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산드로 파로디와 타실로 후멜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파리에서 뉴욕에 이르기까지 주요 백화점들이 큐레이션된 쇼핑 경험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아이스스케이팅 쇼, 와인 시음, 건축 투어 등 체험 요소를 앞세워 고객을 다시 끌어들이려는 시도다.
2026년 1월 8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특히 삭스 글로벌(Saks Global)의 누적된 문제들이 업계 전반의 위기 의식을 자극하면서 긴급성을 더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의 자체 부티크와 빠르게 성장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대한 경쟁 속에서 백화점이 관련성을 유지하려는 구조적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추세가 단순한 외형적 변화가 아니라 소비자 습관 변화와 방문객 감소라는 구조적 압력에 대한 대응이라고 분석한다. 파리의 부동산·소매 전문업체인 나이트프랭크(Knight Frank)의 소매 투자 책임자 벤자민 세반(Benjamin Sebban)은 “오늘날 시장 여건에서는 사치품을 판매하려면 탁월한 경험이 필요하며, 이는 탁월한 장소에서 가장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체험형(immersive) 경험이 경쟁력의 핵심
카타르 소유의 프랭텡(Printemps)은 맨해튼 신매장에 프랑스 유적의 종이 모형을 전시해 파리적 유산을 상기시키고, 독점 출시 행사와 와인 시음을 개최한다. 프랭텡 아메리카의 최고경영자 티에리 프레보스트(Thierry Prevost)는 로이터에 “이곳은 단순히 쇼핑하는 장소가 아니라 살고 머무르며 새로운 형태의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에 몰입하는 공간“이라며 고급 레스토랑, 샴페인 바, 디자이너와의 대화 프로그램 등을 강조했다.
파리의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는 스테인드글라스 돔 복원에 1억 유로가 넘는 비용을 투입했고(약 1억 유로 이상), 이 리노베이션이 팬데믹 이전 수준 이상의 방문자 증가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컨설팅업체 베인(Bain)의 연구도 환대산업(hospitality)과 고급식당(fine dining) 같은 체험형 섹터가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럭셔리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고 지적한다.
다만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LVMH는 파리 리볼리(Rue de Rivoli)에 면한 아르누보 건축물인 라 사마리텐(La Samaritaine) 복원에 약 7억5천만 유로(약 750 million euros)를 투입했지만, 2021년 재개장 이후에도 같은 그룹의 르 봉 마르셰(Le Bon Marché)보다 부진을 면치 못해 지난해 구조조정으로 두 상점이 통합되었다.
애널리스트들은 백화점들이 큐레이티드 이벤트와 건축적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 어려워진 영업 환경에서 관련성을 되살릴 수 있을지에 베팅하고 있다고 본다.
삭스(Saks)의 사례가 주는 경고
공개적으로 거래되는 채권을 보유한 삭스 글로벌(Saks Global)은 10월에 발표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해 16억 달러($1.6 billion)였고, 조정된 핵심 손실(adjusted core loss)은 7,700만 달러($77 million)에 달했다. 최고경영자 마크 메트릭(Marc Metrick)은 채권 상환을 하지 못한 후 사임했고, 이는 파산 준비설을 촉발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재고 관리 실패와 인수 관련 부채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면서도, 삭스의 곤경은 더 깊은 구조적 압박을 반영한다고 본다. 백화점은 가성비를 앞세운 대중적 체인들과 배타적 경험을 내세우는 럭셔리 브랜드의 자체 부티크에 모두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UBS의 애널리스트 제이 솔(Jay Sole)은 “삭스에서 보이는 것은 훨씬 더 큰 문제의 증상”이라고 밝혔다.
콘세션(concession) 모델과 협업
미국 백화점은 브랜드가 매장 운영과 재고 관리를 맡는 콘세션 중심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Bernstein의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콘세션 모델은 다수 브랜드가 동일 매장 내에서 자체 판매 인력을 운영하거나 브랜드가 직접 매장 운영을 책임지는 형태로, 매장주는 공간을 제공하고 임대·수수료를 받는다.
밀라노의 갤러리아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Galleria Vittorio Emanuele II)는 이러한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도시는 핵심 상점 공간을 입찰 방식으로 임대하며, 이 지역의 가치는 10년 동안 4배로 뛰었다고 전해진다. Bernstein의 루카 솔카(Luca Solca)는 “멀티브랜드 소매업체는 자신들의 발굴(스카우팅)과 발견(디스커버리) 임무로 돌아가 재창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부 매장은 파트너십을 실험하고 있다. 파리 소매업체 BHV는 11월에 중국 저가 브랜드 Shein의 첫 오프라인 출구 매장을 유치했으나, 이는 일부 경쟁업체와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나이트프랭크의 세반은 “정답은 백화점들이 자신들만의 온라인 제공 서비스를 구축해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망은 암울하다
베인은 11월 보고서에서 글로벌 백화점 매출이 2025년 -4%에서 -6%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하며, 2030년까지 뚜렷한 회복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럭셔리 섹터 전체 성장률을 하회하는 수치다.
미국 소매업체 메이시스(Macy’s)는 12월 소비자들의 재량적 지출 축소로 인해 연말 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런던의 명품백화점 해롯(Harrods)은 2024년의 기초 영업이익이 17% 감소했다고 10월에 보고했다.
반면 전자상거래 플레이어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럭스익스피리언스(LuxExperience)가 소유한 MyTheresa는 11월 분기 핵심 이익을 두 배 이상으로 늘렸으며, 삭스와 유사한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400 이상 주문 시 무료 배송 등 소비자 혜택을 제공해 경쟁 우위를 보이고 있다.
환율 참고: $1 = 0.8577 유로
용어 설명
콘세션(concession) 모델: 매장 소유자가 공간을 임대하고 각 브랜드가 매장 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판매·재고 관리를 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브랜드의 통제권을 높여 고객 경험과 재고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지만, 임대료와 수수료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라 사마리텐(La Samaritaine): 프랑스 파리 리볼리 거리 인근의 역사적 백화점 건물로, 아르누보 건축 양식을 대표한다. LVMH가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진행했으나 재개장 이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해 구조조정이 있었다.
갤러리아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이탈리아 밀라노 중심의 고급 쇼핑 아케이드로, 상업 지가가 높아 소매업자에게 중요한 상권이다.
경제적·시장 영향과 향후 전망—전문적 분석
첫째, 체험형 전략은 단기적으로 유입 인원을 늘리고 프리미엄 고객의 지출을 촉진할 수 있다. 고가의 이벤트·식음료·전시·독점 제품 론칭은 객단가(average transaction value)를 상승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이러한 투자는 상당한 초기 자본과 운영비를 요구하며, ROI(투자수익률) 회수에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둘째, 부동산 시장과 채권시장에는 구조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삭스 사례에서 보듯, 백화점들의 차입과 인수 관련 부채는 금리 상승 환경에서 채무 부담으로 작용해 채권자와 주주에게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과 임대료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럭셔리 브랜드의 유통 전략 변화는 중장기적으로 백화점의 역할을 축소시킬 가능성이 있다. 브랜드들이 자체 부티크와 디지털 채널을 강화하면 백화점은 멀티브랜드 디스커버리(발견)의 장으로서 재정의되지 않는 한 점유율 회복이 어렵다. 따라서 백화점은 큐레이션과 마켓플레이스적 기능을 강화해 “발견”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재구성해야 한다.
넷째, 전자상거래의 성장과 물류·배송 경쟁력은 오프라인 유통의 비용·편의성 측면에서 우위를 제공한다. MyTheresa의 사례처럼 배송·반품·고객 서비스에서의 차별화는 온라인 채널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동한다. 오프라인 매장은 “경험”을 통해 보완하되, 온라인과의 옴니채널 통합을 통해 비용 효율성과 고객 충성도를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용·사회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매장 재구성·자동화·콘세션 전환은 일자리 구조 변화를 수반할 수 있으며, 지역 상권과 노동시장에도 파급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정책 입안자와 도시계획자는 상업용 부동산 재활용, 관광과 연계한 지역 경제 활성화 전략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결론
종합하면, 백화점들은 체험·큐레이션·건축적 가치를 앞세워 관련성 회복을 시도하고 있으나, 삭스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성공은 쉽지 않다. 단기적 이벤트와 리노베이션으로 방문자를 유치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디지털 전략·브랜드와의 협업 모델이 병행되지 않으면 구조적 쇠퇴를 막기 어렵다. 향후 몇 년간은 개별 백화점의 자본력, 위치(상권), 파트너십 전략, 온라인 역량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