러에 불과하다. 대신 그의 재산 대부분은 스트라이프(Stripe), 에어비앤비(Airbnb) 등 초기 투자 지분과 최근 AI 스타트업 투자에서 나온다.

2008년, Y콤비네이터(Y Combinator) 창업자 폴 그레이엄은 당시 23세였던 올트먼을 두고 “식인종이 가득한 섬에 낙하산을 타고 떨어뜨려 놔도 5년 뒤엔 그 섬의 왕이 될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올트먼은 2014년 그레이엄을 이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의 대표가 되면서 실리콘밸리의 ‘인재 사냥꾼’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번 구조 개편 발표와 함께 올트먼이 “기업공개(IPO)가 오픈AI의 가장 현실적인 자금 조달 경로”라고 언급하면서, 시장은 향후 수년 내 대형 상장 이벤트를 예상하고 있다.
머스크와의 갈등, 그리고 헐리우드 영화화
올트먼에게 적도 적지 않다. 오픈AI 공동 창립자였던 일론 머스크는 2018년 회사를 떠난 뒤 “오픈AI가 인류를 위한 비영리 정신에서 벗어났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또한 “자금이 충분치 않다”며 혹평했다.
올봄에는 전직 오픈AI 직원들이 머스크의 소송을 지지하며 “올트먼은 공공 안전보다 이익을 우선할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확산됐다. 2년 전에는 이사회와의 갈등으로 올트먼이 한때 CEO 자리에서 해임됐다가 며칠 만에 복귀한 사건도 있었다.
이 드라마 같은 과정은 2026년 개봉 예정인 할리우드 영화 ‘Artificial’로 제작되고 있다. 영화 데이터베이스 IMDb에 따르면,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에두아르도 사베린을 연기했던 배우 앤드루 가필드(Andrew Garfield)가 올트먼 역을 맡았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설명
기가와트(GW): 전력·컴퓨팅 인프라 용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1GW는 대형 원자력발전소 한 기가 생산하는 전력과 비슷한 규모다. 데이터센터에서는 전력·냉각·서버 비용을 모두 포함한 ‘설비 용량’을 가리킨다.
런 레이트(run rate): 현재의 월간 또는 분기 실적을 연간 기준으로 단순 환산한 추정 매출을 뜻한다. 스타트업 가치를 빠르게 파악할 때 자주 사용된다.
크리에이티브 파이낸싱: 전통적 주식·채권 발행 외에 전환우선주, 제휴 투자, 자산담보 대출 등 복합 자금 조달 방식을 포괄한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시장 전문가는 올트먼의 ‘30GW·1조4,000억 달러’ 공약을 “초대형 장기 베팅”으로 해석한다.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토지·전력·냉각·GPU 확보 비용이 포함되며, 특히 NVIDIA 하이엔드 GPU 수요는 공급병목을 지속적으로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하드웨어 가격 급등이 이어지면 올트먼이 예상한 ‘자본 비용 절반 감소’는 단기간 실현되기 어렵다.
반면, 클라우드 특화 반도체(ASIC)와 차세대 전력 효율 기술이 빠르게 상용화될 경우, 투자 대비 효율이 개선돼 올트먼의 청사진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오픈AI가 결국 상장을 선택할 경우, AI 분야 첫 1조 달러 시가총액 기업으로 기록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다만, 과도한 밸류에이션이 ‘AI 버블’ 논쟁을 재점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규제 측면에서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이 AI 모델의 안전성·투명성을 법제화하고 있어, 초거대 모델을 운영하는 기업의 규제 리스크도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자본·기술·규제로 얽힌 3중 과제를 올트먼이 어떻게 풀어갈지 글로벌 자본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