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세계 인공지능 대회, 미 제재 속에서도 글로벌 기술기업 혁신 경쟁 예고

상하이발 — 중국의 세계 인공지능 대회(World AI Conference·WAIC)가 이번 주말 개막하면서, 거대 기술기업부터 유망 스타트업까지 총출동해 인공지능(AI) 혁신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미국의 수출 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자국 AI 산업의 기술 자립과 글로벌 리더십 확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2025년 7월 25일,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틀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화웨이·알리바바 같은 중국 빅테크뿐 아니라 테슬라, 알파벳(구글), 아마존 등 서방 기업도 참여한다. 중국 국무원 총리 리창(李强)은 개막식에서 연설하며 AI 분야 육성이 중국 경제·산업 전략의 핵심 축임을 강조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세계 AI 1위“를 국가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AI 칩·초거대언어모델(LLM) 등 첨단 기술의 자급자족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행사에서도 분명히 드러날 전망이다.


미국 수출 규제와 기술 패권 경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미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는 첨단 AI 칩·장비에 집중돼 있다. 워싱턴은 해당 기술이 중국 군사력 증강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은 저비용·고성능 AI 모델을 잇달아 공개하며 기술 격차 축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 사례로 꼽히는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는 올해 저렴한 비용으로 미국 오픈AI 수준에 근접한 모델을 개발해 글로벌 AI 업계의 경계를 흔들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이달 베이징 방문 중 “딥시크·알리바바·텐센트의 AI 모델은 월드 클래스”라고 직접 평가했다.*해설* 젠슨 황은 대만계 미국인으로, 엔비디아를 AI 반도체 최강자로 만든 인물이다.


800여 개 기업·3,000여 종 제품 전시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8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해 3,000개가 넘는 첨단 제품, 40개의 대형 언어 모델, 50개의 AI 기반 디바이스, 60대의 지능형 로봇을 공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업체 유니트리(Unitree) 같은 스타트업도 포함된다.

행사 기간 중 AI 칩 설계·로봇공학·자율주행·기계번역·의료 AI 등 세부 분야별 포럼이 진행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반도체 공급망 안정모델 훈련용 데이터 규제가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용어·배경 설명

초거대언어모델(LLM·Large Language Model): GPT·PaLM처럼 수십억~수천억 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학습해 인간과 유사한 문장 생성·이해 능력을 보유한 AI 모델을 뜻한다.
AI 칩: GPU·NPU처럼 대규모 병렬 연산에 최적화된 반도체로, AI 모델 학습·추론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다.
WAIC: 중국 상하이 시정부와 산업부처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 AI 박람회로, 2018년 첫 개최 이후 기술·정책 교류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전문 기자 시각

상하이 WAIC는 중국이 제재 리스크를 “혁신 가속”으로 돌파하려는 전략적 메시지의 장으로 해석된다. 대규모 언어 모델과 로봇 시연은 기술적 성숙도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동시에, 글로벌 투자자와 파트너를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다만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통제가 향후 추가 강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기업들이 성능과 비용 효율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장할수록, 워싱턴의 규제 명분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대회는 기술 경쟁과 지정학 리스크가 맞물린 복합적 현장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AI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현지 협력·시장 진출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분산·미중 간 규제 준수라는 과제를 병행해야 하는 만큼, 전략적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