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국 COVID-19 백신 지침, 접종 현장 혼란 가중…최저 접종률 기록

미국 내 COVID-19 백신 접종을 위해 약국을 찾는 시민들이 새 지침에 따른 절차 변경과 각 주(州)별 상이한 규정으로 인해 혼란장벽을 겪고 있다.

2025년 10월 1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권고가 축소된 이후 미국의 주간 백신 접종 건수는 도입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장조사기관 IQVIA 자료*에 따르면 9월 6일부터 10월 3일까지 4주간 COVID-19 백신 접종은 전국적으로 약 25% 감소했다. 이는 새로운 지침과 주별 규제 차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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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하는 41세 금융 종사자 스티븐 톰슨은 회사의 건강보험을 통해 매년 백신을 접종해 왔으나, 9월 월그린스 약국에서 “처방전이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당시 유타·조지아·루이지애나는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최종 권고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방을 요구했다. 톰슨은 “예상치 못한 진료비가 부담돼 지역 감염률이 오르기 전까지는 접종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례 2 ―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31세 홍보 담당자 나디아 힉스는 천식을 앓고 있어 접종이 필수적이라 판단했으나, 퍼블릭스(Publix) 약국에서 동일하게 처방을 요구받았다. 힉스는 “정보가 부족해질수록 ‘지금 꼭 맞아야 하나’라는 의문과 불안이 커진다”고 토로했다.


주별 규정과 연방 가이드라인의 괴리

유타는 9월 말 약사 단독 접종을 허용했고, 조지아·루이지애나는 10월 초 처방 요건을 철회했다. 월그린스·퍼블릭스·CVS 등 대형 체인 약국들은 현재 처방전 없이도 접종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정책 변화의 핵심 배경
팬데믹 기간 동안 ‘원하면 누구나’ 접종할 수 있던 정책은 CDC가 “의료 전문가와 상담 후 결정”하도록 지침을 수정하면서 달라졌다. 이는 FDA가 65세 이상 혹은 중증 위험군에게만 업데이트 백신 승인을 내준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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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FDA·CDC를 관할하는 보건복지부(HHS)는 오랜 반(反)백신 운동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기존 CDC 외부 자문위원회를 해체하고 성향이 비슷한 인사들로 재구성했다.

의료보험사는 통상 CDC 권고를 기준으로 백신 비용을 책정한다. 다만, 대형 보험사들은 2026년까지 접종 비용을 보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럼에도 각 주 보건당국은 “새로운 CDC 지침의 과학적 근거가 약화됐다”며 자체 정책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현장 혼선이 증폭되고 있다.


전문가 및 데이터 분석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소아감염 전문가 애런 밀스톤 박사는 “FDA·CDC·주 보건국 등 서로 다른 메시지가 뒤섞이면서 대중이 ‘어디 말을 따라야 하나’ 혼란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유럽연합(EU) 21개국의 60세 이상 접종률 중앙값(2024년 8월~2025년 3월)은 8.7%에 불과했으나, 같은 기간 미국 성인 전체 접종률은 약 23%로 두 배 이상 높았다. 그럼에도 입원 부담은 여전하다. 에모리대 역학 교수 조디 게스트는 “백신은 개인뿐 아니라 고위험군 보호에 필수”라고 강조했다.

CVS헬스 최고 의료책임자 에이미 컴프턴-필립스 박사도 “올해 COVID 및 독감 백신 수요가 전년 대비 감소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을 찾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제약사 동향
메신저RNA(mRNA) 백신을 생산하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와 달리 노바백스–사노피는 전통적 방식의 단백질 기반 백신을 공급 중이다. 일각에서는 mRNA 기술 안전성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으나, 과학계는 일관되게 안전성을 확인했다.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용어 해설

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의 약자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를 의미한다. 감염병 대응·백신 권고 등을 담당한다.

FDA: 미국 식품의약국이며 의약품·백신·의료기기 승인을 맡는다. 65세 이상 및 중증 위험군에 대한 업데이트 백신 허가는 FDA의 결정이다.

mRNA 백신: 유전물질인 메신저RNA를 이용해 체내에서 무해한 바이러스 단백질을 생성,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보관·생산 속도 면에서 장점이 있으나 ‘새로운 기술’이라는 이유로 오해가 존재한다.


약국 현장의 현실

뉴욕시 마운트카멜 약국 로저 파가넬리 약사는 “FDA 승인 범위를 벗어난 연령층에게 백신을 홍보하면 보험사 미보상 및 법적 책임 우려가 있다”고 토로했다. 독립 약국이 전체 약국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소극적 태도는 접종률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

미국약사협회(APA) 앨리슨 힐 이사는 “최근 몇 주간 COVID-19 정책이 수차례 바뀌어 대규모 접종 클리닉에서는 독감 백신만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저소득·의료 취약지역의 주민들은 예약·상담이 아닌 ‘워크인’ 접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정책 변화 피해가 더욱 크다.


기자 관전평

연방정부와 주정부, 그리고 민간 보험·약국 체계가 균질한 정보 전달에 실패하면서, 미국의 강점이었던 높은 백신 접근성이 약화되고 있다. 허가 범위를 둘러싼 법적 리스크와 비용 부담이 현장에 전가되고 있어, 정책 일원화 없이는 접종률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무료 진료소·찾아가는 접종 서비스 등 보완책이 동시 추진되지 않는다면, 올겨울 코로나19 재유행 시 의료체계 부담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