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전 세계 자연재해 보험금 800억 달러…남은 허리케인 시즌에 1,500억 달러도 넘길 듯

스위스재보험(Swiss Re) 산하 연구기관인 스위스리 인스티튜트가 6일(현지시간) 발표한 잠정치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전 세계에서 발생한 자연재해에 따른 보험금 지급액이 800억 달러(약 105조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0년 평균치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로,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과 중·동부 지역을 휩쓴 악천후(강력한 뇌우)가 손실 급증을 이끌었다.

2025년 8월 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재보험 업계는 계속되는 기후변화 탓에 위험평가 모델을 재조정하고 보험료 인상언더라이팅(위험선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반기에는 전통적으로 허리케인 활동이 집중되기 때문에 연간 손실 규모가 1,500억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스위스리 인스티튜트의 경고다.

보고서는 7~12월 북대서양 허리케인 시즌 동안 3~5개의 메이저 허리케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장기 평균 3개를 웃도는 수준이다.

전년도(2024년) 사례도 심각했다. 허리케인 헬레네(Helene), 밀턴(Milton), 베릴(Beryl)이 연달아 미국 본토를 강타해 수십억 달러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산불 피해의 급격한 확대

올해 1월 초 남부 캘리포니아를 휩쓴 팔리세이즈 화재(Palisades Fire)는 2만 3,000에이커(약 9,300헥타르)를 초토화했다. 주택과 상업시설 다수가 전소됐으며, 수천 명이 대피했다. 스위스리 인스티튜트는 해당 화재에 따른 보험 손실400억 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단일 산불 사건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이다.

보고서는 “기온 상승, 장기 가뭄, 강수 패턴 변화가 교외 확장 및 고가 자산 밀집과 맞물리면서 산불 손실이 지난 10년간 가파르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보험 시장의 지정학적·경제적 파장

캘리포니아 주 보험시장은 연쇄적인 기후 리스크(산불·홍수·산사태)에 직면해 있다. 여러 대형 보험사는 일부 지역에서 신규 계약을 중단하거나, 보험 한도를 축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기업의 보장 공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주정부도 공적 보험 프로그램 확대 등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언더라이팅(Underwriting)은 보험사가 가입자의 위험도를 평가해 인수 여부와 보험료 수준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예상치 못한 대형 사고가 잇따르자, 보험사는 위험 프리미엄을 높여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

또한, 리스크 모델—기상 자료·역사적 손실 데이터를 결합해 재해 발생 확률과 재정적 충격을 예측하는 시스템—도 대규모 재조정을 거치고 있다. 기후 패턴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기존 모델이 손실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기후 리스크의 사회·경제적 의미

재해가 잦아질수록 보험료 급등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소상공인은 보험 가입을 포기하거나 보장 수준을 낮출 수밖에 없어, “보험 사각지대”가 커지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소득 불평등을 확대하는 ‘보험 격차’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보험 전문가들은 정부·지자체가 방화선(firebreak) 조성, 얼리워닝 시스템 구축, 빗물저장 인프라 확대 등 사전 예방적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통해 보험금 지출재정 손실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자 시각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재정 리스크는 이제 단순히 ‘환경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자본시장, 부동산 가치, 지역 경제까지 위협하며 글로벌 보험·재보험 산업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투자자정책 입안자 모두 과거 통계에 기반한 ‘평균적 위험’ 가정을 버리고, 극단적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허리케인 시즌이 본격화되는 9~11월 동안 손실 규모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보험·재보험주의 실적뿐 아니라, S&P 500 지수 내 금융·부동산 섹터 변동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추가 자료가 공개되면, 리스크 관리 모델의 현실 적합성을 검증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