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칼럼】상호주의 관세와 2025년 이후 세계경제의 행로
Ⅰ. 서론 ― “90일 유예”가 끝나면 무엇이 달라지나
2025년 7월 9일 자정을 기점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초 서명한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 90일 유예가 만료된다. 법률적·행정적 시계가 멈추지 않는 한, EU‧인도‧캐나다를 비롯한 30개 주요 교역 상대국은 최대 70%에 달하는 신규관세 리스트를 통보받게 된다. 금액 기준으로는 약 3조 달러, 비중으로는 전 세계 무역량의 12%가 일거에 영향을 받는 셈이다.
대통령은 “마감일 따윈 유동적”이라며 재연장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행정명령(EO 14099-B) 본문이 수정되지 않는 한 관세 복원은 자동 발동된다. 2018년 철강‧알루미늄 관세, 2019년 중·EU 보복 관세 때도 비슷한 언급이 있었지만, 결국 시장은 ‘말’보다 ‘문서’가 우위라는 사실을 학습했다.
본 칼럼은 1) EU·인도·캐나다 협상의 현주소, 2) 장기 공급망·물가·통화정책 파급효과, 3) 투자 전략 및 한국 경제의 대응방향을 3,000여 단어 분량으로 체계화한다.
Ⅱ. 2025년판 관세 지도(Heat-Map)
국가/지역 | 잠정 관세율(4월~7월) | 7월 9일 이후 예정 관세율 | 협상 진척 |
---|---|---|---|
EU(27개국) | 10% | 50%(자동차·농산), 20%(기타) | ‘원칙적 합의’ 미달, SALT·농업 쟁점 |
인도 | 10% | 26%(제조품), 15%(농산) | GMO 곡물·디지털세 분야 교착 |
캐나다 | 10% | 15%(에너지·목재), 25%(주류) | 디지털서비스세 분쟁으로 중단 |
영국 | 10% | — (6월 20일 부분합의) | 신차 배터리 원산지·서비스 특허 조항 타결 |
*자료: 美 무역대표부(USTR)·각국 통상부·블룸버그 이코노믹스, 2025.07.04 기준
1. EU ― “10%로는 못 멈춘다” vs “자동차는 레드라인”
유럽은 자동차·농업을 최우선 방어선으로 설정했다. 독일·이탈리아는 생산기지 보호를, 프랑스·스페인은 농민단체를 의식한다. 반면 미 측은 ‘유전자변형 작물에 대한 관세 연동’을 최종 카드를 남겨두며 압박 중이다.
2. 인도 ― FTA 지렛대와 신흥 제조 허브의 딜레마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포괄적 무역협정 타결 시 10년 내 대(對)미 수출이 97%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인도는 6억 농민 기반의 정치 리스크 탓에 GMO 곡물 개방을 쉽게 수용할 수 없다. 결국 ‘전기차·국방 공동생산+부분 관세인하’ 같은 시간벌기 안이 부상한다.
3. 캐나다 ― 디지털세 vs 셰일가스 같이 묶인 ‘형제싸움’
캐나다의 디지털서비스세(DST)는 미국 빅테크를 직접 겨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DST를 철회하지 않으면 목재·주류에 20%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미 에너지기업은 캐나다산 셰일가스·원유를 재생산 공정에 사용한다. 상호 의존도가 얽혀 있어, 협상 지연 시 공급 측 변동성이 커진다.
Ⅲ. 장기 파급 분석 ― 세 갈래 변곡점
1. 인플레이션 귀환? ‘관세→완충재고→소비자 물가’ 3단 파이프라인
ING 리포트는 “관세 인상 효과는 최소 3개월 후 PCE·CPI에 본격 반영된다”고 지적한다. 재고 완충(buffers)이 소진되면 소매가는 오르고, 4분기 근원 PCE가 Fed 목표(2%)를 재차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5월 근원 PCE는 2.7%로 예상을 웃돌았다. 상호 관세가 완전히 복원된다면 연말 근원 PCE가 3.0~3.2% 재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관세 10%p 인상 → 수입 물가 2.5%p↑(3개월 시차) → CPI 0.3~0.4%p↑(추가 1개월 시차) → PCE 0.2~0.3%p↑(추가 1개월)
2. 연준(Fed)의 통화정책 ― ‘인하 지연→채권금리 스티키’ 시나리오
6월 FOMC 점도표는 2025년 3차례 인하(총 75bp)를 유지했으나, 파월 의장은 “데이터 의존”을 재차 강조했다. 물가 재가열 + 고용 견조 조합이면 9월 인하 첫발이 11월로 밀릴 공산이 크다. 그러면 장기금리(10Y)는 4.5%대 상단을 확인 후 4.0% 아래로 내려가기 어려운 ‘스티키-다운’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
3. 공급망 리셋 ― ‘친구에게서만 산다(Friend-shoring)’의 가속
① 제조업 리쇼어링: 2023년 미국 내 FDI(제조)**신규 프로젝트** 중 41%가 친구(shoring)·동맹(nearshoring) 국가를 출발지로 기록.
② 단가 상승: 댈러스 Fed 연구에 따르면, 관세+리쇼어링으로 미국 내 제조단가는 중국 대비 16~20% 높음.
③ AI 인프라 수요: 데이터센터·배터리·전력망 투자가 BOJ식 ‘군사·친환경’ 섹터처럼 전략적 산업으로 승격. 관세로 중국산 태양광·배터리가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면 미·멕시코·동남아 생산이 대안으로 부상.
Ⅳ. 주식·채권·환율 시나리오 매트릭스
시나리오 | 관세 협상 결과 | 연준 스탠스 | S&P500(12M) | 10Y 금리 | 달러 인덱스(DXY) |
---|---|---|---|---|---|
A-Soft | 7월~10월 순차 연장, 10% 유지 | 9월 첫 인하(25bp) | +10% | 3.8~4.2% | 95~97 |
B-Base | EU 부분합의, 인도·캐나다 관세 복귀(20~25%) | 11월 첫 인하 | +3~5% | 4.2~4.6% | 97~100 |
C-Hard | 70% 상한 전면 발동 | 2026년까지 동결 | -15% | 4.8~5.2% | 100~104 |
*Bespoke·LSEG 리퍼·아스토리아 포트폴리오 시뮬레이션 추정치(7/4)
Ⅴ. 투자 전략 ― “리리스크(Re-Risk) vs 리디펜스(Re-Defense)”
1. 주식 섹터•ETF 선택
- 산업·인프라(캐피털 집중) : RSPN, BKGI
- 배당·유틸리티(장기 금리 스티키) : VPU, XLU
- 친환경 역풍 대응 : TAN(太陽), LIT(배터리) 비중 축소, 대신 PAVE(미국 인프라)·PHO(물) 확대
- AI 주전선 : NVDA·MU·AVGO는 “전체 포트 12% 이내 오버웨이트”
2. 채권•크레딧 포트폴리오
▶ 득세(채권가격 상승)가 제한된 환경에선 듀레이션 믹스가 핵심이다.
- 2~5년 BBB IG 스텝다운 채권 ETF(BBHY)
- AAA CLO(변동금리·신용스프레드) : JAAA
- 인플레이션 링크드 단기물 : VTIP
3. 환율·상품
● 달러 상단(100) 접근시 원·유로·멕시코페소 분할 매수
● 원자재 중 구리·은 ‘전력망·태양광 CapEx 지연’ 리스크 반영해 비중 축소
Ⅵ. 한국 경제와 기업의 대응
1. 수출 의존도 구조 점검
한국의 對미 수출 품목 중 관세 리스트에 포함된 비중은 5.7% 수준으로 제한적이지만, EU·인도 경유 우회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EV 배터리·태양광 모듈 셀은 생산기지 로케이션 전략을 재조정해야 한다.
2.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 참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지역 내 추가 투자 시 자동차 75% 현지화 규정을 활용해 관세 우회 및 IRA 세액공제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
3. 통화·채권시장 변동 대응
10Y 미 금리 4.5% 돌파 땐 원/달러 환율 1,450원대 가능성. 외환리스크 헤지(선물·옵션)와 달러화 예금 확대 필요. 수출 대기업은 PF·ABS 조달 비중을 늘려 장기채 발행 부담을 완화할 필요.
Ⅶ. 결론 ― “탈세계화 2.0, 싸움은 관세가 아닌 ‘표준’에서 난다”
동학개미운동·인플레이션 감축법(IRA)·첨단칩 규제로 상징되는 新탈세계화의 초기 국면은 ‘관세’라는 직선 폭격이었다. 2025년 하반기부터 전개될 탈세계화 2.0은 산업표준·데이터 규제·친환경 인증과 같은 비관세 장벽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공급망 재편을 더욱 장기화·고비용화하고, 신흥국뿐 아니라 선진국 내부에서도 승자·패자를 갈라놓을 것이다.
투자자는 이 거대한 지각변동을 단순 이벤트 트레이딩 대신 ①분산·②듀레이션·③현금흐름이라는 고전적 원칙으로 연주해야 한다. ‘리리스크’와 ‘리디펜스’를 교차 활용해, 기술혁명(Tech)·실물인프라(Infra)·방어섹터(Staple)를 균형있게 담는 포트폴리오가 가장 현실적인 10년 파수(Watchtower)가 될 것이다.
글│김OO / 경제칼럼니스트·데이터 애널리스트
© 2025 EconInsight.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