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주의 성향의 연방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와 공화당 성향의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산티스(Ron DeSantis)가 인공지능(AI) 산업의 데이터센터 급증에 대해 이례적으로 공동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두 정치인은 대체로 정치적 노선이 상반되지만,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 전력망 안정성 악화, 지역 고용시장 영향 등을 우려하는 점에서는 입을 모으고 있다.
2026년 1월 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좌우 정치권의 공통된 우려는 AI 산업이 빠르게 확장되는 과정에서 전력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비용 전가 문제 등 복합적인 정치·경제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반발이 초당적 합의로 발전하면 데이터센터 건설과 운영 계획에 실질적인 제약을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한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전국적 데이터센터 건설 모라토리엄(중단)을 요구하며 “솔직히 이 과정을 늦춰야 한다”고 2025년 12월 28일 CNN 인터뷰에서 밝혔다. 샌더스는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 등 기술기업의 확장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과 부유층(oligarchs)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2025년 12월 4일에 발표한 ‘AI 시민권 장전(AI bill of rights)’에서 지역사회의 데이터센터 건설 거부권을 보호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드산티스는 플로리다 The Villages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국에는 한정된 전력망 용량이 있다. 산업이 하려는 것을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고, 주민들의 반대 여론을 강조하며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원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한정된 전력망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는 이들이 하려는 일을 할 수 있는 전력망 용량이 충분하지 않다.” — 론 드산티스, The Villages 행사 발언
플로리다와 버몬트는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주는 아니나, 데이터센터가 지역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었다. 버지니아에서는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시장으로서 전기요금 상승 이슈가 2025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애비게일 스팬버거(Abigail Spanberger)의 압승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연방 에너지정보청(EIA)은 2025년에 전력요금이 약 5% 상승했고, 2026년에는 평균 약 4% 추가 상승이 예측된다. 생활비 문제가 정치 쟁점의 중심에 있는 만큼 데이터센터의 영향은 2026년 중간선거에서 유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전력 및 규제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가 더 이상 무조건적인 경제성장의 원천으로만 인식되지 않는 전환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지적한다. Abe Silverman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뉴저지 공공유틸리티위원회 총괄법률고문으로 재직하면서 “우리는 기존 고객과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만큼의 발전 용량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가장 큰 전력 계통인 PJM Interconnection(이하 PJM)에서의 부족 현상은 특히 심각하다. PJM은 13개 주와 워싱턴 D.C.를 포함해 6,500만 명 이상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독립 계통 운영자로서 중서부·미드애틀랜틱 지역의 핵심 전력망 역할을 한다. PJM에 따르면 2027년까지 신뢰성 요건에 비해 약 6기가와트(GW)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필라델피아의 전력수요와 거의 동등한 규모로, 공급 부족은 정전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모니터링 애널리틱스(Monitoring Analytics)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PJM의 전력 수요 확보 비용(capacity prices)은 급등했으며, 데이터센터로 인한 비용이 약 $230억(230억 달러)에 이른다. 이러한 비용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며, 모니터링 애널리틱스는 이를 “거대한 부의 이전(massive wealth transfer)”이라고 표현했다.
독립 시장 감시 기관인 Monitoring Analytics의 사장인 Joe Bowring는 “현재 상태는 위기 단계이며, PJM이 이렇게 부족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Grid Strategies의 사장 Rob Gramlich는 정치적 파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2026년에는 더 많은 선거가 예정돼 있어 요금·전력 안정성 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도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2월 11일 AI의 과도한 주(州) 규제를 막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령해 AI 확산을 빠르게 추진하려는 입장을 보였으나, 동시에 최근 동부 해안에서 건설 중인 해상풍력 사업을 일시 중단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이 중에는 북버지니아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수요를 보완할 것으로 기대되던 Coastal Virginia Offshore Wind 프로젝트(약 2.6GW)가 포함돼 있다. Silverman은 이 프로젝트 중단이 전기요금 상승 압력을 상당히 키운다고 지적했다.
규제·시장 대응도 본격화하고 있다. PJM의 감시기관은 전력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전력망이 감당할 수 없는 데이터센터 허가를 거부하거나 데이터센터가 자체 발전 설비를 가져오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버지니아의 공공유틸리티 규제 당국은 2027년부터 데이터센터가 자신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송전 및 발전비용의 대다수를 부담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은 그리드에서 빠르게 전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발전소를 현장에 직접 건설하는 소위 ‘코-로케이션(co-location)’ 또는 온사이트 발전 전략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GridUnity의 CEO Brian Fitzsimons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유틸리티의 연결 요청을 돕는 기업의 입장에서 내년(2026년)부터는 이런 경향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케이션’에도 문제점이 존재한다. Silverman은 “코-로케이션은 사실상 시장에서 발전기를 빼내는 행위”라며 데이터센터가 자체 발전설비를 사들이면 결과적으로 전체 전력 공급 여건이 악화되고 일반 소비자가 정전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정치적·윤리적 논쟁을 촉발할 소지가 크다.
용어 설명
PJM Interconnection: 미국 내 대규모 전력 계통 운영기관으로, 13개 주와 워싱턴 D.C.를 포함해 6,500만 명 이상의 전력 공급을 관장한다. 전력 수급의 균형을 맞추고 용량 시장(capacity market)을 운영해 발전 용량 확보와 요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코-로케이션(co-location): 데이터센터가 자체적으로 발전기를 설치하거나 별도의 전력원을 확보해 그리드의 전력 의존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단기적으로는 데이터센터의 안정성을 높이나 장기적으로는 공용 전력망에서의 발전 공급을 감소시켜 전체 시스템 신뢰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정책적·경제적 파급 효과 분석
현재의 전력 부족과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는 전기요금과 지역 경제 전반에 다층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PJM 등 핵심 그리드 지역에서의 용량 확보 비용 상승이 소비자 전기요금 인상으로 직결될 전망이다. 모니터링 애널리틱스가 지적한 약 $230억의 비용은 결국 가정과 기업의 요금 부담으로 전가된다.
중기적으로는 발전 설비 투자와 전력 인프라 확충이 시급해진다. 그러나 발전소 건설과 송배전망 확충에는 수년이 소요되며, 환경·입지 규제와 주민 반발에 따른 정치적 제약 또한 크다. 특히 해상풍력 등 친환경 발전원이 지연될 경우 화력 발전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증가하거나 전력 수입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AI 산업의 성장 속도를 전력 인프라의 현실적 증설 속도와 조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책 입안자들은 데이터센터가 지역사회와 전력시스템에 미치는 외부비용을 어떻게 내부화할 것인지,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에 대한 비용 분담 원칙을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법적·규제적 프레임워크를 마련해야 한다.
정치적 영향도 만만치 않다. 전력 요금과 생활비는 유권자에게 즉각적인 체감 영향을 주는 사안으로, 2026년 중간선거에서 다수의 주·연방 후보들이 전기요금 안정화와 요금 인하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센터 규제 완화 주장과 지역 보호·규제 강화 주장이 충돌하며 정치적 쟁점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
좌우를 아우르는 정치 지도자들의 데이터센터 확장에 대한 우려 표명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전력망의 제한, 비용 전가, 지역사회 영향, 정치적 반발 등 복합적 요인이 얽혀 있어 단기적 해결책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의 경제적 혜택과 전력망에 대한 부담을 균형 있게 관리할 규제·시장 설계가 시급하며, 향후 전기요금과 산업 성장의 경로는 이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